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을 올리며 반짝이는 스타킹을 보니 탄력받은 김에 옛 추억이나 읊어봐야겠다.
내 옛 모습을 기억하시는 몇 분들 스타킹얘기하면 슬그머니 미소가 떠오를거다..^^
예전에 다른 사람들은 살색스타킹만 죽어라 신을때 나는 빨주노초파남보도 모잘라 그물스타킹에 장미문양 나비문양 등등 이루 셀 수 없는 다양한 스타킹을 신고 다녔었다.
사람들은 그런 스타킹을 어디서 사는지를 무지 신기해했는데 원래 관심이 많다보면 눈에 띄게 되어있다..ㅎㅎ
사실 한국사회에서 튄다는건 아무리 나같이 내 멋에 사는 인간이라도 좀 피곤한 일이긴했다.
한 번은 남자친구선배들을 만났는데 (그 날 나는 전반적으로 붉은색인데 종아리부분에 장미자수가 들어가 있는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한 남자가 아주 큰소리로 00아 니 여자친구 다리에 문신했냐. 순간 모든 사람들의 눈은 다 내 다리로 몰리고..ㅜㅜ
내가 내 남자랑 결혼을 한데는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그런 한국사회의 폭력(그래 난 이걸 폭력이라고 생각한다)을 견디지 못한 잠재적 이유도 있었을거란게 지금 생각이다
자신들과 다른 것에는 꼭 의견을 내야하는 일종의 강박관념같은 걸로 내겐 보여지니 말이다.
어느 택시운전사아저씨는 파란 손톱을 칠한 나를 보고는 정색을 하며 어디 나가는 아가씨는 아닌거 같은데 손톱이 그게 뭐냐고 화를 내더라.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국제결혼을 한 경우는 희생물이 되기 십상인데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말을 들어본 적도 있지만 보통은 우리를 결혼한 커플로 안본다는거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야 말을 안하는 이상 내 알바아니고 상관도 없다 문제는 그걸 꼭 큰소리로 말을 한다는 거다.
어떤 유식한(!) 아저씨는 지하철에서 나와 신랑을 보더니 아주 큰소리로(!) 자기마누라에게 저 아가씨가 쓰는 언어는 독일어이고 저 아가씨는 저 독일인을 지금 가이드하는 중이라고 말하더라.
심지어 저 남도여행때는 식당에서 우리때문에 싸우는 부부도 봤다. 옆테이블의 여자가 국제결혼한 사람들이다 이러니까 남편이 욕을 하면서 어딜봐서 국제결혼이냐고 저 아가씨는 통역하는 사람이라고 어쩌고 마누라는 당근 왜 욕은 하고 난리냐고 가서 물어보라고..ㅜㅜ
아 얘기가 새는데 생각하면 열받는다..
물론 좋은 얘기들도 많이 들어봤는데 좋은 얘기라도 그렇다 그걸 왜 그렇게 큰 소리로 그리고 꼭 우리가 전혀 옆에 없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지 남편은 무례하다고 아주 질색을 한다.
각설하고 독일살때 날씨도 오늘처럼 구질구질하던 어느 날 기분전환도 할겸 밝게 차려입은 나는 거기에 맞는 스타킹 두 색을 골라 한 짝씩 신고는 남편에게 나 어떠냐고 물었다.
내 남자는 둘 중 하나로 골라달라는 얘기로 들었는지 둘다 잘 어울려..하하하
그게 아니라 이렇게 나갈려고 한다니까 마구 웃더니 마음대로 하라고..^^
그 날은 큰 강의가 있는 날이었는데 내가 아는 애들이며 다 난리났다..ㅎㅎ 그때 역시 독일인과 결혼을 하고 강의를 청강하시던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어쩜 그렇게 내 남편이랑 똑같냐며 재밌는 얘기를 들려주셨다.
그 남편은 어느 날 구두를 짝짝으로 신고 나갔다는거다. 문제는 내게처럼 대놓고 캄캄해서 몰랐지라던지 물었으면 좋았을텐데 어느 남자가 아주 심각한 얼굴로 잠깐만 자기를 따라나오라고 하더니 조용하게 그러더란다 당신 구두를 짝짝으로 신었다고..
그래서 이 아저씨 상대가 민망할까봐 손을 입으로 가져가며 깜짝놀라는 척을 하셨다나..하하 진짜 멋쟁이다.
이제야 몸매도 전혀 도와주지 않고, 아니 그런 열정자체도 사라져버렸지만
그래도 가끔은 아무도 신경안쓰고 내 멋에 살던 당시의 그 자신감이 사무치도록 그립다.
2005.10.06.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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