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싶다
개새끼들없이 단 하루만이라도 아무 신경 안쓰고 편히 자고 싶다
바리가 떠난 지 일주일
할 일은 반이상 줄어들었는 데 그냥 너무 힘들다
바리때문에 슬퍼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바리가 떠나서 너무너무 편하다
아니 아무리 바리가 있던 자리를 노려보고 또 노려봐도 그 오랜시간 울 바리가 거기 누워있었다는 게 전혀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냥 아무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여전히 울 바리는 아프기 전 늘 있었던 곳에 누워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미치도록 힘들었던 기억은 하나도 안나고 정신이야 안드로메다에 두고 왔으니 상관할 건 없다만
의외로 몸이 기억하는 데 그 몸이 훨씬 편해졌는 데 그냥 막 화가나고 벅차고 힘들다.
울 호박이는 태어나서 육년이 넘도록 늘 깽판치고 살아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데 거기다 이제 바리를 신경쓸 일이 없으니 더 신경써줘야맞는 데
여전히 똑같이 행동하는 호박이가 막 밉고
울 꼬맹이들 사야네 집에 온 지 삼주도 안되어 울 바리가 아프기 시작해서 이쁨을 받기는 커녕 맨날 혼나고 거기다 그 사이 폭풍성장을 했고.
싸우는 그 놈들 옆에 있다 사야 허벅지에 피멍이 들어 정말 하루는 걷는 것도 힘들었는 데 너무 황당하고 아프기도 해서 사야가 막 사진도 찍었었는 데 친구놈에게 개새끼들에 맞아 허벅지에 멍이 다 들었다고 한탄하며 한 삼일정도는 바리 구부리고 밥줄때도 아팠을만큼 힘들었는 데
아 그러니까 그러면서도 벅차다는 생각을 못해봤는 데 이젠 벅차다고..
아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다
바리가 아플때는 페트병으로 두들겨패면서도 감정이 실리지는 않았었는 데 이젠 막 감정이 실린다
그때나 지금이나 꼬맹이들을 제어하는 데 어차피 페트병같은 건 소용도 없고 청소기소리만 먹히는 데 꼬맹이들뿐 아니라 청소기소리는 울 바리도 무서워해서 제대로 어찌해보지도 못했다.
이제 겨우 일주일이니까 해리성기억장애같은 코스프레도 감정이 왔다갔다하는 것도 다 이해하려고 애는 쓰는 데 그냥 모든 게 너무 낯설다
물론 사야는 스스로를 챙겼어야하는 데 바리를 돌본다는 핑계로 숨어있다가 더이상은 핑계댈 것도 숨을 곳도 없는 이 날것의 현실이 더 낯설고 당황스러운 것 같다만..
거기에 더해서 개새끼들이 갑자기 부담스러워진 건 머리 진짜 빨리 돌아가는 사야가 이런저러니해도 일반적으로는 자신이 먼저 떠날 수 있는 사람자식과 달리 바리처럼 비참한 모습도 다 함께해야하는, 그러니까 그 개를 키운다는 게 뭘 의미하는 지를 이제야 제대로 깨달았다는 것도 맞겠다
아 된장 술이 취했다고 쓰고 싶었고 실제로도 엄청 취했고 뭔가 면피같은 것도 바랬는 데 글을 쓸 수록 그게 아니네
인생이 경험을 통해 성숙해간다고 말하기엔 넘 아픈 상황이고 의식했던 건 아닌데 글을 쓰며 지금 생각해보니 꼬맹이들이 벅찬것도 엄밀히는 뭐 그런 맥락이 아닌 가 싶어 어찌보면 다행이다.
ㅎㅎ 사야 쓰다쉬다 드디어 술 취했다
너무 막연했었는 데 우짜든둥 일단 그 감정의 선이 뭔지를 알겠어서 다행이고 다른 생각은 다음에 해야할 것 같네
사야 엄청 착한 사람인데.ㅎㅎ
애들도 개들도 사야 엄청 좋아하는 데..
산다는 게 애달픈 건 진즉에 알았는 데도 참 적응이 안된다
이렇게 사랑하고 미안해하고 애달프고 하기에도 짧은 이 인생에서 왜이리 기 막혀하고 분노하고 할 일들은 또 많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