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있는 그대로..

史野 2017. 1. 16. 04:25

사야가 요즘 너무너무 힘든 건 맞는 데..ㅎㅎ 그렇다고 매일매일을 불행하고 보내고 있는 건 아니다

그냥 하루를 나름 잘 산다. 아니 그 하루속으로의 도피가 더 맞는 표현이려나..^^;;


우짜든둥 며칠동안 일본 애니메이션을 엄청 몰아봤다

사야에게도 어린 시절은 있었으므로 만화를 아예 안본 건 아닌데 사야는 사실 만화와는 좀 먼 거리에서 살았다

집안분위기 같은 영향도 있었고 만화는 뭔가 황당무계하다는 편견같은 것도 있었고 그리고 활자중독이었던 때도 있었고..ㅎㅎ

좀 웃기는 이야기긴 하지만 이상한 결벽증이 있어서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이 어머어마하게 읽었을 만화책을 보는 게 싫었던 이유도 있다

또 말이 길어지는 데..ㅎㅎ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이란 애니가 요즘 인기라길래 영화관까지 찾아가서 볼 생각은 당근 없었지만 올레티비에 보니 그의 작품이 몇개 있길래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 다른 작품들도 보게되고..


그러다 보게 된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

감동스러웠던 것도 아니고 재밌었던 것도 아닌데 사야는 그 애니를 다섯번이나 연달아 봤다

태어나서 처음이다. 피가끓던 시절에 사랑했던 사람의 편지도 다섯번을 연달아 읽었던 것 같지는 않을 뿐더러 언어공부를 한다고 한 작품을 연달아 보던 때도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야가 그 애니를 연달아 본 이유는 따스해서다

참 따뜻했다

그런데 자꾸 보면서 왜그리 따뜻하게 느꼈냐를 생각해보니 제목에 쓴 것처럼 그 애니는 ' 있는 그대로' 에 대해 말하고 있더라

다른 사람들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사야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 '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게 참 어려웠고 지금도 역시 어렵다

그런데 그 애니에는 그게 구구절절히 녹아있더라고..


늑대인간이라니 무슨 일본의 전설같은 거라던데 사야에게는 황당무계한 이야기지만 절절히 공감할 수 있었던 건 그 늑대아이는 장애인의 다른표현일 수도 있고 또 엄밀히는 사야이기도 하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누누히 들으며 자라왔기도 하거니와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만큼 외로운 일은 없다

그 무리에 속해야한다는 그러니까 그 무리와 비슷해야한다는 부담감은 아무나 이겨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룰 수 없는 것에 목매면 고통스럽지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포기가 아닌, 다른 세계로의 도약은 아름답다.

그 애니가 내내 그걸 말하고 있더라고..

소장하고 싶은 데 올레티비에서 소장용을 사야할 지 아님 DVD로 구입해야할 지를 아직 결정을 못했다

이 늑대아이와 관련 한국인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쓰고 싶지만 그건 다음기회로 미루고..


있는 그대로의 2탄

사야는 다음 이 나라 대통령으로 문재인을 강력히 지지한다

노빠도 아니었지만 문빠도 아니고 사야가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가 원칙주의자이기때문이다

유유상종이라고 노통도 비슷했고 정치에서 원칙주의자가 얼마나 위험한 지는 사야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야가 그를 강력히 지지하는 건 원칙과 상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누군가를 간절히 보고 싶기때문이다

지난 여러글에서 사야가 가끔씩 언급했듯이 사실 이 나라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도 크게 바뀌기 힘든 구조를 지닌 나라다

노통처럼 금방 탄핵을 당하거나 아니 이명박근혜가 저질러놓은 걸 책임지라고 더한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있는 그대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대통령을 사야도 한번쯤은 보고 살고 싶다.


얼마전 김근태추모제에 문재인이 와서 대통령이 되면 꼭 세월호특조위를 하겠다고 했다더라

참 고마운 이야기다

그런데 사야는 그 소식을 전하는 친구에게 그랬다. 그거야 대통령이 돼봐야알지.

세월호가 진짜 건드릴 수 없는 뭔가가 있다면 대통령으로선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노통이 그랬잖냐 막 욕하는 우리들에게 대통령이었을 때랑 아닐 때랑 어찌 같냐고.

이 나라의 특수성은 이번 박근혜게이트에서도 절절히 느끼는 데다 거기다 이 나라는 작전통수권도 없잖냐..

사야보기엔 그 처절한 있는 그대로의 대한민국을 문재인은 나름 묵묵히 최선과 혼심을 다해 노력할 것 같다

물론 상기했듯이 아무리 멍청한 사야라도 그게 문재인 혼자만으로의 힘으론 안된다는 걸 안다만.


