먼지 묻은 삶

다시 동경

史野 2005. 11. 28. 14:48

 

 

 

오랫만에 컴앞에 여유있게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드디어 새로 노트북을 구입했다. 한글윈도우를 처음 써보는 거라서 모든게 낯설고 심지어 한국어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사진을 편집하는 기능도 달라져서 당황스럽고 헌 노트북에서 짐 옮겨올 것도 걱정이지만 그래도 다시 내마음껏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한국에 다녀왔으면 보졸레누보밤 사진도 올리고 대학로에서 모였던 날 얘기며 엄마칠순 등등을 풀어놓아야 하는데 난 이상하게 지금 기운이 하나도 없다.

 

아니 이상할게 뭐가 있나 어떤 식으로든 한국을 다녀오면 늘 마음이 산란하다.

 

 

 

 

그렇다

 

그녀는 저렇게  잘 웃는다. 분위기도 잘 맞추고 술도 잘 하고 이야기도 잘하고..

 

그런데 또 그녀는 잘 운다. 잘 넘어지고 쉽게 상처입고 늘 남을 걱정시키고..

 

자신만만하고 뭐든지 잘 할 것 같은 저 여자는 사실  좌충우돌 삶을 이해못하고 사는게 벅차서 허덕거린다.

 

 

 

대학생때 내게 청혼을 했던 한 애가 그랬었다. 지금은 엄마가 너를 돌봐주지만 엄마가 안계시면 누가 널 돌봐주겠냐고 그걸 평생 자기가 하고 싶다고..

 

이혼을 해달라는 내게 내 남자는 그랬었다. 네가 집시처럼 살게될까봐 그럴 수 없노라고..

 

가끔 남편이 출장을 떠난후  쌓인 술병과 가득한 담배냄새, 음악씨디와 책들이 마구 헝클어져 폭탄맞은 집에 앉아 있노라면 남편의 그 말이 생각나 혼자 웃곤한다.

 

얼마전 한 친구는 넌 늘 웃고 있지만 그 웃고있는 내 모습 뒤의 고통이 보인다고 했었다.

 

어쩌면 나를 좋아했던 그 수 많은 남자들은 내가 안쓰러워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들이 그렇게 내게 집착했던 건 나는 자기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원래 인간이란 받아야한다고 생각할때보다 줘야한다고 믿을때 더 집착하는 법이니 말이다

 

 

 

어차피 살아야하는 인생이라면 잘 살아내고 싶었다.

 

그런데 난 요즘 자신이 없다. 아니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 건지 잘 모르겠다.

 

 

늙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배운 사람이건 못 배운 사람이건 다 마음이 아프다.

 

아니 벌써 내 나이에도 삶을 어쩌지 못해서 남은 삶을 그저 바라만 봐야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그저 견뎌내야하는 삶이라면 그건 넘 잔인한게 아닐까.

 

태어날때부터 달라서 더 열심히 살았음에도 더 힘들어야하는건 넘 불공평한게 아닐까.

 

도대체 얼마를 더 살아내야 삶을 좀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 과연 그런 날이 오긴 오는 걸까.

 

 

자유롭고 내 마음대로 살아왔다고 믿었는데 과연 나는 정말 자유로운 건지.

 

내가 언어에 목을 매는게 과연 자유롭기 위함인지.

 

내가 더 나이가 들면 진정 내 자유를 보장해 주는건 무엇보다 금전이 아닐지.

 

 

정말 나이가 들어간다는건 아무것에도 자신이 없어진다는 거고 요즘은 자꾸만 그 사실이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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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8 다시 동경에서...사야

 

 

요 윗 부분에 색이 다른 부분은 제 얘기가 아닙니다. 수천님 답글 읽고 다시 보니 정말 오해의 소지가 있어 색으로나마 수정했습니다....^^;;

 

제가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이번에 가서 오랫만에 친구들이랑 친척들이랑 만났더니 힘들어하는 사람들 제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서 더 힘이 든다는게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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