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의 단상

나는 분노한다

史野 2003. 11. 5. 00:10


Max Ernst. The Equivocal Woman (also known as The Teetering Woman). 1923. Oil on canvas. 1923. 130.5 x 97. 5 cm. 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en, Düsseldorf, Germany.






어제 홍콩에 탄저병으로 다시 비상이 걸렸다는 기사를 인터넷에서 읽었다



홍콩에 걸린 비상을 매번 고맙게도 한국신문으로 접하는 나는 뭔일인가 궁금해서 오늘 홍콩한인 사이트를 좀 돌아다녔다



한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내가 읽은 기사랑 같은 내용을 복사해놨는데 그 밑에 달린 꼬리글이 가관이었다



홍콩사람들이 넘 더러워서 벌을 받는 건 아닌지라는 내용이었다



다른 사람이 더러운거랑 탄저병이랑 무슨 상관이냐며 홍콩사는 사람들로서 이런 식으로 반응하지 말자 뭐 이런 글을 남겼더니 그 사이트 주인이 또 밑에 글을 썼는데 홍콩사람들이 뭐 원래 더러워서 그러니 처음 쓴 애의 말을 양해해달라는 것이다 우리라도 깨끗하게 유지하며 차츰 살기 좋은 홍콩을 만들어가자나?



그 기사엔 두 살짜리 아이가 죽었다고 나온다



그런 기사를 읽고 처음 더러워서 홍콩사람이 벌을 받는 건 아니냐고 쓴 애도 넘 웃기지만 그 사이트 주인인 여자는 더 기가막힌다



내가 알기론 그 여잔 나이도 왠만한 독실한 카톨릭신자고 그걸 늘 강조하는 사람이다



그 기사에 실린 아이가 자기 아이였어도 그런식으로 더러워서 벌을 받는게 아니냐는 말을 양해하라고 했을까?



아니 그럼 사스로 죽은 사람들은 다 더러워서 벌을 받았다는 말인가?



매해 말라리아에 걸려 수천명도 넘게 죽어가는 아프리카 사람들도 그럼 더러워서 벌을 받는 다는 말인가?



도대체 그런 유치한 발상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그 벌을 내리는 신은 그럼 누구인가? 사람인가 신인가?



신이라면 그들이 믿는 신이라는게 부시보다 못하지 않는가?


난 기독교인이라고 말하기도 이젠 민망하리만큼 신앙이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내가 아는 신은 깨끗한척 하는 그 여자들이나 그 여자들이 벌을 받는다는 홍콩사람들이나 똑같이 사랑하고, 눈물을 흘린다면 똑같이 눈물흘릴 신이다



지난 번 사스로 난리칠때도 내가 다니던 교회의 웹사이트에 홍콩이 죄악의 도시라 그렇다는 글이 올라왔었다



성경에 따라 열 명의 의인이 필요하다나?



홍콩에 한국인 개신 교회만 12개 천주교가 1개 총 13개 목사님 신부님만 합해도 13명인데 그럼 10명의 의인은 어디있는가?



그때 우린 그 말이 넘 기가막혀서 15명을 잘못 말한게 아니냐고 교회 두 개 더세워야겠다며 농담을 했었다



물론 기독교인들만 욕하자는 게 아니다 그리고 신이 보는 의인은 꼭 목사나 그런 것과 상관이 없다는 것도 물론 안다



그냥 이 곳 한국인들이 보이는 집단적 이기주의에 화가난다



꼭 글들을 올려도 우리 교회사람들 우리 한국사람들은 안걸렸으면 좋겠다는 얘기들..



사스로 죽은 사람들이 엄청 나고 아직 그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느 아이가 전염성이 있는 병으로 또 죽었단다



그게 한국신문이 말하는 데로 심각하고 어쩌고를 떠나서 그냥 홍콩에 함께 사는 사람들로서 함께 아파해주고 걱정하고 그러면 안되는 걸까?



어쩜 그렇게 남의 일이라고 잔인한 표현을 서슴치 않는걸까?


난 정말 이런 글을 읽을때마다 피가 끓는다.



막 읽고서는 혼자 방방 뛰고 있다가 퇴근해온 남편에게 이런 말은 정말 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그럼 여기서 누구에게 말을 하랴 싶어 또 얘기했다



그 사이트에 답글을 달려고 했는데 남편이 말린다 아니 답글을 달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네 답글에 또 비슷한 얘기를 할거니 반복되는 일에 열받지 말았으면 하는게 자기 입장이란다



물론 흥분하기 좋아하는 마누라 생각을 먼저 했을 것이다



흥분을 가라앉히자고 저녁내내 앉아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기도 하고 내 드러운 성격에 지금 이 기분으로 쓰게 될 말이 욕밖에 없을 것 같아 포기하고 만다



꼭 옳은 것이 있다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물론 여전히 분노하지만 이젠 자꾸 그래 우리 각자 생긴데로 살자 이렇게 변해가며 포기하는 나를 바라다본다



싸움꾼인 나도 이제 끝까지 싸우기 싫어 비겁해지는가 싶어 기분도 드럽고...



그래서 여기에, 내가 쓰는 칼럼에 열받고 속상하고 화가나는 정리가 안되는 감정을 주절거린다



당신들은 내 글을 그냥 읽어주고 이해해줄 것 같아서.....













2003.06.11 香港에서...사야







Max Ernst..그리고..

독일태생의 화가 막스 에안스트(1891-1976)는 우리도 미술시간에 많이 해봤던 프로타쥬(결있는 물체에 연필등으로 문지르기 기법)의 창시자이자 중요한 초현실주의 화가중 하나이죠

위의 그림 흔들거리는 여자는 어제 그냥 제 기분에 가장 어울리겠다 싶어 올린건데 행운의 여신 Fortuna.

