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도 아니고 보아하니 별 문제도 없어보이는데 무슨 맏며느리 노릇에, 어렵고 어쩌고하는가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도 나름대로의 고뇌가 있다..ㅎㅎ
작년에 시집살이 프롤로그를 올리면서 에필로그까지 구구절절히 풀어놓으려고 했는데 어쩌다 프라하여행기도 안올리고 그냥 지나가게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그때 너무 힘이들었다.
일단은 아버님이 치매일지도 모른다는 그 상황에 모두 신경이 곤두서있기도 했고 시누이가 2개월된 아이를 데리고 오기로 한 것도 문제였는데 삼십몇 년 동안 아이가 없는 집이었다보니 어머님이 준비하시는 과정에서 하시는 오바가 내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왔던거다.
물론 중간에 혼자 잠시 여행을 다녀오긴 했지만 아무리 편하다고해도 내 집이 아닌 곳에서 삼주나 지내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말이다.
울 신랑의 대자가 하나 더 있는데 선물을 사주는것도 비교가되니 신경이 쓰이고 심지어 울 시누이 친구도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아서 이쁜 원숭이 인형을 하나 사줄려고 하다가 생각해보니 울 시누이아기도 원숭이띠라는데 생각이 미치고..
이미 시누이아이 선물은 샀고 인형이 비싸서 두 개를 사기엔 좀 그래 결국 싸구려 오리를 사는 사태까지 발생.
나같이 그런문제로 머리쓰는거 넘 싫어하고 직설적인 애는 정말 무지 피곤했다.
울 시부모님은 아시다시피 오바해서 배려를 하시는 분들인데다가 자식들에게 꼼짝을 못하시기때문에..ㅜㅜ 옆에서 그런 것들 조정하는 것도 내 몫이다.
나야 예전에 어머니랑 대판 싸움을 하고 난후에 (니 그 오바해서 배려하는 성격때문에 피곤해죽겠다고 해서 결국 우리시어머니 우셨었다..-_-;;) 울 어머니 자식들보다 편하게 생각하시고 속에 있는 말을 다하시기때문에 뭐 쉽게 말하자면 내 눈치는 안보시니 나만 찬밥인거다.
그것만이면 오죽좋았으랴만 시누이 남자친구는 열다섯살이나 많아 또 나만빼고는 다들 어려워하는데다 이 왠수같은 남자가 채식주의자인것까지는 좋은데 버섯도 안먹는다..ㅜㅜ 시누이는 뭐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돼지고기 소고기를 안먹고 말이다.
그러니 또 울 어머님 음식스트레스만땅이시라 한 번은 내가 한 번은 남편이 요리를 해서 어찌 어찌 넘겼다. 그것도 그냥 너희가 해라 이러시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지금까지 읽어온걸로 짐작하실 수 있듯이 그 사이의 어쩌고 저쩌고는 말도 못한다.
물론 내가 열받은건 적포도주를 하나도 안사놓으셨다는건데..ㅎㅎ 명절을 치를때 가장 기본이 술인데 어찌 그걸 잊으실 수가 있단 말이냐. 거기다 시누남친도 적포도주 애호가라 내가 또 거기까지 신경쓰느라 머리빠졌다.
이래저래 넘 피곤했기에 다녀온후 남편에게 나도 독일크리스마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걸 온전히 즐길 수 없다면 이젠 크리스마스에 안가겠다고 선언을 해버렸다.
물론 꼭 그 이유만은 아니고 말했듯히 한 번 가면 비지니스 두 번 가면 이코노미티켓을 주는데 남편은 한 번은 보통 출장이 있기에 비지니스로 가고 착한 척하는 내가 맨날 두 번을 가는거 정말 힘도 들고 말이다. 이코노미타고 독일에 일 년에 두 번이나 가는거 진짜 그만하고 싶다..
한 번만 오겠다고했더니 울 아버님은 그럼 날씨좋은 여름에 오는 게 좋지 추운데 겨울에 와서 뭘하느냐고 하시기도 하고 어쨋든 그리하여 이번에 비지니스로 여행도 할겸 그렇게 다녀온거다.
문제는 여행다녀온 후 썼듯이 베를린부터 함께 시간을 보내긴했어도 시댁에서 몇 일 못 묵었는데 크리스마스에도 안오겠다며 연로하신 부모님들을 그냥 두고 떠나는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
그래서 동경에 오시라고 말씀을 드린건데 자식과 함께 있고 싶은 어머님의 소망과 달리 아버님은 긴여행은 못하시겠다고 하셨단다.
