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Rothko (1903-1970) Nummer 10.
얼마전 이미지실 사진을 바꾸면서 누가 좀 저게 뭐냐 물어봐주기를 바랬는데 아무도 안물어보니 그냥 내가 얘기를 해야겠다..ㅎㅎ
러시아소설을 많이 읽었던 나는 소설속에 자주 등장하는 사모바르가 도대체 어떻게 생긴건지 상상할 수가 없어서 너무 궁금했었다.
그 당시야 인터넷도 없었고 답답해하고만 있다가 시댁에서 처음 대면하게 되었을때의 그 감격이란..
아 이렇게 생긴거구나 하며 보고 또 보고 말이다.
하긴 우리나라 소설속에 화로에 둘러앉아 고구마를 구어먹는다든지 하는 장면이 묘사된다면 그게 뭘까 나처럼 궁금해하는 외국인들이 (아니 지금 젊은 사람들도..ㅎㅎ) 분명히 있을거다..^^
보기만했지 또 저걸로 어떻게 물을 끓여 차를 마시는지 궁금해했더니 어느 크리스마스에 어머님이 사모바르를 써보자는 행복한 제안을 하셨다
역시 궁금하셨다는 시부모님 친구부부까지 모여 거창한 의식을 치르는 경건한 마음으로 조개탄같은 걸 불을 붙여서 안에넣고 물을 끓이는 과정을 거치고 시어머님이 아끼고 아끼시는 백오십년이나 되어 도금이 거의 벗겨진 찻잔에 럼주까지 넣어 홍차를 마셨다.
우리나라 차도도 그렇지만 의식이라는 건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겸손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다.
러시아소설이나 러시아음악을 많이 접한것에서 오는 친근함에 사모바르로 물을 끓여 차를 마시며 러시아인이 된 듯한 흥분감도 느껴보고..
남편 또한 러시아를 좋아해서 러시아어도 따로 배우고 거의 시베리아 기차횡단도 하고 그랬는데 우리부부는 정말 언제 모스크바에서 한 번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사실 아일랜드가기전에 기회가 있었어서 계약조건까지 협상했었는데 남편보스가 앞날에 도움이 안되는 선택이라고 하도 말리는 바람에 결국엔 포기했다
그때 갔었다면 우리 인생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까?
어쨋든 독일패전후 드레스덴에 왔던 러시아해방군에 의해 시외할머님이 가지고 계시던 그릇들이 많이 깨졌다는데 저 찻잔은 어찌 살아남았다.
러시아군에게서 살아남은 찻잔으로 러시아식으로 차를 마시다니 어찌보면 아이러니다..^^
그런데 얼마전 또 다른 아이러니를 잡지에서 읽었다
지난 12일은 칸트사후 200년이 되는 날이어서 독일외상 피셔가 칼리닌그라드로 참배를 갔었다.
패전후 독일은 프러시아동부를 잃게되는데 러시아에서도 따로 떨어진 러시아령 Kaliningrad
독일어로 쾨닉스베악이라는 곳이 독일철학자 칸트가 태어나고 죽은 곳이다.
내년이 칼리닌그라드 도시 750년을 기념하는 해란다.
오랜시간 게르만족의 땅이었구 또 무엇보다 독일의 지성 칸트가 태어나 그의 철학을 정립한 그 곳은 실제로 서점에서 칸트서적하나 찾을 수 없단다
서양철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나 본인의 고향에서는 천대받으리라고 칸트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어느 러시아철학자가 칸트가 러시아에서 천대받는 이유를 칸트가 강조한건 이성이지만 러시아인들은 감성의 민족이기때문이라고 했단다.
어쨋건 그렇게 잘하라고 가르쳤건만 말안듣고 전쟁이나 일으킨 후손 잘못만난 칸트가 그 동토의 땅에 누워 참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04.02.22. 東京에서 사야
로트코를 형이상학적인 화가라고 합니다. 자신의 그림을 통해서 근본적인 인간의 감정..비극과 무아, 죽음등을 나타내려고 했답니다. 작품을 통해 인간의 종교적 체험과 연관시키려고 했다는 화가는 술 우울증등에 시달리다 66세가 되는 해 자살합니다.
제가 저 색만으로 승부를 거는 그의 작품의 깊은 뜻을 이해하는 건 아니구요 그냥 칸트얘기를 생각하다보니 리투아니아출신의 그가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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