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시부모님이 전화를 하셨던 때다.
울 어머님 한참 얘기를 하시다가 먼저 마틴을(울 시아버님)을
바꿔주신다며 근데 깜짝 놀랄 사람이 더 있으니 기다리라신다.
시아버님이랑 통화를 하고난후 깜짝쇼같은 거 잘 못하시는 울 시아버님
분위기깨게
기다려라 마리아네 바꿀께..ㅎㅎ
마리아네는 시어머님의 세 살 아래 여동생이다...^^
어 거긴 왠일이야? 내 묻는 말에
야 그냥 나혼자 전화하긴 쑥쓰럽고 너한테 멜보내기 힘들어 니 생일 여기 껴서 축하전화할려고 뮌헨부터 달려왔다는거 아니니?..
하하. 빈말이라도 정말 고맙다.
그녀 마리아네 내 시이모님.
울 시댁사람들만 얘기해도 한 일년은 블로그얘기거리가 안끊길 만큼 엄청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긴 하지만 그녀야말로 버금가라면 서러울 그런 사람이다.
시어머님은 세 자매다. 막내 시이모님은 남편의 대모시기도 해서 또 친하긴 하지만 마리아네는 내게 참 특별한 사람이다.
물론 나도 그녀에게 특별한지는 모르겠다...^^
단지 잘은 몰랐어도 처음 만났을때부터 뭔가 가슴을 치는 그런 모습을 보였던 그녀.
언젠가 남편이 무슨 말을 하다가 마리아네이모는 딱 너처럼 복잡한 성격의 사람이란 말에 더 가깝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ㅎㅎ
사실 내가 별로 안좋아하는 직업인 의사였던 그녀가 나랑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잘 몰랐다. 의사가 되기전 사진학교에서 이년간 배우다 의학으로 바꿨다는 얘기를 알기전까지는..
거기다 이쁘던 (내 생각엔 시어머님 세 자매중 최고 미인이다..ㅎㅎ) 대학생때 상처한 나이많은 교수랑 사랑에 빠져 온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는 그녀는 지금 혼자다.
그 얘기를 듣고 아니 늙은 사람이니 빨리 네 곁에 없게 될거란 그런 생각은 안했냐고 당돌하게 묻는 내게 얘 지금생각하면 좀 억울하긴 하지만 그땐 사랑에 빠져서 그런 생각까지 할 여유가 없었다고 웃던 그녀.
수 십년을 월세로 사는 아파트에 침실은 한동안 미친듯이 빠져있었다는 도자기실로 꾸며 전기가마까지 들여놓고 소파침대에 몸을 누이던 그녀를 내가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었겠는가 (어쨋든 저 독일의 아파트시스템은 경이를 넘어 존경스럽다. 월세에서 삼십년을 넘게 살다니..)
그런 그녀가 올해 일흔이 되었다. 작년부터 올해 온 식구들을 모아
파티를 하고 싶다고 우리가 제일 멀리 있으니 내 의견을 물어왔었다.
우리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꼭 참석하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더니 아이같이 좋아하던 그녀.
혹시해서 말은 그렇게 했어도 우리집이야 내가 보스니까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꼭 그녀의 생일파티에 참석해서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문제는 시누이..
작년 시월에 아이를 낳아 혹 작년 우리가 가는 크리스마스때 세례식을 할까 기대했더만 안한다더니 갑자기 올해 마음을 바꿨다며 세례식을 하겠다는 거다.
우리가 대부모가 되기로 했으니 참석해야하는 건 당근.
여름에 두 번이나 독일에 갈 수는 없고 이래 저래 시간을 맞추다보니 당연히 시누이 아이세례식이 우선.
마리아네 생일모임은 어떻하니? 란 내 말에 세례식이 더 중요한거 아니니그러는 시누이가 정말 그렇게 얄미워보긴 또 처음이다.
어쨋든 미안해서 멜도 못보내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내 생일축하한다는 통화하면서야 못간다고 얘기했다.
우리가 독일에 자주가도 그녀가 사는 곳은 시댁에서도 여서일곱시간은 걸리는 곳이라 자주 보기는 어렵다.
거기다 크리스마스때는 독일전통상 식구들끼리 보내는 거라고 사양하기 일쑤이고..
그러면서도 선물은 단 한 번도 빼지않고 꼬박꼬박 식구수대로 챙겨 보내는 그녀.
몇 년 전 결국 성탄절에 한 번 왔을때 우리가 선물한 탱고씨디를 틀곤 야 너랑 나랑 탱고추자고 스텝을 밟기시작하던 그녀가 너무 보고싶다.
자식이 없는 그녀의 생일을 잘 챙겨주고 덕을 쌓으면 애없는 우리 칠십살 생일때 혹 받게될까 싶은 얄팍한 생각도 있었는데..ㅜㅜ
어쨋든 독일에서 그런 생일을 하면 참석자가 다 이벤트를 준비한다. 악기를 하는 사람들은 연주도 하고 자작시를 낭송하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정말 가게되면 내가 고안한 춤이라도 출 생각이었지만 몸은 갈 수 없으니 뭔가 좀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그녀를 즐겁게 해줘야할 지 모르겠다.
맘같아선 동경오는 비행기표라도 선물하고 싶지만 요즘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하는 그녀가 혼자 동경에 올리만무고 사진전문가에게 사진을 찍어 선물할 수도 없고.
얼마전부터 수채화를 시작했다는 그녀.
내가 전에 시누이에게 선물했던 수채화가 너무 좋더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오랫동안 놓고 있었던 그림이라도 그려야하나 그녀와 통화한 후 머리깨지는 사야다.
2005.06.21 東京에서...사야
그녀가 찍어 준 스냅사진인데 앨범에 있는 걸 찍다보니 이 모양..ㅜㅜ
그리고 역시 흐릿하지만 그 앨범에서 발견한 아주 오래전의 내 모습.
배경은 그때 올렸던 칸딘스키와 뮌터의 그림이 있다는 뮌휀의 렌박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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