그래서 내가 신랑에게 꼭 아버님께 직접 말씀드리라고 그렇게 부탁을 했건만 이 왠수는 까먹었다나..ㅜㅜ
사실 그래도 어머님이 넘 오고 싶어하시면 아버님이 동의하셨을 수도 있는데 울 어머님 생각해보시니 울 신랑은 바쁘고 그럼 내가 내내 옆에 있어드려야하는데 얼마나 피곤하겠냐고 포기하셨단다..아 정말 이 오바하시는 배려..-_-;;
지난 번 전화얘기하며 썼지만 울엄마가 나를 하도 힘들게해서 왜 자기부모까지 신경을 쓰게하냐고 자기엄마는 자기가 챙기라고 선언을 했더니 사주간 정말 한 번도 전화하자고 안하는 남편.
결국 포기하고 내가 전화를 해서는 우리 살아있나 궁금하시지도 않냐고 왜 어머님까지 전화를 안하시냐니까 니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 무슨 일이 있을테니 나까지 전화해서 신경쓰이게 하지 말아야하겠다고 생각하셨다는게 또 울 어머님이다..흑흑
그러니 맘은 안그런데 표현을 잘 안하는 울 신랑때문에 그게아니라고 이래저래 내가 더 애를 써야하는 처지.
이번에도 여러곳 다녀본 도시중 어디가 제일 마음에 드냐고 시누이가 전화해서 묻길래 다 좋지만 역시 뮌스터라고 했더니 그럼 너희 돌아올 생각이 있는거냐며 너무 너무 좋아하는거다.
아 그 얘기를 몇 번이나 했건만 왜 믿지를 못하냔말이다..-_-;;
원래 크리스마스에 여행을 할 생각이었는데 두바이를 갈까 생각해봤더니 두바이까지 가면서 독일에 안가는 것도 웃기고 자꾸 시부모님은 걸리고 혼자 고민을 하다가 결국 지난 금요일 밥먹으며 자기야 그냥 독일에 가자고 또 착한 척을 하고 말았다.
그러니 울 신랑 너무 좋아서 감격의 눈물이 글썽글썽. 너무 행복하다는 데 충격먹었다.
너무 가고 싶었는데 내가 괜히 가기 싫다고 하는 사람도 아니고해서 차마 말을 못했다나.
아 너까지 왜그러냐? 마누라가 그렇게 무섭다는 말이냐..-_-;;
우리가 올거라곤 상상도 못하시는 시부모님께는 크리스마스선물로 가기 바로전에 말씀을 드릴까하다 아니 미리 기뻐하시는 게 좋겠다고 의견일치를 보곤 오자마자 전화를 드렸다.
울 어머님 너무 좋아하시다 쓰러지시지 않을까 싶었고 평소에는 옆에서 소리 키워놓고 같이 듣기만 하시는 울 아버님 갑자기 전화를 바꾸라고 하시더니 당신이 이코노미 클래스와 비지니스클래스 차액을 지불하실테니 비지니스를 타고 오라신다.
당신들이 동경에 오셨다면 우리가 표를 사드리는것도 아니고 당신들은 분명 이코노미타고 오셨을텐데도 말이다.
어머님이랑 나랑 전화오래하면 국제전화라고 만나서 얘기하라고(아니 우리가 도대체 언제 만난다고 ) 하시는 분이 울 아버님이시다
절대 그런거 자발적으로 생각하실 수 있는 분이 아닌데 얼마나 좋으셨으면 그리고 내가 얼마나 불평을 해댔으면 그러셨을까싶기도 하고 정말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 마음이 다 복잡하더라.
친정엄마칠순문제로 올케언니 작은 언니랑 돌아가며 통화까지 하고 났더니 진은 다빠졌는데 혼자 베란다에 앉아 이 생각 저 생각에 술을 또 퍼마셨다
나하나 마음을 바꿔먹으니 온 집안이 행복해지다니(울 시누이 좋아할건 안봐도 비디오다) 반성도 되고 또 앞으로 정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단 생각도 들고 말이다.
이번엔 독일안간다고 동네방네 광고해놓고 흐믓해했건만 어쨋든 그래서 결국 또 독일에 간다.
이제 온 가족이 행복해하며 기다리는 크리스마스까지 두 달남짓.
물론 아버님께 돈을 받을 생각은 전혀없으니 어찌 싼 이코노미티켓 알아봐 구입해야하고 그 사이 남편은 출장도 몇 번가야하는데 엄마칠순까지 머리는 깨지지만 특별메뉴도 생각해놓고 포도주며 미리 미리 다 챙겨서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겠다.
착한 척 그만하고 살려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앞으로는 진짜 착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나 뭐라나..
당신아들도 부탁하시고 당신딸도 부탁하시고 당신손자도 부탁하시는 그래 내 이름 맏며느리다.
2005.10.11 Tokyo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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