화가는 괴상한 기계위에서 흔들거리는 행운의 여신을 통해 위험과 불안감을 나타낸답니다

세번이나 결혼했고 여러 연애사건으로 유명한 에안스트의 여인중에는 달리의 부인 갈라도 있고 유명한 미술수집가 페기 구겐하임도 있습니다

위의 갈라 초상화는 달리의 그림입니다

어제 넘 흥분상태에서 글을 올린거 같아 아침에 일어나 지울까도 생각해봤는데 제 기분이 달라진것도 아니고 이것도 제 모습이니 그냥 놔두렵니다..

오늘 원래 올릴 예정이었던 칼럼은 내일 올릴께요..^^  

말과 일 ..민들레

이 땅에 사는 우리는 머리만 잘 굴려 말을 잘 배워 일꾼을 부리는 사람이 되길 원하며 쓸데없이 남에게 상처주는 말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었음을 통감합니다.
소낙비 내리는 오늘
풀잎과 작은 풀벌레와 흔한 돌멩이까지
관심갖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말을 곱게 잘 사용하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

 

그림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바람돌이

 

아침에 울린 전화 한 통으로 그동안 쌓아놓았던 감정이 폭발을 했습니다.
사실 그분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단순한 질문만 했을뿐인데...
여태까지 사실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는 생각에 속이 터져서 그만 열을 내고 말았습니다.
다른 날보다 기온이 떨어져서 긴 팔옷을 입고 있었는데, 열기를 떨어뜨리려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배경음악과 더불어 어쩌면 그리도 나의 마음과 일치할까 감탄을 했습니다.
소리치고 절규하고, 사실은 제 세계를 좀 뒤집어 엎었으면 좋겠습니다.

@>8-----(꽃 한송이로 기분을...^^) ..마크툽

안그래도 홍콩에서 사스가 주춤하는가 싶더니 탄저병이라는 전염병이 발생했다는 보도를 보고 사야님이 생각났었습니다.

표현하지 않는것도 문제가 있지만, 늘 그렇듯 과장된 표현에 너무도 많이 노출된 우리가 아닌가 싶네요.

지금은 그 분노가 조금은 사그라 들었는지...^^

방금 집에서 전화가 왔는데, 권모가 학교 갔다오면서 덩(?)을 살포시 밟았다네요.

신던 신이라곤 운동화 한 켤레 뿐이였는데...

덩 때문에 씻어놨으니, 퇴근하고 애들과 샌달을 사러가야 겠습니다.

어쩌자고....^^  집에 오는 동안 얼마나 찝찝했을까요. ㅎㅎ

즐겁게!! 저녁시간 보내세요~~

비 오는 날.. empty

하루 종일 비가 오네요..

어떻게 된게 이제 다 끝나가는 마당인데 더 바쁘네요..다른때는 놀던 날도 일하러 갑니다..ㅠ.ㅠ.

.. 글은 읽으러 오는데 답을 남기자니 늦게 올라가고 에러도 나고.. 기다리지 못하고 그냥가기를 몇번...오늘도 잠시 들립니다...^^*

건강 조심하시구요

 

종합달글..ㅎㅎ

오늘은 정말 넘 바쁘게 하루가 갔네요

늘 이랬으면 좋겠기도 하고 안그랬으면 좋겠기도 하구요..ㅎㅎ

한국은 오늘 비소식이 많군요

여긴 오늘 아주 잠깐만 오고 소강상태 덕분에 오랫만에 석양을 볼 수 있어 좋았지요

오늘 독일은 33도였다던데 홍콩보다 더웠다고 생각하니 왜그렇게 신기하던지요..하하


먼저 민들레님

맞아요 말을 정말 조심해야하는 거 같아요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제가 하는 말에는 문제가 없나 생각해 보았답니다

저도 한 성격하는지라 의도와 달리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게 되거든요

정말 쓸데없는 감정적인 말을 아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리고 바람돌이님

그 현장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절절히 그 느낌이 오는 건 아니지만 정말 속상하네요

오늘은 노무현 발언까지 해서 더 답답합니다

여러 일로 겸사 겸사해서 골뱅이 만들어 또 맥주 한 잔 합니다

골뱅이 한 캔으로 둘이 먹기엔 좀 모자르니 국적불명이지만  맛은 넘 좋은 샐러드를 하나 만들어 제 골뱅이를 지켰지요..ㅎㅎ

그는 뭐 당연히 정보집약의 목적이 뭐냐고 묻더군요

바람직하다는 말이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그래서 열받고 힘드는 일이 적어 졌으면...


마크툽님

꽃 잘 받았구요

여전히 분노하지는 않지만 기분은 여전하네요..^^

그냥 어떤 일을 볼때 그럴 수도 있으려니 그렇게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아니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다 그런 생각도 들구요

참 그 덩얘기 넘 웃었습니다..ㅎㅎ

이쁜 신발 사셨기를..

유럽에서는 덩밟는 일이 넘 흔해서 그냥 밑창만 잘 닦아서 다시 잘 신고는 한답니다..^^

덩하니까 생각나는 얘기가 있는데 나중에 뵙게 되면 얘기해드릴께요..ㅎㅎㅎ


나무님

정말 요즘 기분이 이상해요

늘 가던 곳을 아예 발걸음도 안하니

다른 사람들은 안들어와도 내 흔적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그냥 기분좋았었는데..

근데 나무님 컴이 정말 문제가 있나봐요

꼬리글도 잘 안올라간다고 했던 거 같은데..

제가 한국가서 로또 사게 되면 컴 사드릴께요...ㅎㅎ



이제 하루를 접는 시간 모두 편안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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