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이사와서 정말 좋은 점이 많았다.
물론 그게 사실 집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던 장성집과 비교해서이지만 그래도 나름 긍정적 마인드로 산다 자부하는 사야
특히나 좋았던 건 원할때 보일러를 돌릴 수 있었다는 것. 장성집은 심야전기였는데 겨울에 열시반이되어야 보일러가 돌아갔던 관계로 제일 따뜻해야할 저녁시간때 정말 얼음장같은 집에서 살았었다.
지난 11월 따뜻하게 잘 지냈더니 가스비가 무려 이십칠만원 가까이 나온거다. 내가 무슨 재벌도 아니고 어찌나 놀랬던지 12월달에는 매트리스에 전기장판같은 걸 깔고 실내온도를 20도에 맞춰 살았다. 아시겠지만 실내온도 20도면 무지 추운거다.
그래도 어쩌겠냐 이사와서 가본 적 없던 여주 아울렛까지가서 거위털 정말 따뜻한 조끼하나 장만하고 그래도 가스비를 절약하지않냐며 나름 뿌듯하게 12월을 잘 견뎌낸 결과
가스비는 사십사만오천 사백원.
아 내가 정말 따뜻하게나 살았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거기다 나는 가스레인지가 있긴하지만 요리도 거의 전기레인지를 쓴다.
그렇게 아껴쓴 결과가 이리 처참하다니.
그래도 또 어쩌겠냐 그 겨울에 이사를 할 수도 없고 이번엔 실내온도를 18도에 맞춰놓고 이야기했듯이 그 추운 날 강가에 다녀오면 그래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집에 감사하며!!!! 남친은 실내에서 털모자까지 쓰고 놀러온 친구아들내미에게 이렇게 추운 집은 처음 봤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며 지냈다.
그런데 결과는 또 오십만 오백원.
아니 아무리 가스비가 또 올랐다고해도 그렇지 장난하냐?
그렇게 춥지도 않던 지난 목요일 서울다녀오며 보일러를 외출로 해놓고 나갔다. 문 다 꽉 닫고 나갔으니 열두시간넘게 밀폐되었던 집의 온도가 13도더라.
우리집은 단지내에서 딱 두채뿐인 이중창집이다. 그럼 뭐하냐 벽이 종이장인걸.
없는 사람에게 겨울이 왜 혹독한 건지 절절히 느끼며 처음엔 전원주택에 사는 것도 사치구나 반성만 했었는데 이렇게까지되고보니 이건 이따위로 집을 지어놓고 세를 놓을 생각을 한 사람들에게 분노하게 되더라.
전형적인 기획부동산에 여주땅값 오르기만 바라고 투자인지 투기인지 한 사람들이 소유주들인지라 거의다 전세인데 없는 사람들 이중고생시키는 것도 아니고 제가 짓는 집은 제 이름을 걸고 어쩌고 지역신문에 인터뷰하던 사장인지 회장인지하는 여자 면상에 대놓고 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집뒤에 산무너진거며 잔디를 안깔아 질퍽거리는거며 악조건이 많지만 그래도 여러상황상 어찌 버텨볼까했는데 결국은 또 이사를 해야하는가.
무엇보다 나를 늘 설레게하던 아름다운 강변이 결국은 위대하신 각하의 역사적인 삽질로 망가지기 시작했으니 이 동네에서 더 버텨야할 이유도 없는 지 모르겠다.
설마설마했는데 일주일전부터 내가 나가는 강변에도 포크레인이 나타나 나무들이며 억새며 초토화시키기시작했다.
맘같아선 정말 이 더러운 세상을 피해 예전의 화전민처럼 이 놈의 정부랑 전혀 상관없는 산골로 들어가 세금한푼 내지않고 살고 싶다.
혹자는 웃겠지만 내가 요즘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중 하나가 백수라는 사실. 이런저런 이유로 세금을 안내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내가 뼈빠지게일해서 이 정부삽질에 돈을 보태고있진 않다는 그 사실말이다.
삼년만 어디 움막이라도 지어놓고 화폐랑도 무관하게 살고싶은 마음만 간절하다.
2010. 02.02. 여주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