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아픈 이별

史野 2017. 1. 3. 17:24

어제 우리 바리가 떠났습니다

못걷기 시작한 지 석달 이십일, 보내줘야하나를 치열하게 고민한 지 이주만이네요.

울만큼 울고 마음의 준비도 끝냈다고 생각했는 데 그게 아니네요

차마 못 보내겠는 제 마음을 알았는 지 혼자 갔습니다

착한 놈답게 밥도 잘 먹고 저랑 아주 긴 이별식도 치렀습니다

새해 첫 날 넘 힘들어보여 옆에 앉아 쓰다듬으며 저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짚었습니다

정신나간 X처럼 주절주절 같이 산책갔다가 할망이 혼자두고 집에 가버려 정말 섭섭했었다는 말도 했고 그렇게 싫어하는 데 억지로 약멕여서 미안하다는 말도 했고 아주 아주 예전에 땅파놓은 건 바리가 아닌 데 혼낸 것도 사과했고.

더이상은 안쓰럽고 미안해서 못 보겠다고 그냥 네가 떠나주면 안되겠냐고 펑펑 울었는 데 거짓말처럼 아니 그 말을 다 알아들은 것처럼 혼자 떠났네요.

아 어쨌든 울 바리는 제가 덜 미안하라고 그 좋아하는 치즈도 먹고 우유도 먹고 제 얘기도 다 들어주고 애정표현없는 놈이 억지로 제 무릎에 비비기도 하며 새벽까지 버티다가 저 자라고 제가 자는 사이 그렇게 갔습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나빠질 줄은 상상도 못하고 사놓은 배변패드가 아직 삼분의 이도 넘게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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