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묻은 이야기

그림과 사진

史野 2004. 1. 8. 11:43


Edgar Degas. The Star. 1876-77. Pastel on monotype. Musée d'Orsay, Paris, France








그림이나 사진이나 둘 다 평면적 예술이고 내가 둘 다 좋아하는 거다



둘 다 우리가 보통은 그냥 지나치는 대상들을 때론 아름답게 때론 너무 적나라하게 정지시켜놓아 감상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까지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내게는 굳이 고르라면 질감이 느껴지고 복제가 거의 불가능(?)한 그림이 더 좋다..ㅎㅎ



지금이야 그림과 사진이 경쟁관계였다는 얘기가 우습고 각자의 갈 길을 잘 가고 있지만(이건 전통적 회화와 사진얘기다. 지금이야 순수회화라는 자체의 의미도 없어져가니 말이다) 사진이 처음 나왔을때는 그렇지가 않았다



알다시피 예전에야 그림은 기록적 역할이 컸다



왕국의 기록화 초상화 교회의 종교화..거기다 왠만큼 살았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초상화 한 장씩은 남겨놓으려고 했구 심지어 유명한 사람집에 사람을 보내 초상화를 그려오게 해 간직하기도 했단다



지금이야 뭐 좋아하는 사람 사진을 그것도 마구 복사할 수 있지만 한 장 한 장 그려야했던 시절 초상화 갖는거에 경쟁은 안 일어났나 모르겠다..^^*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일을 사진에게 빼앗기게 된 후 부터 그림은 자연 고유의 색에서 형태에서 자유로와졌다고 할까?



작은 상자에 난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게 하는 상자는(camera obscura) 11세기에 벌써 아랍에서 발견되었다고 하고 그 유명한 호기심쟁이 다빈치도 여러번 실험을 했다지만 처음 사진이 인화되어 나온건 1840년이다



그 후 사진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사진은 회화적인 느낌을 향해 그림은 또 스케치대신 사진을 쓰는 나름대로 서로 영향을 미치는 역할에 놓이게 된다



거기에 대표적인 화가 하나가 렌박이다. 그는 초상화가로 엄청난 명예를 누리게 되는데 사실 제대로만(?) 그리면 그 당시 초상화가만큼 경제력이 보장된 화가도 없었을거다



그런 그가 초상화를 그리며 때론 모델모르게 사진을 찍게 해 그 사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단다.



심지어 사진을 캔바스크기로 확대해서 그대로 베끼는 방법도 썼다니.


Franz von Lenbach
Franz von Lenbach mit Frau und Töchtern
1903


이 그림은 실제로 가족사진을 보고 그린 건데 온 가족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는 걸 금방 알 수가 있다


사진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화가는 드가(1834-1917)이다. 그의 그림들을 보면 스냅사진같은 인상을 주는 것들이 많은데 그 역시 스스로 사진찍기도 좋아했구 사진을 통해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는 거다



결국 사진기술은 화가들에게 새로운 눈을 선사했다고 할까?







또 사진하면 떠오르는 화가(?)는 앤디워홀(1927-1987)이다. 그가 마를린 먼로의 사진을 복사한 작품은 너무 유명하다.







이 체게바라 이미지는 먼로이미지와는 좀 다르긴 하지만 그는 우리 주변의 익숙한 것들을 소재로 반복을 통한 무의미를
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전적으로 보는 이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반복을 통해 무의미를 느끼던가 아님 강조를 느끼던가는 당신의 몫이다



어차피 그림이건 사진이건 갇힌 영혼이 자유를 갈망하는 몸짓이니 말이다..









2003.12.30 東京에서...사야




Lothar Wolleh,
Man Ray
Paris, 1967


만레이(1890-1976)는 초현실주의 화가이기도 한데 제겐 사진가로만 인식되어져 있습니다. 그는 우리도 어린 시절 감광지위에 여러 물체를 올려놓고 놀았던 그 레이요그램을 창안했죠.





Schubert-Arpegione1(Flute)





 
 
 
한 해를 정리하며...

또 한 해가 갑니다

2003년은 전쟁이며 몇 일전 지진까지 티비틀기가 겁날만큼 끔찍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던 해가 아니었나 합니다

한국은 무엇보다 정치문제로 뉴스읽기가 짜증났던 해이기도 했구요

2003년은 제게도 참 힘든 해였습니다.

1월 7일에 홍콩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11개월도 못 채우고 다시 동경에 자리를 잡았으니 말입니다.

늘 씩씩하긴 해도 나라를 옮겨다니며 그냥 주부로 사는거 정말 쉬운 일은 아니랍니다.

