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무슨 장기간 여행을 간것도 아닌데 정말 오랫만에 글을 올리네요
눈도 많이 왔던 삼월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저 궁금하셨죠? 뭐 아니면 말구요..ㅎㅎ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시는데 뭐 별 큰 일이 있는 건 아니구요. 신경정신과 약을 먹다보니 잠을 엄청나게 잡니다. 물론 의사는 양도 워낙 소량인데다 12시간 이상 약효가 지속되는 게 전혀 없는데 오후 네시부터 잔다는 저를 비웃던데..ㅎㅎ 플라시보효과라고해도 어쩔 수 없고 자꾸 졸린걸 어쩌겠습니까 ^^;;;
의사와의 상담은 엄청난 진전이 있습니다.
제가 불치병이라고까지 믿었던 제 날카로운 신경줄이 결국은 제 어린 시절 엄마로 인한 트라우마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거든요. 원인을 찾았다는 것에(뭐 아직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안도하면서도 그게 또 하필 제 인생의 화두인 엄마라는 것에 절망하기도 하는 시간이네요
울 엄마표현대로 하자면 제가 엄마속에서 떨어진 피같은 자식인데 그 엄마때문에 이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견뎌내야했다니요.
얼마전에 읽었던 이외수의 벽오금학도란 소설에 정신질환에 대해 잠시 나오는데 거기 환자가 8살인가부터 이상증세를 보입니다. 그때 의사가 그럼 그 환자에게 정상으로 되돌린다는 건 어떤 걸 의미하는 가, 뭐 이런 언급을 하죠.
제 멋진 의사선생님은 제가 그 말을 묻자 정상 비정상의 경계가 무엇이냐? 당신이 원하는 건 '변화' 가 아니냐 묻더군요.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저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그게 엄마와의 문제일지라도 그래서 풀어가는데 시간은 걸릴 지라도요.
여기 제가 상담받으며 느끼는 걸 올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게 참 여러가지로 쉽지가 않네요
우짜든둥 저희에겐 무지 큰 일인 제 건강문제며 먹고사는 문제며 또 이사문제로 조금 복잡한 시간이었던 건 사실입니다.
아시다시피 난방비도 난방비지만 여전히 심란한 저 뒷마당. 새깽이들을 저기 풀어놓으니 집꼴이 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눈비로 질척이는 앞마당. 개나 사람이나 늘 흙투성이에 여러가지로 스트레스가 많답니다.
그런데 집을 내놓는다고 해도 누가 이 집에 들어올 것 같지도 않고 제가 집을 사서 이사가지 않는 한 또 무슨 문제가 생길 지도 모르는 거고 일단은 게약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7월까진 그냥 버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정을 한 바로 그 날 해도 쨍쨍나는데 이렇게 큰 두꺼비가 저희 집 마당에 나타났답니다. 그래서 전 그냥 제 식대로 이건 그냥 살라는 거구나 복이 들어올거구나 해석해버렸습니다..ㅎㅎ
이왕 살기로 마음먹은 것 빨리 정붙이고 살려고 저렇게 식물들도 사다놓고 씨도 뿌리고 봄을 맞아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얼마전 닥친 한파로 모두 얼어버렸네요..ㅜㅜ 꽃이 얼어도 속이 이런데 정말 농사짓는 분들 속은 어떨까 싶더군요.
차이를 잘 모르시겠지만 우짜든둥 마당에 있는 낙엽들을 다 치우고 저 황량한 곳에도 꽃씨들을 잔뜩 뿌렸습니다.
긁어모아놓은 낙엽들이 저만치입니다. 저걸 다 손으로 했다니까요..흑흑
우선 질퍽한 데크아래는 이런 식으로 돌을 모아다 놓고 있는 중이구요. 아무리봐도 절대 잔디를 깔아줄 것 같진 않으니 잔디씨를 사서 함 뿌려볼까 고민중이기도 합니다. 내 집도 아닌데 그럴필요까지? 하다가 일년을 살더라도 사람답게(?) 살아보자 뭐 이런 기분으로요..ㅎㅎ
제가 이러고 있는 사이 남친은 이렇게 개집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보이시나요? 충격적이게도 바리양이 또 임신을 했답니다. 지난 발정기때 나름 강쥐속옷도 입히고 안에서도 재우고 정말 별 짓을 다했는데 믿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답니다.
개도 팔자가 있다면 참 안타까운 팔자입니다. 겨우 한살이 넘었는데 벌써 두 번씩이나 출산이라니요..ㅜㅜ
아마 저 배모양이며 조만간 낳지 싶네요.
새끼들을 보내건 어쩌건 에미 젖뗄때까지야 키워야하고 다른 놈들하고 함께 재울 수도 없으니 저리 이쁜 집이 완성이 되었답니다. 장성한 새끼들이 옆에 있어서인지 지난 번 보다 많이 불안해 하는 듯해 안쓰러운 녀석입니다.
저 세 놈들도 벅찬데 앞으로 일이 어찌될 지는 하느님만 아실 겁니다..ㅜㅜ 역시 잘 안보이시겠지만 작년 배추랑 무심었던 비닐도 싹 걷어내고 저 쪽에도 꽃씨들을 좀 심었습니다.
이제 그제로 딱 육개월 질풍노도의 시기에 들어선 우리 새깽이들은 조상이 사냥개인지 아님 지 에미를 닮아서인지 앞집 닭들을 다 해치고 계십니다.
임신한 바리가 그 무거운 몸으로 앞집 오골계를 잡은 걸 시작으로 저 두 놈들이 앞집 암탉과 장닭을 잡아버렸네요. 절대 탈출을 못하게 해놨는데 거의 날아오르는 수준으로 나가서 닭을 잡아대니 대견하다고 해야할 지. 다행히 놀이라고 생각하는 지 먹지는 않습니다만..-_-;;
저희가 새로 사다준 닭 세마리중 한마리가 또 불상사를 겪게되어 저 놈들은 어제부터 저리 둘이 묶이는 신세가 되었답니다. 안 묶여있던 놈들이라 줄에 묶어놨더니 어찌나 동네 시끄럽게 굴던지 저 놈들과 저희가 마련한 절충안입니다. 안 낑낑대고 나름 화장실도 같이가고 사이좋게 잘 지내서 다행이긴 합니다.
아침에 늦게자는 걸로 대신해서 저녁예불은 왠만하면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으며 남친하고는 지난 번 말씀드렸듯이 신기할정도로 안 싸우며 사이좋게 지냅니다.
이래저래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고 마음 아픈 일도 많지만 저는 그냥 이기적이게도 제게만 집중하는 날들입니다.
여름이면 벌써 한국에 돌아온 지 삼년. 짧지 않은 시간이기에 그 시간속에서 제 자리매김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아둥바둥하기도 하는 시간들이지만 큰 틀로 보면 제가 왜 한국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 지 그 의미를 확인하는 뜻깊은 해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의 시간이기도 하구요.
이리 큰 눈들을 보긴 처음인 삼월이었습니다. 앞이 안 보일정도의 폭설을 뚫고 저녁예불을 가던 지난 22일 찍은 겁니다.
이제 이 눈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기다리던 봄은 오겠지요
꽃씨들이 싹을 틔우면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싹이 돋듯 제게도 제 자신과 싸워이길 힘들이 솟아나길 기대해봅니다.
마흔 중반인 사야는 여전히 자라고 있습니다..-_-;;;;
2010.03.30.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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