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나는 시도때도 없이 술을 마시는 알콜중독자다.
그래도 내가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건 소주를 못 마시는데다가 아무리 술이 떨어져 손이 떨려도 집에 있는 위스키에는 손을 대지 않기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증상이 좀 심각해져서 가끔 그 위스키를 쥬스랑 칵테일을 해 마시기도 해 누가 그 비싼 술 맛을 망치냐고 그냥 마시라는 구박을 남편에게 받기는 하지만 독한 술이 싫은걸.
술이 취해 난리를 치는 적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술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때거나 아주 마음속 얘기를 꺼내놓을때라 알콜중독폐해도 그리 크지 않은 편이고 말이다.
벌써 2년 가까이 되어가는 얘기긴해도 동경에 처음와서 일주일가까이 단지 술 사러나가기가 귀찮아서 술을 한방울도 마시지 않았던것도 내겐 아 그리 중증은 아니구나하는 위안이 된 것도 사실이다
오늘 남편이 오전에 또 휴가를 내고 치과에 갔다. 지난 번과는 다르게 이번에 알고 있었기에 어제 남편이 좋아하는 걸로 장을 보고 오늘은 특별한 점심을 준비했다.
지난 금요일부터 회사일로 살이 떨릴 정도로 열을 받아하는 남편은 오늘도 식사를 하며 엄청 흥분을 했고 어쨋든 도살장에 소가 끌려가듯 옷도 갈아입지 않고 출근을 했다.
나도 오늘은 치과약속이 있어 서둘러 나갔다가 원래는 몇 일전에 개봉한 말아톤을 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늦게 회사에 간 남편이야 열시는 넘어야 집에 올거니까.
신랑생일에 내 몸매만들기말고 생각한 프로젝트가 하나 더 있었다. 넘 복잡하고 시간도 촉박하고 해서 거의 포기상태였는데 저렇게 힘들어하니 그냥 무리해서라도 시도를 해볼까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래서 치과치료후에 대충 초안을 검토해보려 바에 들렸다. 지나다니다 꼭 한 번 들어가봐야지했던 바인데 며느리도 모르는 벨기에산 맥주들만 파는거다.
뭔가 추천을 해달라고해서 8퍼선트나 되는 맥주를 이래저래 계획을 짜보며 기분좋게 두 잔이나 마셨다.
문제는 내가 점심에 신랑이랑 밥을 먹으며 포도주를 마셨다는거..
어쨋든 실행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어나 나오는데 지그재그로 걸음이 걸리는 거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아 술을 마셨구나 했구 사람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대낮부터 이렇게 술이 취했다면 얼마나 우스울까 혼자 킥킥대며 필요한걸 사러 문방구에 들렸다.
그 못하는 일본어로 필요한걸 물어 물어 다 구입하고 또 몇 주전부터 자르려고 마음먹었지만 못가고 있던 미용실에도 들려 내가 원하는 대로 머리도 자르고 내가 술을 마셔 정신이 없다는 농담(?)까지 하고 집에 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 완전히 맛이 가 두 시간이 넘게 쓰러져 잤다는 거다.
평소 내 주량으로 보면 내가 오늘 마신 양은 많은게 아니지만 그 놈의 8퍼센트 맥주를 생각하면 그 짧은 시간에 포도주를 한 병 이상 마신게 되어버린다.
거기다 맥주를 마시고 포도주를 마시면 괜찮은데 거꾸로는 늘 탈이 난다는거.
여덟시가 넘어 깨지는 머리로 일어나 물을 일리터도 넘게 쏫아 붓고는 남편 저녁을 준비하는데 참 오랫만에 겪는 모습이라 낯설기고 하고
중요한건 갑자기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싫어졌다.
어차피 그리 명예롭지도 못한 알콜중독자란 타이틀 조만간 반납해야하지 싶게 우울한 밤이다
2005.07.06 東京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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