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연양리풍경

3월 31일 바리의 두번 째 출산기

史野 2010. 4. 2. 21:34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들 집에는 잘 안들어가고 저리 문앞에 웅크려 속태우는 울 새깽이들. 저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속이 탄다. 그래 저 놈들 깔아준다고 날린 내 옷가지가 몇개인지..ㅜㅜ

 

바리가 해산 날이 다가오는데도 전혀 조짐도 없고 날 사이에두고 지 새끼들과 싸움이나 해대던 날들. 새집에 깔아줄 담요같은 것들을 빨아 널어놓았는데 다 마르기도 전에 비가내리네.

 

수요일 그러니까 그제 아침부터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새끼들이 보이질 않는거다. 비를 좋아하는 사야가 새끼들 비맞고다니는 거 안쓰러워 비가 싫어질 정도인데 안 돌아다니고 집에 있으니 다행이다싶으면서도 보고 싶기도 하고..ㅎㅎ

 

불러내 간식들을 하나씩 멕였는데 늦게서야 나타난 울 바리. 냉큼 받아들고는 집안으로 들어간다. 오후쯤 개껌을 하나씩 더 주는데 개 집위로 가뿐히 뛰어올라온 울 바리양 평소 입까다로우신 분답게 냄새만 맡고는 그냥 내려가버리길래 별 다른 느낌은 못 받았다.

 

한 세시반쯤 되었을라나. 평소에도 의사표현이 확실한 우리 씽씽이군이 짖어대기 시작한다. 바리나 아끼는 안그러는데 씽씽이는 늘 물이 없으면 물달라고 한 놈만 들여놓으면 자기도 들여놔달라고 묶어놓으면 왜 날 묶어놓고 난리냐고 평소 낯선 사람들을 보고 짖는 거랑 다른 확실한 의사표현을 해 대견한 놈이다.

 

뭔 일인가 나가봤더니 개 집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넘 놀래서 남친부터 불렀는데 세상에나 그냥 옛집에서 새끼를 낳았다네.  자세히 보니 씽씽이도 머리가 피투성이..^^;;; 사람도 그렇다던데 개도 두번째는 쉬운 건지 처음엔 아침부터 물한모금 한 마시고 열다섯시간인가를 진통하다 낳았는데 간식까지 챙겨먹다 이게 뭔일? ㅎㅎ

 

처음이야 어려서 마릿수가 적었지만 옆옆집도 보니 일곱마리였다던데 울 바리는 대견하게도 또 네마리.

 

흙투성이인 집에 그냥 놔둘 수는 없고 급한 김에 내 이불이며 옷가지랑 수건등등을 새로 마련한 산방에 깔고는 바리랑 새끼들을 옮겼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아니 왠 강아지들이 아니라 쥐새끼들이 태어났단 말인가..흑흑 내가 뱀보다 더 싫어하는게 쥐새끼들이건만.

 

 

도대체 아무리 봐도 저 잘생긴 우리 바리랑 닮은 놈은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고 그나마 저 얼룩이 하나가 개 답다고 해야하나. 바리 발정기때 어떤 떠돌이개가 하도 얼쩡거려 무지 스트레스받았고 맨날 쫓느라 생고생을 했었는데 딱 그 놈의 새끼들이다. 어쩜 저리 닮았는지..ㅜㅜ

 

남친은 어차피 정떼서 보낼거니 못생겨서 다행이라 하더만 그래도 그 숫컷놈과 하도 전쟁을 치러서인지 결국 그 자식들이라는데 절망.

 

 

우짜든둥 신기했던 건 이 놈들. 그러니까 지 엄마가 (지금이야 엄마인지도 모르지만) 진통을 해대니까 계속 옆에서  나름 돌봐주느라 나와 돌아다니질 않은거다. 거기다 새끼들이 태어나니 씽씽이는 빨리 나와보라고 우리에게 알린거고.

 

 

더 황당한건 울 씽씽이 지가 애빈줄 아는 건지 바리 얼굴도 쓰다듬고 저리 새끼들도 쓰다듬고 어찌나 열성적으로 돌보던지 감동했다. 그래서 씽씽이에게 붙은 별명이 왕오지랖..ㅎㅎ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어제보니 네 마리가 아니라 다섯마리더라는 것. 옮길땐 분명히 네 마리였는데 바리가 아마 출산중이었던 듯 쥐새끼 한마리가 더 태어났다..-_-;;;

 

지난 번 같으면 상상도 못했겠지만 오빠형들이 새끼들을 잘 보살피니 생후 이틀째인 어제 아무걱정없이 병원에도 다녀왔다.

 

이사온 지 아직 구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두 번의 출산이라니. 거기다 일년전의 사야는 개를 키운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 집에 있는 개들이 총 여덟마리다.

 

우짜든둥 저녁예불에 가서 좋은 주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늘 기도한 덕인지 어제 벌써 새끼들을 맞겠다는 사람들이 다 정해지긴 했지만 지난 번과 달리 워낙 안 생긴 놈들이다보니 보내기가 더 겁난다..ㅜㅜ

 

사람이나 개나 외모가 문제가 된다는 걸 아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단 슬픈 이야기.

 

물론 내가 하도 쥐새끼(!!!!!!)에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있어서 저 색만 보고도 이리 기겁하는거고 아직도 쟤네들이 바리자식이란 걸 믿을 순 없지만..ㅎㅎ 저 놈들은 다 귀엽게 잘 자랄거라 믿는다.

 

그리고 마음같아선 저 점박이 놈은 바리의 두 번째 출산 기념으로 키우고 싶기도 하다. 바리는 임신전에도 그랬긴 했지만 수술을 시킬까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누구는 바리가 인기가 좋은 거라고 누구는 헤픈거라고 말들도 많다만 울 바리양 꽃다운 나이라 그런가 아주 건강하고 또 모두 순산해서 다행이다.

 

예전에 순풍산부인과라는 시트콤도 있었지만 새끼를 순풍순풍 낳는다는 게 뭔가 우리 바리가 지대로 보여줬다..ㅎㅎ

 

 

 

 

2010.04.02.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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