지난 탄핵안 결의되었을 때 궁금해서 정말 오랫만에 독일신문을 읽어보았다

그런데 거기 머릿기사가 충격적이게도 남한이 지금 성숙도를 시험한다는 거더라

그게 민주주의의 성숙도였는 데 처음엔 무슨 말인 지 이해조차도 못했다

거기다 기사내용엔 자기들 손으로 뽑았다는 말도 나오더라, 엄밀히는 다 맞는 말인데도 그 있는 그대로, 의 인정이 쉽지 않아 속이 조금 부글부글 끓었더랬다

(물론 뒷끝있는 사야는 여전히 독일도 뭐 대단히 전통있는 민주국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도 그렇진 않지만 그들이 가진 그 사회의 평등하고 상식적인 힘을 바탕으로 하는 건 종교라고 믿는다)

근데 생각해보니 맞더라고

사야가 경험했던 시간이 그리고 앞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서 조바심이 날뿐이지 아직 이 나라는 사야가 책으로 배우고 다른 나라에서 조금 맛봤던 그 민주주의를 논하기엔 그 역사가 너무 짧더라고..

이제서야 아일랜드에 살때 전남편이 영국의회생방송을 보며 왜그렇게 부러워했는 지 절절히 이해가 간다.

시간을 통해 쌓여지는 경험같은 것 그리고 그게 체득화되기까지 선조가 또 그 선조가 겪어내야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지도 말이다.

그래서 사야는 "짠"하고 나타나는 세상같은 건 더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 저 기득권세력들을 다 어쩌고 아님 친일파잔재들을 어쩌고도 기대하지 않는다

저들도 이 나라의 국민이고 아니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역시 껴앉고 가야할 국민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다 비행기에 태워 태평양바다 가운데 갖다 버릴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반기문이 돌아왔다

당시 반기문이 유엔총장이 되었을 때 자랑스럽냐는 누군가에게 사야가 그랬었다.

저기 코피아난은 가나출신이거든요?

그 가나출신의 코피아난은 정말 멋졌다. 기품도 있었고 카리스마도 있었고 무엇보다 강력한 소신이 있었다

근데 사야가 지금 데이타를 놓고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코피아난이 있었을 때보다 국제사회는 훨씬 드라마틱해졌는 데 정말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던 그래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던 그 반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데 그 국제사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엔 이 나라의 대통을 하시고 싶으시단다


이명박이 분명히 자기손으로 대통령을 만든다고 했는 데 그게 과연 반기문인 지 사야는 아직 모르겠다만 박근혜게이트로 지금 여권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거기다 감히 우리나라 출신이 세계 대통령(?)도 했는 데 그 분이 돌아오셨다고 열광하는 나이드신 유권자들이 여전히 엄청난 퍼센티지를 갖는 이 나라에서 아주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다.

거기다 친미. 이게 정치도 미국의 강력한 영향권아래 있는 있는 이 나라에서 대권주자로서 가장 설득력을 가지려나..


우짜든둥 사야는 지금 그 있는 그대로, 를 곱씹고 또 곱씹고 있는 중이라고..ㅎㅎ

사야는 혁명같은 대변혁은 필요없고 그저 상식과 원칙만이라도 통하는 아니 그것도 꿈이고 우선 대통령만이라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 청와대안에 앉아있는 사람이 최소한 아침이면 출근을 하고 직원들의 외출도 강력히 통제하고 억지를 부리자면 아무것도 안해도 좋으니 오년내내 딱 그 것만 바로잡아도 이 나라가 최소한 바른 돌하나는 쌓을 것 같다.

그게 사야가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라고..ㅎㅎ


우습지만 늑대아이를 보면서도 사야가 왜 문재인을 지지해야하는 지를 확고히 했다

원칙이라는 말은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있는 그대로, 를 지키는 거니까

그리고 힘들다고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늘 전쟁에 시달리고 오랜시간 어딘가의 조공국이었던 이 나라가 이름을 좀 날리고 한류니 K-pop이니 하는 걸로 이 나라 민초들이 지금 행복하게 사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조선시대는 빼고 일제강점기때부만 치더라도 오래 비정상적인 길을 걸어왔다

어쩌면 이제야 그 있는 그대로, 의 새로운 발걸음을 뗄 수 있는 기회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삼십년전에도 광장에서 피터지게 싸우던 놈이 아니 그 무리들은 지금도 여전히 이 추위에도 단 한주도 안빠지고 광장에 나가더라

너는 칠십이 되도 그러겠구나, 사야는 말했고 친구는 안그래도 다들 그런 말을 했다고 심상하게 대답했다.

농담삼아 한 말이었지만 앞으로도 이 십년도 이런 식으로 분노해야한다면 참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야의 꿈이다만 빨리 이 탄핵정국이 마무리 되고 대선에서 문재인이 당선되어 최소 오년만이라도 모든 것이 김영란법처럼

어떤 비리도 용납되지 않고 그저 딱 그 원칙대로만 살 수 있다면, 그렇게 차근차근 긴 템포로 하나씩 하나씩 바로잡아 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물론 거기엔 친일파잔재 어쩌고같은 건 당근 꿈도 못 꾸고 그저 작은 소망하나

이명박이 죄값을 치르는 걸 볼 수 있다면..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믿는 데 이건 정말 사야의 꿈일 뿐인 걸까


오년동안 차분하게 하나씩 바로잡고 또 오년동안 그 나머지 바로잡아가도 사야는 겨우 육십이다

칠십이되어도 광장에 있다는 친구전화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게 정말 사야의 꿈일 뿐 불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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