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신없이 바빴는데 드디어 내일이다.
아니 그때 얘기했듯이 엄밀히 말하면 오늘 밤 12시에 내 남자가 마흔 살이 된다.
내가 내 남자를 만났을때 그의 나이 26살.
참 오랜시간이구나 싶어 괜히 감상적이 되는 사야
결혼전에도 결혼후에도 정말 남편 속 무지 썪였다.
역마살만 낀게 아니라 도화살까지 낀 마누라. .ㅜㅜ
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너랑 다르다고 철없이 방방뛰던 마누라.
그것도 모자라 툭하면 우울증에 불면증에 너를 만나 나답게 살지 못한다고 제발 나를 놔달라고 난리치던 날들..
한국에 갈때마다 이게 마지막일지도, 내 마누라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이 남자가 이젠 네가 나를 떠나지 않을거란 확신이 든다고 한게 삼년 전.
그 얘기를 듣던 삼년 전 내 생일 날 소름이 확 돋았다.
아 당신 참 무서운 사람이구나 어쩜 그 시간을 그렇게 평온한 얼굴로 잘 참아내었니.
갑자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눈물난다..ㅜㅜ
그렇다고 내가 뭐 그리 개판인 인간인 것만은 아니고 좋은 점도 많다..ㅎㅎ. 내 남자도 사람인데 그렇게 무작정 참아주기만 했겠냐..^^
거기다 내 남자 단점도 열거할려면 무궁무진하고 실제로 부부는 다 끼리끼리 사는거다.
부창부수란 말은 뭐 괜히 나왔겠냐..ㅎㅎ
지금도 아주 가끔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렇게 살려고 하지 않았다고 하는 날이 있긴해도 어쨋든 긴 시간이 지나 그 모든 것을 함께 겪으신 우리 시어머니.
얘야 이제 네 옆에 있는 내 아들이 안심이 되고 행복해보인다고 하실만큼 그래도 꽤 안정이되었으니 감사한 마음이다.
물론 우리 시어머니는 당신아들뿐 아니라 당신 딸내미까지 나한테 부탁하신다고 해서 나를 암담하게 하시긴 하지만..흑흑(이 얘긴 개봉박두까지는 아니고 개봉예정..^^)
각설하고
그동안 진행상황보고를 해야겠다.
섹쉬사야프로젝트는 짧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스무살도 아니고 살을 그냥 빼서 어디다 쓰겠냐는 생각에 일반 다이어트가 아닌 먹을거 다 먹고 마실거 다 마시고 운동만 죽어라고 했다.
결론은? 엄밀히 따지면 아니지만 그래도 성공이다...^^
몸무게는 기운빠지도록 잘 안빠졌고 물론 트레이너 말은 술을 그렇게 마시는데 그나마 그 몸매가 만들어진다는게 자긴 신기하다고 할 만큼 상황은 암담했으나..ㅎㅎ 그래도 운동을 하루도 안빼고 열심히 한 덕인지 뱃살이며 전반적으로 군살이 많이 빠졌다.
무엇보다 내 남자가 자기 마누라가 몰라볼 정도로 탱탱해졌다고 몸매자체가 중요하지 몸무게가 뭐가 중요하냐고 신경쓰지 말라며 어마어마하게 행복해한다..^^
운동을 하며 몸매관리를 하기 시작하면서 나름대로 충격을 무지 받았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나는 정말 내가 그렇게까지 뚱뚱한지 몰랐다.
얼마전에 산 바지가 눈에 띄게 커졌는데도 삼년전에 산 옷이 안 맞는다니.
하도 옮겨다니니 나를 그냥 처음보는 사람들이야 원래 그런 줄 아니 별 말 없고 혹 아는 사람들이 뚱뚱해졌다고해도 살이 찐건 뭐 확실하니 그러려니 했다.
작년 동경에 왔던 고기공이며 자운영님이며 어쩌다 그렇게되었냐고 조금 걱정을 내비쳤는데도 무시했다. 아니 진짜 그 정도인 줄 몰랐다..ㅜㅜ
그러니까 남편이 내 몸매자체보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아하는게 더 충격적이라는게 드디어 이해가가더라
내가 모르는데 어찌 충격을 받겠는가.
이 문제는 정말 철학적(?) 사고까지 이어졌는데 매일 거울을 보고, 사이즈 55, 좀 말랐을때 44도 맞았던 애가 66도 잘 안 맞아도 그걸 인정하지 않는 그 고집.
내가 믿고 싶지 않은 건 잘 안보인다는 거라고 할까.
