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못 말리는 시댁식구들.

史野 2005. 10. 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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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우리 시댁 식구들이 너무 좋으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 그렇게 특이한 사람들인 줄 처음에는 몰랐다. 나처럼 상황파악 빠른 애가 그런 눈치를 못 채다니 뭐가 씌이긴 씌였었나보다..ㅎㅎ

하긴 뭐 내 친정식구들도 한 특이 하기때문에 할 말은 없다만은..^^;;

 

울 시부모님 특이하신 거야 다 아실테니 오늘은 또 한 특이하는 우리 시누이얘기를 좀 해보련다. 남편보다는 세 살 어리고 나보다 한 살 어린 내 시누이.

 

그녀는 엄청 독립적이고 지적인 여자라 내가 무진장 좋아하고 얘기했듯이 어머님이랑 우리 셋은 책도 바꿔보고 서로 나눌 수 있는 내겐 정말 중요한 사람이다.  

아 물론 울 시어머님이야 당신 딸보다 당신 며느리가 훨씬 지적이라고 생각하고 계시지만서도..^^;;(돌 던지시라 그런 돌은 뭐 다 맞겠다..하하).

 

어쨋든 첫 번째 특이..그 영향인지 어떤 건지 자기 또래들에게 인기가 있는데도 나이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

내가 지금 까지 본 두 명의 남자친구가 모두 열 살이상. 열 다섯살이나 많은 그 두 번째 남자친구는 그때 썼듯이 채식도 모잘라 버섯까지 안먹는 왠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 좋고 지금은 아들낳고 잘 산다. 

요번에 세례식에 갔더니 그 쪽 아버님이며 형이며 사람들이 다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고  거기다 그의 두 딸들도 귀여웠구 말이다.

물론 우리야 조만간 결혼을 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예전에 나랑 둘이 술을 마시는데 오빠는 너마저도(그게 나다..ㅎㅎ) 자기 집이랑 딱 맞는 사람을 골랐다며 나머지 넷은 다 잘 어울리는데 자기만 미운오리 새끼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허걱. 사춘기에 좀 속을 썪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울 시부모님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인데 왜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난 지금도 미지수다. 

 

물론 오랫동안 연출공부한다고 난리를 칠때 누구를 닮았을까 생각 안했던 건 아닌데 울 시어머님 과거를 줄줄히 듣다보니 딱 울 시어머님을 닮았더라..하하

 

울 오빠네가 독일에 왔을때였다. 울 시누이는 우리 결혼식에 안 왔었기에 (당시 그 첫 번째 남자친구랑 노르웨이에서 무슨 연극을 한다고 난리였다..^^) 그때 울 식구들을 보는게 처음 이었다.  

 

9명이 정원에서 바베큐를 해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울 어머님왈 시누이가 너무 좋아했다는거다.  아 뭐 울 식구들이 원래 좋은 사람들이니까 이렇게 생각을 했더랬는데..ㅎㅎ 울 시누이가 우리 오빠네 식구들이 온다고 하니까 내가 자기네 식구인데 낯선 사람(!)들과 너무 친해보이면 어떨까 걱정을 했다나? 근데 내가 자기네 집 식구가 맞더라고 너무 좋아했다는거다..-_-;;

 

아니 자기 오빠가 울 식구들이랑 친한걸 걱정해야지 난 원래 우리집 식구인데 정말 특이하지 않냔 말이다. 어찌나 황당하고 또 웃음도 나던지..

 

그런 시누이가 결국은 연극을 포기하고 학교를 졸업 하자마자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는데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길 기회가 생겼다. 퇴직금도 받았고 잠시 시간적 여유도 있다며 한국에 가겠다는 거다.

자기 가족중 한 사람이 한국사람인데 자기가 한국을 몰라서야 되겠냐며 더 나은 이해를 위해서라는게 이유였다 (물론 그 자세는 아주 좋다..^^;;)

 

문제는 말도 잘 안통하고 어쩌고 내가 갈때 같이 가는게 어떻겠냐고 시어머님이랑 나랑 말렸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시간이 있을때 자기가 시간과 돈이 있으리란 보장이 어디있냐며 결국 나머지 가족을 만나겠다고( 독일에선 사돈도 가족개념이다..ㅎㅎ) 한국으로 혼자 가버렸다.

