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전화하는 걸 너무 싫어한다.
출장을 가도 전화 한 번 하는 법이 없고 회사에서 그냥 집에 전화한다는 건 일년에 한 두번 일어날까 말까하는 그런 일이다.
그것까지는 같이 살만큼 살았고 내 문제니까 넘어가줄 수가 있다.
문제는 시댁에도 생전 전화를 안한다는거다.
내가 전화를 드리긴 해도 시부모님 마음이야 아들내미 목소리라도 들어보는게 당연한 것.
전화한번 할려면 어찌나 짜증을 내는지 우리부부의 심각한 문제중 하나다.
눈치봐서 기분좋을때 걸자고 해야하고 심지어는 빌기도 하고 우리엄마에게 전화하자는 거냐 네 엄마에게 전화하자는건데 왜그렇게 속을 썩이냐고 화도내고..
그러다 우리부부가 결혼위기를 간신히 넘긴 더블린생활 두해째부턴 알아서 일주일에 한번씩 독일로 전화를 했었다.( 물론 너랑 안헤어지는 조건 중 하나라고 못을 박았기에.)
동양으로 온후부터는 시차도 그렇고 일도 많아서인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버려서 여간 힘든게 아니다.
거기다 전화해야지하면 또? 그러고 짜증을 확내면 기분도 진짜 나쁘고 그러다 또 싸운다.
난 정말 다시 한 번 노력할 수는 있어도 사람은 안변한다는 걸 이 걸로도 실감했다.
올 봄 다시 대판 싸우고나서 앞으로 내가 시댁에 전화하자는 말은 절대 먼저 안하겠다고 니 부모 니가 알아서 챙기라고 알아들을 만큼 설명을 했고 약속을 받아냈다.
문제는 사주가 넘도록 전화를 안하는거다.
결국 내가 또 못 참고는 전화하자고 우겨서 전화를 걸었다.
우리 살아있다며 근데 왜 어머님은 한번도 전화안하셨냐고 했더니 기가막힌건 울시어머니
전화가 안오길래 뭔 일 있나 싶어(하긴 내가 이런 적이 한번도 없으니) 괜히 짜증스럽게할까봐 가만히 계셨단다..-_-;;
그러면서 너희 소식은 한다리 건너 전해듣고 있었다고..ㅜㅜ ( 시이모님 생신문제로 시이모님이랑 이멜을 몇 번 주고 받았고 시누이애기 세례문제로 시누이가 전화를 했었다. 이문제도 열받는데 이건 따로 얘기해야겠다..ㅎㅎ)
정말 전화안하는 남편 얼르는것도 힘들지만 이렇게 오버해서 배려하시는 시어머님챙기는 것도 힘들다.
어쨋든 난 이제 그만 애쓰고 살기로 했다.
십년넘게 그 사이에서 애썼으면 이젠 되었단 생각이고 안그래도 싸울일 많은데 이젠 이문제론 더이상 싸우기 싫다.
당신아들이 전화안하는거 아시는 울 시어머님 예전에 관두라고 왜 당신들 문제로 우리가 싸우냐고 하신적이 있다.
문제는 예전엔 무슨 얘기든 솔직하게 했는데 지금은 연세도 있으시고 마음도 많이 약해지신지라 왜 우리가 전화를 안했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가 없었다는 거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렇게 키우신 시부모님도 책임을 나눠지셔야지...
당신남편이랑 당신아들이 너무나 닮았다는 걸 나를 통해 확인하신 시어머님.
당신의 힘듬이 내 힘듬이 될까봐 고민하고 계신 분이니 내가 이런 문제로
안싸우고 당신아들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게 효도려니 자위하련다..^^
2005.05.05 東京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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