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묻은 이야기

도시인은 고독한가?

史野 2003. 11. 2. 11:04

Nighthawks,
1942, Oil on canvas, 30 x 60 in;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대도시에서 자라나서 거의 대도시만을 떠돌며 사는 난 어쩜 이 질문에 객관적으로 대답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내 나름대로는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인간이 언제 고독할까?

소통이 안될때 고독한게 아닌지..

생각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보다 참을 수 없는 고독이 있을까?

시골에서야 사람도 적고 서로 다 아니까 덜 쓸쓸할 수는 있을 지 모르지만 말이(!) 통할 사람을 찾기엔 다양성이 살아 있는 도시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 The Hours에서도 버지나아 울프가 시골 생활을 못견뎌하고 런던으로 가고 싶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은 아니었을까? ㅎㅎㅎ


오늘은 그 도시인의 익명성과 고독을 단순한 오브제와 차가운 색감으로 잘 표현해낸 미국화가 Edward Hopper(1882-1967)의 그림들을 살펴볼려고 한다

그의 그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도시인들은 소통의 부재인듯하고 정말 고독해 보인다..^^


물론 그가 그리고 있는 건 도시인들의 고독만이 아닌 존재의 고독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심지어는 건물이나 거리까지 고독해보이니 말이다


호퍼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지만 경제적으로 상업미술이 더 낫다는 부모의 권유로 상업미술을 전공한다 (100년이나 지났지만 부모들의 생각은 똑같은 것 같다..ㅎㅎ)


결국 자신의 꿈을 위해 순수미술쪽으로 방향을 바꾸나 처음엔 그리 성공적인 화가가 아니었다

그는 1920년에 한 첫 개인전에서 그림을 단 한 점도 팔지 못했다고 하니까..

계속 상업미술로 생활을 해결하고 나름대로 그림을 시도하던 그는 한동안은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판단했다니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까

마흔이 넘은 1924년에 결혼을 한 그는 그 다음해부터 차츰 주목받기 시작하니까 대기만성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자신이야 경제공황중 더 잘나가게 되긴 하지만 그 당시 불안했을 미국인들의 심리를 그는 아주 미국적인 그림으로 표현해낸다 (지금 올리는 그림들이야 아주 미국적이라고 하긴 좀 힘들긴 하지만서도..ㅎㅎ)


사실 그의 그림이 미국적인 건 그가 전쟁을 경험하지 않는 것과 상관이 있다


일이차대전이 일어난 시기를 살았긴 하지만 그는 전쟁을 들었지 경험하진 않았다. 전쟁을 직접 경험했던 유럽화가들 특히 당시의 독일 화가들의 감정적인 그림들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전쟁은 고독을 얘기하기엔 너무 처절한 까닭이다.


특히 내가 참 좋아하는 독일화가 베크만의 그림들과 호퍼의 그림을 비교해보다보면 삶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회적 영향을 받는지 고개가 절로 흔들린다..^^


그의 고독한 사람들의 모델은 그와 그의 아내인 경우가 많다는데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 인정받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에 대한 회의가 어쩜 그를 가장 고독한 미국인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겠다


결혼후 그린 거의 모든 그림의 여자모델은 그의 아내였다는데 그들은 수시로 폭력을 썼다니 엄청 말(!)이 안통하는부부였던거 같다.


맨 위의 그림은 누구나 한 번은 본 적이 있을 그의 대표작이다


어두운 도시의 바에 늦은 시간 앉아 있는 사람들..

빈거리속의 술집에 세 사람이 앉아 있다. 등을 보이고 있는 남자도 그렇지만 쌍으로 있는 커플도 왠지 다정하고 행복해 보이는 분위기를 주지 않는다


거대한 통유리속에 갇힌 그들의 출구는 어디일까?





New York Movie,
1939,
Oil on canvas,
32 1/4 x 40 1/8 in.,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그의 그림치고 따뜻한 색이 그나마 많이 들어간 그림이다


공연을 보고 있는 사람과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안내요원, 채워진 공간과 아닌 공간이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그녀가 서있는 공간이 훨씬 밝고 긍정적인 색감으로 이루어져있는데도 우리가 바라보는, 누군가를 의식하고 있는 듯한 그녀는 행복한 그녀가 아니다

그녀 또한 왼쪽에 속하지 못하는 고독한 부류인것이다





OFFICE AT NIGHT,
1940 ,
Gift of the T. B. Walker Foundation, Gilbert M. Walker Fund, 1948


이 그림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차가운 색조로 그려진 그의 그림이 아닌가 한다

일을 하고 있는 보스나 옆에서 서류를 꺼내는 비서나 인간적인 따뜻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밤에 남녀가 사무실에 남아있을때 상상할 만한 그런 분위기는 상상할 수도 없다..나만 그런 생각을 하나? 하하하



Hotel Room
1931
Oil on canvas
60 x 65 inches
Museo Thyssen-Bornemisza, Madrid,


이 그림은 심심잖게 나타나는 실내의 여자그림이다


옷을 거의 다 벗고 호텔방에서 저런 자세로 책을 읽고 읽다니 이 그림 또한 심상치가 않다


만약 책크기가 좀 크기만 했다면 난 음식점안내책자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다..내가 주로 집구하러 가면 남편 일할때 혼자 앉아 있다가 하는 일이다..ㅎㅎ




House by the Railroad,
1925,
Oil on canvas,
24 x 29 in. (60.9 x 73.6 cm.)


이 그림이 그가 처음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작품이다


딱 건물하나를 저런 각도에서 그리다니!!( 난 예전에 건물하나 딱 있는 그림을 냈다가 교수님에게 무진장 욕먹었는데..ㅜㅜ)


그것 자체도 특이하긴 하지만 감상자의 시선을 붉은 계통의 철길로 차단한 그 대담함이 우리에게 또 저 홀로 서있는 집과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빛과 그림자의 선명한 대비는 보는 이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그의 그림들은 아주 사실적이면서도 그냥 사실적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그의 그림들이 그의 사후 끊임없이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우리의 내면이 그의 '소통하라고 노력하지 않으면 네가 저 그림의 주인공이라는' 외침에 귀기울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2003.10.21 香港에서...사야





Hopper, Edward
Self-Portrait
1925-30
Oil on canvas
25 1/16 x 20 3/8 in.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호퍼의 자화상입니다 무지 멋쟁이죠? 그의 사진을 보면 더 멋쟁이라는 생각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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