거기다 올해는 개인적으로도 친정엄마에게 큰 상처를 받아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벌써 몇 달이 지났구 엄마니까 용서를 하긴 했지만 사실은 아직도 나를 낳은 엄마가 내게 그럴 수 있었다는 게 솔직히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또 여러가지로 정리가 되지 않고 왔다리 갔다리 했던 일은 저희 부부가 자연임신이 힘들 것 같다는 의사의 의견이었지요

큰 문제는 아니라지만 하나면 괜찮은데 둘 다 조금의 문제가 있고 또 나이도 있으니 빨리 뭔가를 해보라던데..

어떤 노력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니 스스로 그런 노력을 할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는 건지 이런 저런 생각으로 시간만 보내다보니 또 이렇게 이주를 했습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의사를 찾고 이럴려면 몇 개월은 또 가버리겠죠?

몇 일 있으면 한국나이로 38살이 되는데 전 아직도 제가 28살인줄 아나봅니다

왜이렇게 절박한 마음이 안드는건지 스스로도 답답할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스스로 대견한 것도 많았던 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젠 남편을 따라 다니며 그를 내조하는 일에 노하우가 생겨 그에겐 정말 더할 수 없는 마누라이자 좋은 친구라는 자부심입니다..ㅎㅎ

계획했던 만큼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꽤 많은 책을 읽었구요

나가돌아다니지 않았던 대신 내면 바라보기를 많이 한 관계로 스스로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해였습니다



새해엔 물론 당장 발등의 불이 일본어니까 일본어를 열심히 해야겠구요

언어가 조금 되면 한국과 중국 일본의 문화비교 뭐 이런 공부를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먼저 일본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상대적 우월감 아님 식민지백성이었던 열등감 뭐 이런 감정도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구요

아 요리실력도 더 늘려서 피말라하는 남편에게 매일 기쁨을 선사할 수 있으면도 좋겠습니다

또 있네요 새해엔 술 담배를 적게!! 해야겠다는 다짐..ㅎㅎ

제가 힘들었을때 늘 힘이 되어주신 칼럼식구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새해엔 첫 해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좀더 좋은 칼럼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한 해를 정리하며...(제 한해를 여기서 정리해도 ^^;;;) 지구별

왠지 모를 이끌림에 '사야님의 궁시렁'과 '미워할수 없는 독일어'에 동시 가입을 했었더랬지요.  사야님이 제가 80번, 60번 독자로 가입했다며 반가워 하셨을때 알았습니다.  사야님 칼럼의 열혈독자가 되리라는 것을요. ^^

이 칼럼 독자님들이 사야님께 힘이 되었다면 사야님은 이 칼럼 모든 독자님(?), 어쨌건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이곳에 오면 편안한 느낌... 그게 좋았어요.

전 올 2월에 호주에서 돌아와서 거의 9월까지 백수로 지내며 아주 괴로운 나날을 보냈지요. 절 따라 들어온 남친과의 사이에서도 한 두번 큰 위기가 있었구요.  사야님이 그랬던가요?  지금 낭군님이랑 초반에 티겨태격 많이 다투셔서 다 그렇게 극복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헤어질 수 없다고...  하여간 반년 이상 되어갔던 백수생활은 제 성격조차 제 스스로 감당할 수 없게 만들었었죠.  지금은 많이 괜찮아 졌지만요.

좋은 일은요... 그렇게 싸우더니 지금은 남친과 아주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는 점.  울 부모님이 제 남친을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결혼 승낙.

뭐 늘 이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을 거란 거 잘 알지만 이제는 힘든일이 생겨도 예전 만큼 많이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요.

사야님이 '다른 무엇보다 가득한 행복이요' 라고 말씀 해 주실때 참 많이 행복하다는 걸 느꼈어요.  무엇보다도 가득한 행복이라...^^

항상 건강하시구요, 일본어 공부도 계획하신 것 보다 더 큰 성과를 올리시구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Re:역시....^^* 감자먹는여자

사야님다운 <한해를 보내며..>입니다.
감동, 그 자체입니다.
놀랬죠? <딴지걸기>에 말이죠. ㅋㅋ

사야님 글 보니
쇠락(?)하던 기운도 생깁니다.

아마도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야님 방에 들어왔다 가면
뭔가 가슴속에 뿌듯하고,
기분 좋은 그 무언가를 받아가는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Re: 아...정녕 2003년이 다 갔단 말입니까...-.-;; Irene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년도를 적는 것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얼마 동안 2003년이라 썼다가 지워야 할지...

매 해마다 나름의 의미가 있었듯이 2003년 역시 기억할 만한 일들이 많은 해였습니다.

태어나서 자란 한국을 떠나 홍콩에 정착하게 되었고, 하나님을 만났고, 그 분이 보내주신 많은 좋은 분들로부터 엄청난 도움을 받았지요.

짧은 시간이였지만 사야언니와 함께 했던 기억들도 소중하구요...^^

저도 2세 만들기에는 실패했지만...어쩐지 저도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어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ㅎㅎㅎ

멀리 떨어져 있어 지인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은 한 해 였습니다.



