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날아다니면서도 나는게 늘 무서워
반복학습이 된다는데 절대 적응이 되질 않아.
비행이 공포스러운건 결국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닐까.
어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지도 모른다는 공포.
누군간 차라리 그게 나을거라는데
난 삶에 미련이 많은가봐.
아니 죽음의 방식에 집착하는거겠지.
그래도 저런 순간은 무척이나 황홀해.
날아야만, 그 공포를 극복해야만 접하는 세상이니까.
우습게도 그냥 아무생각없이 저 속으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딱 한 번 조종석에 들어갔던 적이 있어
시속천킬로로 나는 거대한 물체를 움직이는 공간.
앞으로 환하게 펼쳐진 하늘을 보며 꼭 어린시절 만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환상적 기분이었지.
그래도 비행은 좋아지지 않더군
땅을 딛고 서있어야만하는 소심한 내 한계는 쉽게 극복되는 건 아니었던거야
단지 비행을 하다 사막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는 쌩떽쥐베리의 마음만은 조금 이해할 것도 같았어
키팅선생을따라 겨우 책상위로 올라간것뿐인데도
인식의 변화였던거지.
모래의 여자를 읽었어.
끊임없이 모래를 퍼내야만한다네.
도망칠 수도 없고
내려오는 길은 있었는데 올라가는 길이 없다더군
근데 왜 난 그 책을 읽고 조나단 리빙스턴이 떠올랐을까.
그래도 왠지 날아오를 수 있을것만 같은
언젠가 은빛날개를 소유할 수 있을것 같은.
그런 간절한 욕망에 사로 잡혔지.
그런데 왜 계속 모래를 파내는거냐구?
희망때문이지
열심히 파내다보면 그게 혹 굴이 되어 나를 저 바깥세상으로 데려다줄 지도 모르니까.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멋진 영화가 있지
사실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희망이야.
꿈꾸지 않는 인간이 꿈꾸는 인간보다 훨씬 행복하지
만족하니까
그래서 같은 삽질을 하게되도 후자가 훨씬 고통스러운걸거야
희망은 또 절망이란 친구와 늘 세트거든
과연
두더지의 일상이 갈매기의 비상으로 승화될 수 있을까
그런데 꿈꾸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그러니 잠시 담배 한 대피우고
난 또 열심히 삽질을 하게 되겠지
2005.03.15 東京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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