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아름다운 친구

史野 2005. 2. 25. 15:15


 


Egon Schiele-The Family

 

 

내게 있어 장애인은 그리 낯선 얘기가 아니다.

 

중학교때부터 장애아동시설들을 다녀보았는데다가 고등학교때 툭하면 놀러가곤했던 친한 친구는 말을 하긴 커녕 앉아있을 수도 없는 중증정신지체동생을 직접 밥을 떠먹여가며 돌보고 살았었다.
그러니 밥을 반은 흘리는 그 옆에서 나도 같이 밥먹고 놀고 그 애랑 물론 친구 통역이 필요했지만 농담도 하고.

 

교회중창단원을 함께해서 따랐던 오빠 역시 심한 소아마비였는데 같이 영화도 보러가고 잘도 돌아다녔다.

 

내가 원래 남을 신경쓰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런지 아님 어려서 그랬는지 누군가 우리를 이상하게 쳐다본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고등학교 대학모두 동창인 친구가 소아마비인 남편과 결혼했을때 사랑하는데 뭐가 문제랴하고 간단히 생각했다.

 

그런데 첫 아이를 낳은 후 만났던 그 친구는 사람들의 무지막지한 시선에 엄청 마음아파했다.

심지어 에레베이터를 타려다가도 무슨 동물보듯이 자기들을 뒤돌아서까지 쳐다본다는 거다.

 

겉만 멀쩡한 사람들도 많은 세상에서 어찌나 안타깝고 충격적이었는지.

 

 

 

내게는 정말 이쁜 친구가 있다. 너무 이뻐서 길거리가다가도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의 미모였다
(하긴 이렇게 써놓고 보니 장애건 이쁘건 돌아보는 게 한국인습관인가..-_-;;)

 

이쁘고 피아노도 잘 치고 성악을 전공한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았고 난 친구가 멋진 남자를 만나서 공주처럼 살거라 생각했다.

 

그 친구는 그러나 지복이 그런건지 내 맘에 안차는 남자를 만나 결혼했고 그 남자랑 난 싸움까지 했다.
난 남편친구들은 물론 내친구남편들과 모두 친한 남자다운 애라서 나랑 싸웠다는건 좀 심각한 문제다.
(곧 죽어도 지 승질이 그지같아서는 아니라고 우기는 사야..ㅎㅎ)

 

이혼하라고 해도 친정엄마때문에 못한다며 힘들게 결혼생활을 하던 친구가 아들을 낳아 이쁜 백일사진을 보내왔을때 이 아이가 복덩이가 되어 행복하라고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며 빌었다

 

엄마를 닮아 백옥같은 피부를 가진 그 이쁜 애가 청각장애라는 걸 안건 돌이 지나서란다.

 

한국에서 장애인에대한 대우가 어떤지 뒤늦게야 정신을 차린 나는 친구에게 제발 이민을 가라고 했지만 그건 또 어디 쉽겠냐던 친구.

 

어찌 어찌 돈을 마련하여 엄청난 수술을 했지만 너무 늦은건지 아이 혀는 많이 굳었고 아직도 말을 잘 하지 못한다.

 

본인은 챙기지도 못하고 아들놈 밝고 이쁘게 키우며 헌신적으로 사는 친구를 만날때마다 차마 겉으론 어쩌지 못하고 속으로 눈물을 흘린다.

 

일반 유치원을 보내며 내 친구가 수도없이 머리조아렸어야했던 날들 그리고 또 앞으로의 날들.

 

예전엔 내가 언니같은 친구였는데 아들을 키우며 친구는 부쩍 성숙해있는데다 어찌나 강한 모습인지 정말 엄마는 위대한 거란 생각이 절실히 든다.

 

다행스럽게도  마음에 안들던 남자가 아이가 그렇다는 걸 알고는 어찌나 열심히 살며 자식 마누라를 챙기는지 만나면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게 고맙다.

 

나같은 애도 사람 잘못볼때가 있다고,알고 보니 너 시집 잘갔네했더니 내가 이런 얘기도 들어보는구나하며 쑥스럽지만 환하게 웃던친구

보통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은 또 아이에대한 욕구가 강하다던데 둘째 생각없냐는 물음에 하나 간수하기도 힘들다고 친구는 고개를 젓는다.

