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야가 얼마나 정신없이 지내는 지 일주일전에는 바로 다음날이 성탄이브라는 것도 몰랐다
예전에는 기독교인이었고 또 성탄이브를 위해서는 그게 어디였건 독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야했던 사야에게 진짜 의미가 깊은 날인데
충격적이게도 몰랐다
물론 매일 사는 게 넘 전쟁같아서 그 충격적인 게 상처가 될만한 상황도 아니었다만.ㅎㅎ
어쨌든 덕분에 달력을 보게 되었고 내일은 올해의 마지막날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사야도 한해를 좀 정리해보려고..
丙申년이었지만 사야에겐 진짜 病身년이었던 한 해
길고 힘들었던 겨울이 지나고 3월 1일 뭔가 새롭게 시작해보겠다고 아침산책을 나가다 꽈다당
진짜 얼마나 아팠었는 지
일단 머리에 피는 안나길래 간신히 기어들어와 침대에 누워서는 손가락 발가락 다 움직여보고 ' 아 그럼 신경이 다친 건 아니구나' 하고 무조건 잠을 청했던 무모한 사야
그때는 정말 그랬다.
여긴 웃긴 듯이 썼지만 사실 그리고 지나고나니 좀 웃기기도 했지만 세상이 빙빙돌고 그 상황에서도 밥을 멕이고 화장실을 데리고 나가야하는 울 새끼들이 있었고 참 미치고 팔짝 뛰는 상황이었다
머리에 얹은 책이 떨어지면 안되는 사람처럼 걷고 머리를 똑바로하고 앉으며 그 와중에도 살겠다고 밥을 해먹고 했던 상황이라니,,
그리고 죽지는 않았지만 죽을 수도 있었는 데 그나마 길거리에서 다친게 다행이었다는 참 웃픈 깨달음도 한 몫을 했다
어쨌든 머리가 제자리로 돌아오고 나서 얼마 안가는 또 허리를 다쳐서 정말 아무것도 못했던 기억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었지만 울 새끼들 밥을 줘야하니까 어찌 일어나기는 했는 데 구부릴 수가 없어서 역시 미치고 팔짝 뛰겠던 기억
머리다친 것보다 허리다친 게 더 기억나는 건 지금은 전혀 걷지 못하는 울 바리가 사야가 들고 있는 밥그릇을 보며 배가 넘 고파 막 점프를 했더랬다
상황은 절박했지만 사야가 자꾸 기억하며 간절히 다시 보고싶은 광경
바리는 점프하는 데 사야는 도저히 그 밥그릇을 내려줄 수 없는 역시 웃픈 풍경이었다만..
그러다 또 난데없이 옆집이 팔렸다는 걸 알게되고 거기다 이사오시는 분들도 주말부부라고 하고 복잡한 이유야 더 많다만 어쨌든 또 놀래서 이 외로운 곳에서 울 꼬맹이들을 들이게 된 건데 그리고 사야는 뭔가를 할려던 생각이었는 데..
울 바리가 갑자기 걷지를 못하게 되었고..
그리고 사실은 사야도 아프다며 여기 자세히 쓰지는 못했지만 바리가 아플때부터 사야도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아팠다
온 몸이 아팠는 데 그게 몸살처럼 그냥 온 몸이 아픈 게 아니라 아주 구체적으로 위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난소부위쯤 되는 곳도 아프고 변에는 피가 섞여나오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정말 진지하게 생각했다. 암이구나. 그것도 이미 온 몸에 전이된 말기암이구나
보통 사람들이 암에 걸리면 억울해한다던 데 사야는 사는 꼬락서니가 딱 암걸리게 해주세요, 뭐 그런 상황이라 억울해할 수도 없었다
아니 웃기게도 억울해 할 수 없다는 게 더 억울하긴 하더라...ㅎㅎ
사야인생은 참 안타깝긴한데 억울하거나 크게 원망할 그 무엇은 별로 없더라고
조금만 보통 사람으로 태어났길 간절히 바랬고 여전히 바라고 있지만 그것도 억울해하기보다는 이미 본인이 알아서 할만큼의 나이가 되어 있더라고..
우짜든둥 그게 구월하순이었고 병원에 갈 생각은 당근 없었고 무엇보다 울 바리가 걷지 못하기 시작했고 이미 꼬맹이들은 온 상태였고
사야가 해야할 일은 무궁무진 했고 나름 계획했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 데
글쎄 모르겠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사야는 이리 혼자살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으므로 아니 누군가랑 같이 살 때도 인간답게 살아본 경험이 별로 없으므로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넘 기적같고 감사하고 막 그렇더라
그렇다고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뭐 이런 건 당근 아니다
사야는 배고픔을 못 참는 인간이라 자신은 별로 없지만 폐지를 줍고 누군가 사야를 막 무시하더라도 간절히 살고 싶은 인간이다
얘기가 새는 데 그래서 사야가 울 바리를 안락사시키지 못하는 이유다
지난 주에 한 삼일간 울면서 맘정리를 끝냈고 그러니까 울 바리는 이미 사야에게는 버린 자식이나 마찬가지인데 너무 잘 먹어서 그 끝을 사야가 결정할 수가 없다
말했듯이 먹을 것도 도와줘야하고 이젠 물도 그릇이 엎어져야 핧아먹을 지경이라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젖병에 우유를 멕였는 데 거기다 사야는 울 바리가 사야에게 왔을 때 처음 멕였던 것 역시 우유였던 지라 글까지 써야하나 하며 온갖 복잡한 마음으로 있었는 데
물도 제대로 못 먹던 울 바리는 꼬맹이들 밥멕이는 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더니 사야가 멕여주는 고기를 사야손을 아프게 물어가면서까지 먹더라
오죽하면 사야가 목장갑에 위생장갑을 끼고 먹였을려나..
와우
사야는 결국 또 이 긴글을 쓰는 동안 취했고..ㅎㅎ 갈 길도 잃었다만
어쨌든 병신년이 사야에게는 그랬다구
병신년 전의 일로 후회하거나 이랬으면 어쩌고 하는 생각은 안하는 데 아직은 그 병신년이므로 그리고 지금 사야는 삶이 넘 절박하므로
그 날 뇌진탕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아님 허리를 다치치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것도 아니면 울 바리가 저런 꼴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돌아보게 하는 병신년이다
사야에겐 이 병신년이 뭔가를 꼭 시작했어야만하는 절박한 해였다구..ㅜㅜ
그래 우짜든둥 또 이렇게 한 해가 간다
너무 힘들었는 데 고맙게도 사야에게는 이 해가 사야인생에서 가장 힘든 해는 아니었다
(이것도 뭐랄까 좀 억울해..ㅎㅎ)
아니 사야는 거꾸로 그동안 사야인생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한 해를 살았다
근데 그래서인가보다
불가능할 것 같은 삶을 살아봤으니까
이제서야 남들처럼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같은 것도 생기고 소망같은 것도 생기고
꿈꿔 본 적도 없었는 데 이제서야 아이가 있는 진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간절히 부럽긴 하지만 어차피 아이없이도 이 삶을 아니 그 허무감을 견뎌내고 싶다는 의욕도 막 생기고..
2017년은 67년생인 사야가 진짜 오십이 되는 해인 데 사야에겐 과연 어떤 해가 되려나
살고싶다는 이 소망이 먹히려나..
딱 일년 뒤 이 곳에 앉아 이런 잡설을 쓰고 싶다고 간절히 소망하는 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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