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연양리풍경

너무나 속상하고 화가났던 날

史野 2010. 4. 11. 18:03

어제는 여주 장날. 지난 번에 다 못산 나무와 묘종들을 좀 사러 나갈려고 느즈막히 아침을 막 먹으려는데 갑자기 트럭 한대가 마당으로 들어온다.

 

집주인이라나.무슨 일이냐니까 나무를 심으러 왔단다. 아니 아무리 우리가 세입자지만 그래도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집을 빌려 살고있는건데 일언반구 말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마당에 나무를 심겠다니 어찌나 황당하던지.

 

최소한 전화는하고 양해를 미리 구했어야하는 거 아니냐고 화를 냈는데 문제는 그 다음. 작년에 여기 상수도 들어온다고 앞집이(주인이 동일하다) 전화했을때는 무지 재수없게 받고 여태 깜깜무소식이던 사람이 내 집을 내가 관리하겠다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고 난리라니.

 

 

지난 번 글 올렸듯이 여기서 그냥 참고 살기로 결정을 한후에 도저히 안되겠어서 길이라도 만들어야할듯해 저리 나무를 사다가 그제 남친이 고생해가며 만들어놓았는데 당장 잔듸를 깔아줄것처럼 난리다. 우리 들어올때도 그러지않았냐고 그리고 이제 사월이 넘었는데 진작에 말을 했어야하지 않느냐고 어찌나 열이 나던지 진짜 제대로 싸울뻔하고 당장 집을 빼고 싶더라니까.

 

이 웃기는 여자가 내가 꽃씨를 뿌려놓은 곳에 지맘대로 파헤치고 나무들을 심겠다는데 무슨 말씀? 다행히 같이 따라온 정원사가 내 꽃밭을 건드리지않고도 가능하다며 나름 중재에 나서서 일을 시작했다.

 

밖에서 있다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 니 맘대로 어디해봐라 하는 심정으로 밖으로 나가는데 집 좀 보여줄 수 없냔다. 작년에 보고가시지 않았냐며 없다고 그리고 앞으론 절대 이리 연락없이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못을 박았다.

 

 

내가 나무심은 곳의 반대쪽으로 이리 대충 심길래 나갔는데 와보니 그 위 내가 꽃씨들을 잔뜩 뿌려놓은 곳에서 또 철쭉들을 왕창 심어놨더라.  

 

 

이건 뭐 어쩌라는 건지

 

 

햇볕도 잘 안드는 곳에 나무를 심어놓은 것도 웃기지만 바로 집앞에 저리 큰 나무를 심는 사람은 또 어디있단 말인가.

 

 

이 곳도 내가 상추씨며 쑥갓씨를 잔뜩 뿌려놓은 곳.

 

 

여긴 벌써 이런 저런 싹이 많이 올라오던 곳인데..ㅜㅜ

 

 

그보다 더 속상했던 일은 바로 이 놈. 우리 아끼. 아침에 나와보니 탈출해서 또 수탉을 잡았다는데 애도 이상하고 꼴이 말이 아닌거다. 근데 그 놈의 주인여자랑 이래저래하느라 신경을 못써주고 그래도 이상해서 살펴보니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에 핏덩이도 엉켜있고 다리하나를 건드리니 아파죽을라한다.

 

당장 병원에 데려갔어야하는데 무식하게도 일단 남친에게 씻겨보라고했는데 별 이상은 없는듯 좋아하는 캔 고기도 잘 먹더라지. 그래 이 여자 일 끝날때까지 기다리려했는데 아무래도 애가 오돌오돌 떠는게 느낌이 이상해서 시설이 제일 좋은 병원으로 들쳐업고 갔더니 철조망같은 것에 다친게 아니라 다리 안쪽이 물.렸.단.다.

 

그것도 아침에 물린 게 아니라 하루이틀이 지나서 벌써 곪고 있다나? 어찌나 놀랬는지 그럼 도대체 누가 물었단 말이고 그걸 여태 몰랐나 싶은 자책감에 얼마나 아팠을까 등등 정말 머리속이 하얘지더라. 말못하는 짐승을 키우는 게 이런 건가. 아이였다면 아프다고 말이라도 했을텐데 아니 무슨 주인이 그런것도 모른단 말이냐..ㅜㅜ

 

병원에 처음 가 놀랬는지 그 아픈 곳을 의사가 만지는데도 앓는 소리 한 번을 안내고 눈만 껌벅이던 미련한 놈. 수술을해야한다기에 삼일 정도 입원시키기로 하니 이런 저런 비용이 수십만원. 개도 정말 아무나 키우는 게 아니다싶다.

 

 

어제는 정말 너무 속상해서 필름이 끊길때까지 술을 마시곤 이 놈을 데리고 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평소 둘 사이를 보아 이 놈이 그랬을 것 같진 않다.

 

 

아끼가 꼬물이들 빨아주고 그러는 걸 좋아하는데 그러다 뭘 잘못해서 그럼 바리에게 물렸을까? 원인을 알아야 앞으로 대책이라도 세울텐데 개들을 붙잡고 물어보니 말을하나 미치고 팔짝 뛰겠다.

 

혹 나갔다가 그냥 동네개에게 물린걸까. 그냥 다쳤으면 모르겠는데 물렸다니 너무 당황스럽다.

 

저 놈들중 한 놈은 그래도 키울 생각이었는데 있는 세 놈들 잘 키우는 것도 벅차겠단생각.

 

어제는 너무 속상하고 흥분해서 당장 집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시공사직원마저 이 집이 빠지겠냐 하더라만..ㅜㅜ) 오늘은 정말 뭘 어떻게해야할 지 모르겠다.

 

 

주인여자는 시공사사장이랑 담판을 져서 저 뒷편을 어떻게하겠다는데 그 공사가 대공사라서 우리가 사는 동안 진행이된다면 그것도 문제이고. 고민하다 기껏 눌러앉기로 결정을 했는데 작년처럼 또 씨나 뿌리고 이사를 가는 것도 열받고.

 

갑자기 나타나서 앞집이랑 반반 심을려고 가져왔다며 거의 다 우리집에 심어놓고 간 걸 보면 이 여자가 이 집을 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그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되는 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이사를 생각할때 이집 담보대출 문제도 걸렸는데 황당하게도 우리집이랑 공동담보가 걸려있는 땅인지 집인지를 이 여자 모르더라는거다. 이 집만 일억오천이라는데 우리전세가 육천이니 경매라도 넘어가게되면 전세금도 다 못 돌려받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이래서 사람들이 자기집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걸까.

 

겨우 마음을 잡았는데 집을 빼달라고해야하는 건지 그럼 이사는 또 어디로 가야하는 지. 아님 일단 꽃들이 피고 집모양이라도 그럴싸해질 가을까진 여기에 있는 게 나은 건지

 

어차피 이젠 개들때문에 아파트는 생각할 수도 없고 나도 그저 큰 욕심없이 텃밭에 채소같은 거 키워먹으며 소박하게 살고싶은데 그리고 꼭 내 집이 아니라도 좀 마음편하게 살고 싶은데 왜이리 일이 자꾸 꼬이는 지 모르겠다.

 

나무야 재활용이 가능하니 빼더라도 꽃씨며 이런 저런 것 심는다고도 수십만원들였는데 지금 그냥 이사가는 것도 넘 억울해..ㅜㅜ

 

동네사람들마저 이런 집에 어떻게사냐고 우리니까 산다는데 정말 이 집에 그냥 살려고했던 그런 내가 이상한 사람인걸까.

 

 

 

 

 

2010.04.11.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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