 

결국은 내가 알고 지냈던 독일어나 영어가 가능한 애들을 어렌인지 해주느라 머리 빠졌는데 우리 시누이가 만나고 싶어했던 사람은 다름아닌 울 신랑의 연적!!! 한 특이다..ㅎㅎ

 

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는 거하게(?) 연애를 해서 그 연애사건은 시댁과 그 쪽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데..^^;; 그러니까 자기 오빠를 그렇게 힘들게 했던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역시 한 특이하는 내가 원거리로 노력은 했으나 그 건은 불발로 끝나 안타까왔다..ㅎㅎ 대신 다른 남자친구를 내가 자주가던 카페에서 만났는데 네 옛 흔적들을 보고 왔더니 너무 좋다니 내 남편도 아니고 이것도 한 특이 아니냐고???

 

남산타워에서 내가 지금 네가 자란 그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감격에 차서 전화를 했던 시누이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더 특이한건 한국에 다녀온 후 한국과 한국음식을 좋아하게된건 말할 것도 없지만 무엇보다 엿을 좋아하게 되었단 거다..ㅎㅎ 자기가 맛있으면 남도 맛있는 줄 알고 선물할려고 한보따리 사왔는데 결국 아까와서 못 주고 혼자 먹었다나..하하하 (그러고보니 이번에 엿이라도 사다줘야겠다..^^) 

 

 

10월 18일은 시누이 아가 돌이라 시누이가 시댁에 오기로 했단다 세례식도 했고 뭐 돌이 중요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첫 생일. 원래 선물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내가 요즘 정신도 없어서 그냥 관두었다. 사실 가족이란게 이래서 좋은게 다른 대자 생일이었다면 특급우편을 통해서라도 보냈을텐데 그냥 이해하겠지하는 생각이 들더라.(아 그렇다고 뭐 그 친구가 이해 못한다는 건 아니고 어쨋든 선물이란건 생각을 하고 있다는 눈에 보이는 징표니 말이다)

 

그날 신랑은 홍콩으로 떠났고 내가 그냥 전화를 할테니 자긴 신경쓰지 말라고 했는데 막상 그 날 기분도 별로고 해서 다음 날 전화를 했다.

 

울 시누이 아 기억해줘서 너무 기쁘다길래 (아 이거도 시어머님 닮은 오바다..ㅎㅎ) 야 하루 늦게 하는데다 선물도 못 보냈는데 뭔 소리냐며 우리 크리스마스때 간다는 얘기 들었느냐고 그때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 왠수같은 시누이가 너무 행복하다며 안그래도 우리 베를린 왔을때 물어보고 싶었는데 차마(!) 못 물어봤다는거다..

 

나 원 참 부모님들도 아니고 시누이까지...ㅜㅜ

이 특이한 가족들..정말 다들 왜그러는건지..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고 또 그런 애정이 고맙기도 했지만 시누이까지 그러니까 한편으론 속상하기도 하더라. 이거 하마트면 대륙을 사이에 두고 그리워하는 온 가족들이 나때문에 못 만날 뻔 한 거 아니냔 말이다  

 

그럼 내가 그렇게 어렵냐구? 울 시어머님 말했듯이 속에 있는 말 다하시고 심지어 그 말 수 적으신 울 아버님도 가끔 그러시고 울 시누이도 그런다. 그리곤 가끔은 이런 얘긴 내 딸에게 하지 말라고 이런 얘긴 엄마 아빠에게 하지 말라고 한다..-_-;;

 

 

몇 일전 신랑이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너희는 왜 다 그러냐고. 평소엔 그렇게 나한테 속에 말 다하면서 보고 싶으니 좀 오라고 하면 안되는거냐고 따졌더니만 울 신랑 가라사대.

 

너는 워낙 자기 의견이 확실하고 이유도 분명하기 때문에 그런 말하기가 어렵다나..이거 또 내탓이냐...흑흑

 

내가 이 집 식구들이랑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인지 벌써 12년. 사실 여태까지 심각하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앞으로 정말 그 마음까지 헤아려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마구 마구 생긴다.

 

책임감에 짓눌리지 않으면서도 잘 해낼 수 있겠지.

갑자기 철들었나 요즘엔 머리에 쥐난다..

 

 

 

 

 

 

2005.10.25 Tokyo에서..사야.

 

 

 

일요일에 결혼 12주년 기념이었습니다..^^

 

정말 오래 잘 참고 견뎌냈죠? 하하

 

이제 주재원생활도 어떻게 될지 모르고 하니 그 날 그냥 어디 안가고 제가 멋진 식사를 준비해야겠다는 대견을 생각을 했다죠.

 

 

그런데 개념없는 이 아줌마 저렇게 간단하게 준비하는데 (물론 포도주도 샀지만..ㅎㅎ) 멋진 레스토랑에서 먹을만큼 돈을 날렸다지요..^^;;

 

그래도 뭐 생각만으로도 많이 발전한거 아닙니까?

 

앞으로 제 변신(?)을 기대해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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