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놀라운 일

史野 2016. 12. 19. 02:03

썼듯이 요즘 사야 상태가 아주 안 좋고 거기다 바리도 아프고 정말 쉽지 않은 날들이 가고 있는 데 사야는 대책을 강구하기는 커녕 한심하게도 진짜 딱 하루만 살 사람처럼 살고 있다

아니 냉정하게 말해서 이 하루가 천년만년 이어질 것처럼 살고 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려나.


우짜든둥 울 바리는 급속한 속도로 나빠지고 있고 배변활동뿐 아니라 이젠 혼자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

아 정말 매일 배변을 하면 사야도 편하고 지도 편하고 할텐데 당연히 누워서 그냥 싸버리는 게 지도 불편하고 맘도 편치 않는 지 끝까지 참다 해버리니 미치고 팔짝 뛰겠다

집안에서의 배변을 하도 힘들어하길래 화장실에도 놔뒀었는 데 목욕을 시켜서인가 그것도 안 통하고 하도 답답해서 얼마전에는 뒤에 방치되어있던 개집을 가져와 마당에서 하루 재웠더랬다

그게 서러웠을 까 아님 버림받는다는 기분이었을까

화요일부터 또 변을 못 보길래 목요일에 마당에 내놨더니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울 바리가 그렇게 절규하는 걸 처음 본 지라 놀래서 또 집안에 들여놨는데 (사야가 들 수 있는 몸무게가 아닌지라 이동도 정말 어렵다..ㅜㅜ) 결국 또 변은 오늘에서야 봤네

딴에는 정말 나름 머리도 써서 골판지에 배변패드에 온갖준비를 하고 놈을 올려놔도 결국은 몸무림을 치며 그 곳을 벗어나서야 해결을 하는 놈.

이 모든 상황을 일상으로 받아들이자며 잘 견디고 있었는 데 몸부림을 치다가 이 놈의 발에 상처가 생기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  건 또 이제 겨우 한달이다

소독하고 약바르고 붕대감고 하는 데 사야의 가장 취약점이 상처를 보는 거라 그건 정말 쉽지가 않다

어제 친구랑 통화를 하면서 인간으로 치면 요양원같은 곳에 보내야하는 건 지 모르겠지만 막상 달러빚을 내서 보낸다고 해도 과연 울 바리가 사야없이 이 힘든 시간을 견디겠냐 뭐 이런 안타까움과 신세한탄 비슷한 말도 했었는데..


아 어쨌든 오늘

삼십분을 몸부림을 치며 결국 온 거실을 똥밭으로 만들어놓은 오늘

정말 다 괜찮았는 데 막상 밤이 되어 상처를 소독하다 너무 가엽고 미안하고 정말 뭘 어찌해야좋을 지 모르겠는 게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

사야는 요즘 웃는 법도 우는 법도 거의 잊었는 데 진짜 붕대를 감다가 신음소리가 나오는 울음이 나오더라고.


그래 이제야 제목인 데 엉엉 앉아서 운 것도 아니고 한 십초쯤 되려나 울 바리에게 널 어쩌면 좋니 하며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긴 했지만 그냥 일종의 피눈물을 흘린 것 뿐인데 바로 옆에 있던 울 꼬맹이 한 놈이 사야에게 달려들어 눈물을 핧더라는 거다

기간이 오래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야도 나름 개를 키웠다 생각했는 데 참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사야가 바리때문에 아파하고 있다는 걸 거기다 울고있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더라구

지금보다 사야가 더 자주 울었을 때 울 새깽이들도 다 처연한 표정으로 쳐다보긴 했었지만 참 신기한 경험이다.


우짜등둥

사야는 요즘 자주 바리를 안락사를 시켜야하는 게 아닌 가 고민한다

그러면서도 똥밭을 만들어놔도 잘했다고 엉덩이를 두들겨주고 매일 입안에 먹을 것을 넣어주고 상처를 돌봐주며 고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병수발한 지 아직 그리 긴 시간이 아닌데도 벌써 알아서 떠나줬으면 하는 잔인한 생각과 뭘 해줘야 저 놈이 지금보다는 행복할까하는 생각이 교차한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사야가 아는 것

사야가 그런 것처럼 울 바리도 살고 싶다는 것, 그리고 힘들어도 지금처럼 사야옆에 있고 싶어한다는 것.


인간과 같이 개들에게도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어느 시골의 똥개로 태어나 시장에서 팔린 울 바리. 품종서도 있는 불독아가씨의 노리개로 발탁되었으나 이쁨을 받지 못해 일미터의 줄에 매달려 산책은 커녕 주인의 손길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는 울 바리

하도 짖어대서 승질드러운 이웃 그러니까 그게 사야인데 새끼을 품고는 단돈 오만원에 개장수에 팔려갈 운명이다 극적으로 사야에게 온 울 바리

행복과 기쁨도 잠시 그 어린 나이에 출산을 하고 그래서 겨우 한달반만에 모든 사랑과 관심도 내어주고 그림자로 살아야했던 극적인 견생.

그나마도 견주들이 헤어지고 어쩌고 왔다리 갔다리

감정을 빼고 또 빼고 그냥 매일을 사는 사야도 바리를 보면 자주 미치고 팔짝 뛰겠다고


아 또 우짜든둥

사야가 나름은 오랜고민끝에 팔월말에 데려온 울 꼬맹이들. 바리가 그 이주후부터 아프기 시작해서 얼마나 후회했는 지 모른다

그땐 정말 그 모든 상황이 너무 벅차서 산에 갖다 버려야 하나 강에 갖다 버려야하나까지 고민했더랬다.

울 새깽이들을 몇 번 잃어버리고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 경험이 있는 지라 유기견이 왜 생기는 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 데 알겠더라고

사야같은 사람이 갖다버리는 거더라고..


사람도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지만 개들도 그런것 같다

울 씽이랑 아끼는 태어날 때부터 워낙 사랑을 받고 충분히 먹어서인 가 식탐을 낸 전도 둘이 싸운 적도 없는 데 울 꼬맹이들은 다르다

울 새깽이들처럼 같은 뱃속에서 나온 두 놈들인데 이 놈들은 별 것 아닌 것 같은 걸로도 피를 볼 정도로 싸운다

꼬맹이들의 두 달을 알 수 없으니 할 말은 없다만 다섯달이 지난 지금 맨날 페트병으로 두들겨 맞아서인가 변하는 건 지 아닌 건 지..


그래 또 우짜든둥

그렇게 벅찼던 놈들이 또 이렇게 위로가 된다

아 근데 사야는 도대체 언제부터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건 지.

그동안 술은 또 얼마나 마신건 지


사야가 좋아하는 결론은 버킹검이라고

개한마리의 핧음이 위로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게 결국 공감이었다는 말이겠지만 말이다

내다버리고 싶었던 기분이 미안할만큼 사야는 또 울 꼬맹이들에게 격한 위로를 받고 있네


맨날 페트병으로 줘터지는 울 꼬맹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배가 고프므로 사야에게 복종하고

(아니 이렇게 쓰려니 억울하다, 절대 복종 안하는데..ㅎㅎ)

사야는 다시 순해졌다만..


얼마나 갈까

이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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