그러니 인간의 지각이란게 얼마나 불안전한건지. 과연 내가 보고 믿는 것들이 진짜인지 별 머리 복잡한 생각이 다 들더라.
어쨋든 남편은 역시 너는 목표를 세우면 해내는 애라고 감격스러워하고 나같은 백수는 평소에 자신에 대해 만족감을 느낄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번 일은 내 스스로가 무지 대견한 그런 경우라 기쁘다
정말 아침에도 술이 덜깨 미칠것 같아도 이를 악물고 올라가 운동했다..ㅎㅎ
그리고 근 삼주간 나를 괴롭히던 글자메시지 프로젝트도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그때 올린 마루바닥 사진들을 사람들에게 보내서 그들이 그 글자를 들고 사진을 찍고 내게 다시 사진을 보내 메시지를 맞추는 그런 프로젝트였는데 디카가 없는 시댁식구들이 보낸 필름이 오는데만 일주일. 온 걸 현상해보니 영 아니어서 다시 확대해서 자르고 ..
그렇게 잘 설명을 했는데도 못 알아듣고..ㅜㅜ 자기들 맘대로 보낸 사진이며 빨리 보내달라고 해도 끝까지 버티는 사람들이며
제일 걱정한건 불독커플이 2주간 휴가를 가서 걔네들이 돌아올때까지 맞출 수 있는가였는데 문제는 걔네들 사진을 찍고도 다 사진이 안도착했다는거..ㅜㅜ
원래는 더 많은 다양한 얼굴들을 넣을 생각었는데 그랬담 프로젝트 물거품이었다.
어제 저녁 사진관에 가서 빌다시피해 계획했던 액자까지는 물 건너가고 다행히 사진들만 다 현상했다.
사진 질? 그런거 아무상관안한다고 제발 해달라고만 빌었다..(일본말로 상황설명하며 다스케테구다사이 불쌍하게 말하는 내가 상상이 가시는지..ㅜㅜ)
얼마나 신경을 쓰고 힘들었는지 다시는 이런 짓(?) 안한다고 어제 결심했다는 거 아닌가..ㅎㅎ
지금 이렇게 감정적이 되어 혼자 난리이긴해도 내일 사람들을 그것도 생일파티한다고 초대했으니 음식도 준비해야하는거.
이삼십명 초대하고 눈하나 깜짝안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겨우 여덟명 밥먹는것도 안해보다 보니 무지 부담이 되었다.
어제 평소대로 회전초밥집에 가서 밥을 먹고는 일요일날 초밥을 좀 주문하겠다고 했다.
그 초밥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가 일년내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서 엄청 먹는데다 점장은 독일 일본대사관에서 일했다고 독일어를 좀 해서 우리를 무지 반가와하고 제일 신기했던건 우리아파트 헬스클럽에서 원래 알던 남자가 그 집 주인이라는거.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했다. 초밥은 신선함이 생명이라서 절대 가게 밖으로 내보낼 수가 없다는 거다.
우리가 엄청난(?) 고객이기도 하고 친분도 있기에 좀 섭섭하더라
사실 나는 그런 것에 익숙한 한국인이기에 나랑도 가끔 헬스클럽에서 몇 마디 나누는데다가 영어무지 잘하는 그 사장이랑 술도 함께 마셨었고 자긴 가게에 잘 안나가지만 문제가 생기면 바로 전화하라는 말이 물론 떠올랐지만
원칙을 지키는 그들의 모습과 장신정신에 굴복해 결국 포기했다.
몇 가지 뷔페로 할거라 초밥대신 무슨 메뉴를 올려야하는 지 시간도 없는데 머리는 깨지지만 말이다.
내가 좀 미리 정신을 차려서 마흔살생일에 남편이 아기아빠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래도 그 많은 일들속에 이렇게 내가 그의 마흔 살 생일을 옆에서 축하해줄 수 있다는게 어딘가하며 위로한다..^^
무슨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는 건 아니더라도..ㅎㅎ 이 자리를 빌어 시한폭탄같은 나를, 걱정되고 쉽지 않았을 그 오랜 시간을 지원해준 내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에게 그리고 그의 가족들 또 그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별 일없고 또 내가 건강해서 그의 오십세 육십세 그리고 등등 챙겨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아직 완전하진 않아도 이제야 천천히, 함께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배워가는 사야다.
2005.07.23 東京에서....사야
이 글을 쓰는 동안 동경에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시장가야하는데 에레베이터 중지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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