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é Magritte CECI N'EST PAS UNE PIPE, 1948
독일에 있을때 어느 유학생에게 난로를 빌려준적이 있었다.
내가 필요한데도 봄에 받기로 하고 빌려준거였는데 다시 겨울이 다가오도록 그 난로는 내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 겨울 우리가 아일랜드로 가기로 결정이 되었을때 제 삼자를 통해 들려온 얘기는 혹 내가 그 난로가 필요한지 물어봐달라는 거였단다.
어찌나 기가막히던지 당장 가져오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약속한 날에도 가져오지 않았다.
결론인즉 또 다른 누군가에 내 난로를 빌려준거였는데 나모르게 할려다보니 그렇게 된것이었다.
난로를 받으며 그애와 마주앉게 되었는데 그 애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자면..
난 언니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언니가 내가 추워서 난로를 빌려주었으면 왜 내가 추운 다른 사람에게 난로를 빌려준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기도를 열심히 하며 자기 엄마가 늘 사람들은 네 마음과 다르다고 조심하라던 말이 떠올랐다며 진지하게 눈을 깜박이던 그 애를 보며 어떤 거대한 벽에 부딪힌 듯한 절망감이 느껴졌었다.
왜 이 오래된 얘기를 하느냐면 내가 이 번 한국에 가서 느낀 감정이 바로 그랬다.
너무 황당함. 내 난로로 착한 일을 하며 넌 착한 일 해도 되고 난 하면 안되느냐고 따지던 그 뻔뻔함. 한술더떠 언니를 이해할려고 기도를 많이 했다던 그 넓디 넓었던 아량..
싸움도 어느 정도 논리가 통해야 하는게 아니겠는가?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일부러 조선일보를 집어들었더니 당대엔 평가를 못받더라도 역사가 옳다고 심판할거라고 믿는다는 조순형대표의 인터뷰..
언론을 쥐고 흔든다는 황당한 주장들.. 무슨 러시아 푸틴대통령도 아니고 언론장악했으면 탄핵을 당했겠는가?
오자마자 궁금해하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설명하며 정말 참담한 기분이다.
오랜 노무현지지자였던 나도 그가 늘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특히 이라크파병문제는 그도 국회도 아직 용서가 잘 안되니까..
국회의원도 국민이 뽑는다지만 한달 임기를 남긴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이름이라는 속터지는 명분으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다니..
우리나라 정말 많이 발전했다.
그런데 그들은 어찌 이렇게 국민을 우습게 알 수 있는 걸까?
제대로된 법안하나 안하고 권력투쟁이나 하며 세금이나 축내는 사람들아닌가?
그건 결국 우리 각자의 잘못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193마리의 개라고까지 말하며 욕하고 있지만 결국 그들을 뽑은 것도 선거권자인 우리가 아닌가 말이다.(물론 나는 안뽑았다고 책임없다고 발뺌을 한다면 나도 할 말은 없다..ㅎㅎ)
우리사회를 보면 존경할만한 원로가 없는데다가 우린 모두 너무 무식한 건 아닐까?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현주소를 정확이 모르고 있기때문에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자민련에서도 열린우리당에서도 공천받는데 실패했지만 탄핵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선거에 나가겠다는 뭐시기의원을 보며 아직도 창피해하지 않고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암담하다.
아니 그 사람이 진짜 국회의원에 다시 뽑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더 암담하다.
어쨋든 타락한 도덕성은 한 순간에 회복이 되는 건 아닐거구 정치권의 도덕성타락에서 우린 누구도 자유롭지 못할거다.
어쩜 나야말로 내 스스로에 대한 분노로 물귀신작전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거권이 없어졌다가 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거권이 생긴 난 그냥 앉아 우편투표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했지 실제 그런 운동에 관심을 가지진 않는 수동적 인간이였으니 말이다.
거기다 아는 건 왜그렇게 없는지 아무리 10년넘게 한국을 떠나있었다고 자위를 하려해도 부끄러운 모습이다.
올해구체적 목표에는 들어있지도 않고 늘 시간에 쫓기기는 하지만 잠을 줄여서라도 공부를 좀 해야할거 같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와했다'는 윤동주같이는 죽어도 못될 인간 아니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은 인간이 나지만..
그래도 조금더 살기좋은 세상 사람사는 세상을 위해 내가 처한 위치에서 나름대로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오랫만에 한국에 왔는데 이럴때라 어떻하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외국에 앉아 그 엄청난 국회모습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야했다면 속은 훨씬 탓을테니 그나마 말이 되는 사람들과 마주앉아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2004. 03.20 東京에서...사야
Timm Ulrichs Ceci n'est pas une pipe de Magritte, 1968
마그리트의 '이건 파이프가 아니다'와 울리히스의 20년후 작품 '이건 마그리트의 파이프가 아니다'를 올립니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그림인데 해석은 보는 분들께 맡깁니다..ㅎㅎ
"My painting is visible images which conceal nothing; they evoke mystery and, indeed, when one sees one of my pictures, one asks oneself this simple question 'What does that mean'? It does not mean anything, because mystery means nothing either, it is unknowable."
René Magritte
겨우 일주일을 비웠는데 정신이 없습니다.
남편을 빼고는 한달에 한번도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기 힘든 인생인데 한국가서 실컷보고 돌아오자마자 상해에서 온 마유미까지 만나 영양과잉(?)으로 헤매고 있는 사야입니다..ㅎㅎ
일주일후엔 더블린지점에 함께 있던 독일친구가 동경으로 출장을 온다는 기쁜 소식도 있어 붕떠있습니다. 독일가서 그 마누라는 두 번 만났었지만 그 애는 삼년넘게만에 처음이거든요
그 애는 차범근씨를 넘 좋아하는데 월드컵에서 중간에 감독탈락했을때 한국사람들 왜그렇게 웃기냐고 내게 막 화를 냈었죠..ㅎㅎ
출장으로 오는거구 중간에 싱가폴도 간다니 많은 시간은 없겠지만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이거 갑자기 적응안되는 행복한 현실입니다..하하하
한국에 계신분들은 마음이 더 복잡하실테구 어디 계시나 마음이 편하진않겠지만 그래도 내일은 태양이 떠오를거라는 스칼라의 믿음을 전 가지렵니다
사실 돌아와서 세계뉴스를 다시 매일보다보니 잠시 잊고 있었던 더 끔찍하고 기가막힌 일들은 여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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