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시간 전화가 울렸다
원래 모르는 번호는 안받는 데 인연이었나 그냥 받았다
아주 오래전 사야가 다니던 교회 이름을 대며 자기가 누구라고 아냔다
아니요, 모르겠는데요? 그 교회다닌 건 맞는 데 그리고 제 전화번호는 어찌 아신건가요?
언니 저를 정말 모르겠냐며 몇 마디 나누다 보니 세상에나 모르긴 사야가 교회다닐때 사야를 엄청 따르고 사야 역시 무진장 예뻐라하던 일년 후배다.
아 진짜 몬산다
독일로 떠나고난 후 연락을 한 적이 없으니 이십삼년도 넘게 만이네
얼마전 교회동기놈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사야는 못갔는데 그 곳에 갔다가 사야의 소식을 들었단다.
마침 독문학을 전공하던 놈이라 친절하신 울 목사님께서 그 놈에게 혼인서약번역을 부탁하셨기도 했었는데 어제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나더라.
결국 전남편은 한국어로 읽기는 했지만 시부모님께도 통역이 붙어있었는 데 신랑만 주례사며 아무것도 이해못했던 참 황당했던 결혼식..ㅎㅎ
어쨌든 그 놈의 입에서 무슨 누에고치의 실처럼 한동안 잊고 살았던 이름들이 끝도없이 나온다
기억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게 막상 이름들을 들으니 얼굴들은 물론 그들과의 그 시간속에 사야가 마구 생각이 나더라는거다
고등부 청년부를 다 함께했으니 그리 짧은 세월은 아니었는 데 어찌 이리 까맣게 잊고 살았던 건 지.
그깟 한살차이가 뭐라고 그때는 참 귀엽고 이쁘기만 한 놈들이었는 데 이젠 그 놈들 나이도 오십이네
어떤 소식통에 의하면 그 교회출신들중 목사나 선교사가 된 사람들이 스무명이 넘는다던데 그 놈이나 나나 고맙게도(?) 이젠 둘다 교회를 안다니는 관계로 이야기하는 거 더 편했는 지도 모르겠다.
주님의 은혜로 언니랑 다시 연락이 된 것같다고 말했다면 얼마나 끔찍했겠냐고..ㅎㅎ
꼭 어제 만났던 사람처럼 얼마나 수다를 떨어댔는 지..
덕분에 어제는 아주 이상한 꿈을 꾸며 밤새 누군가를 만나고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어지러운 밤을 보냈다
사야가 요즘 기억하고 사는 건 딱 결혼후부터인 데 그러게 사야에게도 과거의 시간이 있었더라고..
사야는 그 놈이 반짝반짝 빛이 나서 그 놈은 사야가 그래서 서로를 좋아했었던 것같다며 웃었는 데 글쎄 뭐랄까
사야가 반짝반짝 빛이 나던 순간은 맞았었는 데 사야에겐 또 내면적으로 미치도록 고통스러운 시간이기도 했었다
하긴 뭐 그래서 도망치듯 전남편과 결혼했던 이유도 있긴 하다만..
역시 연락이 끊긴 친구하나는 넌 결국 이렇게 백마탄 왕자님과 결혼할 줄 알았다고 말했었는 데 뭔소리 그때 사야는 도망을 간거였다고..ㅎㅎ
아 그건그렇고
전남편이 또 해외로 나간단다.
사야가 나가는 것도 아닌데 왜이리 심란한 지 모르겠다.
물론 시어머니가 그 소식을 전하며 마구 우신 이유도 일정부분 있긴 하다만 그걸 떠나서도 그냥 짠하다
사야가 떠나올 때 앞으로 딱 십년만 이렇게 돌자고 해서 더는 이렇게 못살겠다, 고 한 이유가 큰데 러시아거쳐 독일로 돌아갔다길래 왠지 안심하는 마음도 있었고 결국은 그리 원하던 뮌스터로 돌아가겠지, 하고 있었는 데 또 외국으로 나간다니..
아제르바이젠
이름만 듣고 대충만 알았지 정확히 어디 붙어있는 나라인 줄도 몰라서 검색을 한 후 지도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4년계약이라던 데 경험상 아닐 수도 있겠지만 시어머님이 울고불고 하시는 게 이해가 간다
꼭 임종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남자는 또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처럼 타국땅에서 어머님의 부음을 듣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가 혼자도 아니고 이젠 사야가 걱정해야할 상황은 아니다만 짠하고 미안하고 한 마음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
독일에서 아이도낳고 그냥 평범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랬는 데 사람인생 참 뜻대로 안된다
아들바라기 울 시어머니의 저 처절한 절망감은 또 어쩌니
사야가 가진 이 시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은 늘 떠안고 가야할 사야삶의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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