2004년에 동경에서 뵙기를 기대하며...

2003년의 마지막날.. vibeke

마무리 잘하시고,2004년엔 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뭣보다 건강하시구요...^^,원하시는 많은일들이 이루어지시길...원랜 지금만큼만 행복하시라구 말하는데요(좋은의미에서 말이죠),지금보다 더 행복하시라고 해야 할것 같습니다.

참,올려주시는 음악들,그림들 다 감사드리구요,연주자명두 올려주셔두 됩니다..^^

전 아직 2004년 계획을 생각두 못했네요,항상 계획중인것들이 많아서 새삼스럽게 고민을 않했었는데,그래두 차분히 생각을 해봐야 할듯...

망년회파티를 친구집에서 하기로 했는데요...  친구집 가기가 참...어렵습니다.배타고 갈려구 그랬는데,배들두 망년회 파티 할껀지,운항을 안해서리ㅠ.ㅠ...결국은 밤새 마시고,먹고..떠들다 자구 오기로 했네요(택시 예약두 취소해야 하구요...^^)...

낼은 아침부터 연어마끼를 싸야할듯...

호호..거기다 1월 1일은 반지의 제왕 3편을 예약했네요..연초부터 놀자판~~이죠?

멋진 31일,1일 보내시고 맞으시길~~

보석같은 여자 ...사야에게 ..나쁜여자

사야님.

한해가 갑니다.
20대엔 시속 20킬로로 흐르던 시간이 30대가 되면 30키로로
그리고 40.50이 되면 그렇게 더 빠른 속도로 세월이 흐른다고 하는군요.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어릴때 지루하기까지 하던 일년이 이렇게 후딱 휘리릭 지나가다니...

그래서..언제나 그렇듯 한해의 마지막날에는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사야의 방을 만든것은 참으로 잘했읍니다.
음악과 그림이 어우러지는 이 공간은 잡다하고 싸구려 정보가 넘치는 인터넷 세상에
흔치않은 멋과 품위가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가히 "군계 일학"입니다.

독자방에 들리시는 분들의 한마디도 단아한 사야님 못지않게 정겹습니다.
특히 감자먹는 여자님과 민들레님의 활약이 눈부시던데요~^^

특히 이곳에서 느끼는 Feel은
사야님에게 주어진 독특한 환경에서 빚어내는 또 다른 무엇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겁니다.

역마살 왕창 들어 이곳저곳..살아가며 문화를 비교하고 분석하고 또 종합하는 일...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거기다가 베이직으로 미술과 예술을 이해하는 폭넓은 소양이 갖춰진 사야님이니...


사야님은 귀한 보석을 지녔읍니다.
아니 보석 덩어리입니다.
그래서 사야님 스스로가 보석처럼 빛나는거 아시나요?
새해엔 그 보석 잘 닦고 다듬어서 좀더 많은 이에게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글구....새해엔 그림만이 아닌 사진도 듬뿌구 올려주사이다..
.
.
.

이쁜 뱀발: 남편분이 미남이던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butterfree

 잘 지내시죠?  여전히 공부하느라 바쁘고..

동경생활은 어떤지요?

저는 황금같은 휴가 딱 2주 얻었다가 거의다 보내곤 천천히 일할준비 하고 있어요.

2주내내, 그동안 한번도 하지 못했던, 늦잠자기만 줄기차게 열심히 하면서 보냈내요..

애들은 휴가던 아니던 꼭 아침일찍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서는 아침밥 내놓으라고 끈질긴 빗쟁이 마냥 달달 볶아서는..ㅎㅎㅎ

그래서 그덕에 한번도 늦잠을 못 잤는데, 요번 휴가땐 얼른 아침만 주고는 다시 침대로 들어와서 몇시간 더 자곤 얘들은 각각 자기네들 끼리 놀고, 그랬네요..

저희 둘째 연우도 사내에요.  생각해보니 지난번에 얘기 안했던거 같어...

이렇게 몇일씩 쉬고나면, 다음 일할때 너무 힘들어서 잼없어요..

벌써 한숨부터 나오네..ㅎㅎ

저희는 이번 계약 마치고 일년은 더 이곳에 있을꺼 같아요.

지난 일년은 그냥 여러가지로 저한테 너무 힘든 해 였는데, 올 한해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거든요..

평생 가슴에 숨었던 열정인, 피아노를 다시 시작했거든요.  일주일에 한번씩 렛슨을 받는데, 그 한시간 때문에 정말 일주 내내 가슴이 뛰고 즐거워요.

흠.. 새해인사 짧게 하고 갈려고 했는데, 또 이렇게 수다가 길어졌네...

언니도, 동경서 언닐 흥분시키는 많은 좋은일 생기길 빌께요.

건강하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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