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연양리풍경

길고도 긴 겨울을 보내며..

史野 2010. 4. 9. 22:12

참 긴 겨울이었다.

 

이 곳엔 이틀전까지만해도 아침에 수곽에 살얼음이 얼었더랬다.

 

11월에 시작했던 겨울이 사월이 넘어야 끝나다니. 눈을 좋아하고 찬 겨울바람 그 투명한 공기를 사랑하긴 하지만 이번 겨울은 그래도 너무도 길었다.

 

 

몇 번의 실패끝에 드디어 얼어죽이지 않는데 성공. 데크아래 만든 꽃밭이다. 저 꽃밭은 무엇으로 채울까. 아이들이 물어뜯은 저 뒤 장미나무는 과연 살아날까.

 

 

왼쪽의 것들이 지난 번 처참하게 얼어죽은 것들이고 오른쪽이 지난 장날 새로사다 심은 것들이다.

 

 

 

 

 

 

작약 뒷쪽으로 올망졸망 있는 꽃들.

 

 

 

인심좋은 아저씨가 파시길래 덩쿨장미도 사다 심었고.

 

 

시골에 살려면 유실수가 최고라고 대추나무도 두 그루 사다 심었다. 물론 대추가 열리려면 한 이삼년 기다려야한다시지만..

 

 

저 끔찍하고 황량하기 이를데없는 축대위로는 어마어마한 양의 이런 저런 꽃씨들을 뿌려놓았는데 과연 내 소망대로 이쁘게 피어줄지, 날마다 바라보며 치성을 드리니 꼭 피겠지?

 

 

사다 심고 얼리고 새싹이 나오길 바라며 전전긍긍하는 나를 비웃듯 상사화들은 이리 씩씩하게 새 잎들을 내밀고 있다.

 

 

그렇게 기다리던 아침마다 도는 매일. 아 이건 뭐였을까 

 

 

그리고 또 이건 뭐였을까.

 

 

세상에나 기억하시는 분들 계시는 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년 전 장성에 처음 꽃밭을 만들때 사다심었던 서양톱풀까지 이리 싹들을 내밀고 있더라지. 작년에 이사하면서 거의 말라죽이다시피 했는데 삼년 째 피어주다니 고맙고 또 고맙다.

 

 

작년 배추 무 농사(?)를 지으며 함께 심었던 쪽파들도 이리 월동을 하고 부추몇 개도 잎들을 내니 신기하기만하다.

 

 

골담초도 이리 또 이런 저런 앙상한 나무가지들도 이쁜 싹을 틔우는 걸 보니 이 곳에도 봄이 오긴 오나보다.

 

 

내가 이리 마당에서 바쁘게 일하는 동안 울 새깽이들은 저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버티다 열받으면 탈출해 내 꽃밭을 엉망으로 만들어놓는다지(아니 엄밀히는 이 놈들이 일부로 엉망으로 만드는 건 아니고 탈출로가 내가 꽃씨들을 뿌려놓은 저 축대위다..ㅎㅎ)

 

 

남친은 드디어 마당작업에 들어갔다. 장성에서 그리 고생만하다 나온 걸 생각하면 여기서 이리 힘들게 일한 다는게 가끔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만 내가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스피노자는 아니더라도 사는 동안만이라도 사람답게 살아야겠다 싶어서다.

 

시골 생활 벌써 삼년 째 올해만큼은 꼭 봄부터 가을까지 아름다운 꽃밭을 가꿔보고 싶다.

 

 

 

그 사이 꼬물이들은 이렇게 자랐다. 정말 애정이 부족한 건지 두 번째라 쿨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미리 정을 떼려는 것인지 바리에게만 맡겨두고 있는데 토실토실 살들도 오르고 쥐새끼가 아닌 곰시끼들이 되가며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

 

아직도 도저히 바리자식들이란 걸 믿을 순 없지만 그래도 꼬물거리기 시작하니 나름 귀엽다.

 

 

그래도 첫 정이 무서운 가 내겐 아직도 이 놈들이 그저 어린 아기들만 같으니..ㅎㅎ

 

우짜든둥

 

부활절도 지난 이제서야 사야의 겨울이 가고 천천히 너무도 감질나게 잡힐듯 말듯 이 곳에도 봄이 오고있다.

 

신.난.다.

 

 

 

 

 

2010.04.09.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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