 

그 애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원래 작년에 학교에 갔어야하는데 못 보낸 친구는 그 생각만 하면 잠이 안온다고 했다.

 

아이학교들어가는데 혹 가방이라도 하나 사갈까 어제 전화했더니 꼭 아들내미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같아 가슴이 답답하다는 친구.

 

나도 그 이쁜 놈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속상한데 엄마인 친구는 속이 어떻겠는가.(어제 친구목소리를 듣고는 하도 속상해서 술을 잔뜩 마셨다 핑계도 좋지..-_-;;)

 

말이 늘어도 평생을 보청기와 기계를 소지해야하는 아이

그래도  빨리 말이 늘어서 내가 지엄마랑 그랬던 것처럼 엄마와 피아노앞에 앉아 노래도 부르고 깔깔대며 웃을 수 있기를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통화하고 말거나 밥한끼 간신히 먹고 헤어져 늘 미안한 마음인데도 그래도 가까이 살아 가끔 얼굴보는게 어디냐며 고맙다는 착한 친구.

 

얼마전 친구는 내 작은언니가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왔다.

그럴 수 없는 걸 잘 알면서도 너도 이리로 이사오면 좋겠다며 쓸쓸히 말하던 친구의 말에 그애의 고단한 인생이 전해져와 가슴저렸다.

 

어찌 고통받는 사람이 이 땅에 내 친구뿐이랴.

남과 좀 다르다고 해서 아님 못산다고 해서 소외받고 상처받지 않는 그런 사회를 간절히 꿈꾼다.

 

말아톤영화도 성공적이라는데 주변 외로운 아이들에게 우리모두 따뜻한 눈빛 건넬 수 있기를

 

 

 

 

 

 

 

20054.02.25 東京에서..사야

 

 


 

 

넘 무거운 얘기니 잠시 재밌는 얘기하나할께요

 

작년에  친구 만나고 난 다음 날인가

친구가 넌 여전히 처녀같고 넘 보기 좋더라고 너 간다음에 자기가 거울한 번 더 봤다고 전화를 했길래 올케언니에게 자랑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이쁜 친구가 내가 더 이뻐보였다니 자랑할 만 했지요 그런데 우리 언니.

어휴 고모는 아무리그래도 그렇지 그 아가씨야 기본이 있는데 아무리 안가꿔도 여전히 이쁘겠지요 ㅎㅎ
(결론은 어디다 비교를 하고 좋아하느냐는 솔직한 올케언니의 답변..^^)

 

 

 

결국 자리가 난다는 월요일에 한국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어제 확실하게 결정을 했기에 아직 표도 받지 못했습니다만은..^^
남편회사가 하도 엉망이라 좀 옆에 있어주면 좋겠지만 혹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하는 제 스트레스도 만만치않은지라 그냥 갈려구요

 

 

시간이 없다고 하기도 하고 살짝 다녀오기도 해 지은 죄를 사죄할겸 공고합니다

 

월요일에 양양사시는 선녀님을 금요일엔 광주사시는 가시님을 서울에서(!) 만나기로 했답니다.

금요일엔 몇 분 더 대학로에서 모일 생각이니 혹 오실 생각있으신 분들 제게 멜 주시면 장소와 시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다 편하신 시간에 뵐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 멀리서 오시는 분들을 생각했으니 이해해주시구요

이 글 읽는, 사야를 원래(?) 아시는 분들 알아서 금요일에 나와주시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헤헤

 

수천님은 시간되시면 월요일에 함께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분교번개를 할겸..제가 선녀와 나뭇꾼의 들러리도 할겸..ㅎㅎ


근데 화요일도 쉰다고 하고
이러다가 치과는 언제갈지 모르겠는데다 어느 분 말씀이 치과가면 술도 못마신다는데 사실이 아니기만을..하하

 

 

모두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사진은 작년에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인천공항입니다.

'먼지 묻은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79년 그 어느 날  (0) 2005.03.21
독백형식의 답장  (0) 2005.03.15
미국에서 온 뜻밖의 전화.  (0) 2005.02.16
그래 드디어 서른 아홉이 되었다  (0) 2005.02.11
세월이 가면...  (0) 2005.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