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우리 새깽이들 이야기 좀 해보자.
전혀 새로운 세계인 개와의 인연이 시작된 지도 벌써 육개월.
아니 초보가 바리의 출산에 강아지들 기르느라 생난리를 쳤던 걸 생각하면 반년이 아니라 한 일년은 된 것같다.
똥개들이다보니 혹 잘못 보냈다간 험한꼴 당하게될까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작년말의 그 고통스러웠던 시간들
그땐 술만 취하면 남친을 붙들고 난 쟤네들 다 키울거라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세 놈 이상은 내게 무리다.
한놈이 같은 단지에 살다보니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그 놈 맘아플까봐 새깽이들하고 걸어서 산책도 못나가고 강변주차장까지 트렁크에 싣고 다닌다..-_-
신기한건 개들은 원래 냄새로 주인을 기억하고 그게 삼개월간다고 들었는데 우리 아메는 내가 숨죽이고 지나오면 모르는데 멀리서라도 내 목소리를 들으면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우짜든둥 이제 나와 한식구인 이 세 놈들
안 닮은듯 닮았고 또 닮은 듯 안 닮았고 날이면 날마다 내게 기쁨과 안쓰러움이 교차하게 만드는 내 가족 털달린 짐승(울 엄마표현), 말못하는 가족이다.
편애하면 안되는 줄 알면서 저 놈에 대한 내 안쓰러움은 어찌 도를 넘는다. 아기때부터 무표정하고 심드렁해서 무조건 정이 갔던 아이.
어려서부터 (물론 지금도 어리지만) 자주 안에 들여서인지 다른 놈들 다 집에 들어가 자는데 그 추운밤 유리문앞에 쭈그리고 앉아 졸고있는 거 보면 사야가슴이 미어진다..ㅎㅎ
두 놈을 동시에 목욕시키는 날. 식사하시는 주인님들 식탁아래서 남친 함 바라보고
내 얼굴 함 바라보며, '너희들만 먹냐?' ㅎㅎ
뱃속에서 겨우 이개월. 세상에 나온 지 몇 달 되지도 않는 이 녀석들 때문에 놀랍고 신기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특히 아끼 이 녀석은 집에 들어오면 집안에서 지켜야할 수칙(?)을 나름 알고 있다.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대소변을 화장실에 가서 해결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뛰거나 전선줄을 물어뜯거나 하는 일도 전혀 없다. 그저 나만 졸졸 따라다니다가 지정된 장소에서 잠을 자거나 술마시는 내 옆에서 저리 어찌 안주라도 하나 얻어먹을 수 있을까 하품하면서도 기다린다지..ㅎㅎ
자기의사 표현은 어찌나 확실한지 놀랄때가 많다. 오랫만에 방에 들여줬더니 육포를 줬는데도 안먹고 발랑누워 쓰다듬어달라고 얼마나 서럽게 낑낑대는 지 이 어린 놈에게도 그리움이라는 게 있구나 싶은게 뭉클하더라.
반면 우리 씽씽이는 돌멩이도 삼킬 정도로 먹을 걸 밝히는데다 실내생활도 별 좋아하지 않는다. 황당한건 다른 놈들은 먹이느라 애를 먹는 회충약도 이 놈은 아작아작 씹어먹고 부스러기까지 찾아먹을 정도..-_-
이 놈은 또 남친이 워낙 이뻐라하는데 부모(?) 잘 만났으면 트렌스젠더를 시켜야하는 놈이라나 뭐라나...애교쟁이긴한데 그렇다고 그런 오버를..ㅎㅎ
어느 날 아침. 이상한 소리에 밖을 내다보니 들여보내달라고 문에 매달려 낑낑대고 있는 녀석들. 아니 나가지못하게 문까지 해 달은 거구만 도대체 어딜 어떻게 나갔길래 쫓겨난 것처럼 저 밖에서 난리들인지.
알고봤더니 어느 새 저리 커서 뒷산으로 탈출을 하고 있었던 것. 황당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자식키우는 부모마음이 이럴까. 탈출하다말고 부르니 또 잽싸게 뛰어내려오는 씽씽이. 밖에만 나가면 말썽꾼의 선봉장인 울 아끼는 잠시 고민중..ㅎㅎ
바리만 튀어올라갈까봐 묶어놓고 있었는데 이젠 세 놈들이 다 튀어오르니 뒷마당쪽을 막아놓고 아예 바리도 풀어놓았더니 오히려 잘되었다싶다.
산책나갔다가와 맛있는 간식 얻어먹고는 피곤해 곯아떨어진 놈들. 하루 한번 강변에 데려가 함 풀어놔줄뿐 추운데 그냥 내팽겨쳐두었는데도 잘 버텨내줘서 더 고마운 놈들. 그 미안함에 하도 멕였더니 씽씽이는 이제 지 에미보다도 더 큰 것 같다.
개를 키우기 전엔 정말 몰랐다. 개들도 사람처럼 생각이 있고 느끼는 동물이란 걸. 아니 생명이 잉태되고 겨우 몇 달만에 그러니까 사람보다 훨 빠르게 성장해서 나름 자기 앞가림을 한다는 것이 신기하고 신비로와 죽겠다.
물론 말이 통해 저 놈들을 더 잘 이해해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같은 언어를 쓰는 인간들이라고 서로의 속을 다 아는 건 아닐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농담이 아니라 내가 불교에 더 믿음이(?)가게 된건 저 강아지들 때문이다. 저 놈들과 교감을 하다보니 정말 사람이 개로 태어날 수도 있겠다, 인연이란 건 있는건가보다란 생각이 자꾸 드니 말이다.
우린 어느 별에서 개나 사람의 구별없이 어울려 살았던 건 아닐까.
새깽이들이 자라니 짖는 문제며 중성화수술이며 어찌해야 잘 더불어 살까 고민이 많아진다만 원한건 아니었으나 내게로 온 생명들을 끝까지 잘 지켜낼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한다.
2010. 02.18.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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