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많은 지역이라서일까.
태어나서 저런 서리꽃들은 처음보았다.
처음이란 늘 가슴설레고 감동적인 것. 당장 강가로..
아직도 남아있는 장미잎에 얹힌 저 서리의 아름다움이라니.
서리꽃이 아름다운 것보다 더 아름다운, 추위에도 아랑곳않고 신난 우리 새깽이들
어쨌거나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백만배는 더 아름답다.
새해가 밝았다.
크게 감흥이 없는 건 내가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아님 삶이 너무 고단해서인지..
아니 가장 솔직히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이 그지같은 대한민국현실때문이겠지만.
우짜든둥 개인적으로 이천 칠팔구년 삼년은 내게 참으로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들이었다.
남편을 떠나 한국에서 새 삶을 찾았던 2007년 남친과 합하며 장성으로 내려가고 이혼을 했던 2008년 그리고 그 장성에서 쫓겨나 이 여주에 임시터를 잡자마자 새깽이들과 씨름해야했던 2009년.
어찌보면 찰나같고 어찌보면 억겁같기도 한 그 시간들.
불혹이란 나이에 전과 전혀 다른 삶을 선택했던 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힘든 건 늘 그렇듯이 사람들이었다.
나는 변한 것이 없는데 아니 스스로는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고 뿌듯하기까지했는데 나를 대하는 이 땅의 사람들은 그게 아니더라는 것.
내가 변한게 아니라 함께 사는 남자가 달라졌을뿐인데 그들은 내가 아닌 내가 사는 남자로 나를 평가했던 걸까, 로 속에서 피눈물이 나던 시간이기도 했다.
산다는 건 늘 내게 자신없는 일이었고 그럼에도 살아내야만하는 절체절명의 문제이므로 어쨌든 새해라는 건 새 아침이 밝아오는 것처럼 가슴벅찬 일임엔 분명하다.
후회같은 건 해보지 않고 살아온 인생.
후회를 하지않는 것이 상처를 받고싶지 않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할지라도 이미 꺽어선 갈림길에선 뒤를 돌아보지 않는게 현명한 길이라 믿기때문일거다
그래 새해는 밝았다.
사는 게 쉽고 만만한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그래도 마흔에 세상을 알아야한다는 강박과 오만은 있었던듯하다.
이제 한국나이로 마흔넷.
아무것도 나를 구원할 수 없다는 걸 드디어 깨닫는 나이.
하필 새해 첫날에 LPG 가스가격을 인상한다는 것이 제일 먼저 눈에 뜨여 흥분하게 되는 그런 처지.
그래도 사야는 이 새해가 그간 보낸 삼년보단 훨 나을거란 믿음으로 반가히 맞는다.
2010. 여주에서..사야.
제겐 정말 정신없고 힘들었던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작년엔 이래저래 블로그 신경도 못쓰고 현실이 피터졌던 듯합니다.
그래도 꾸준히 들려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특히 제가 전화나 문자도 챙기지 못했던 것도 여기 뭉뜽그려 죄송하단 말씀드립니다.
삼한사온은 아니지만 여기와서 삼년 죽어라 힘들었으니 새해엔 뭔가 신나는 일이 생기리라 믿어보네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물론 저는 위에 잠시 언급했듯이 요즘 대한민국돌아가는 꼴에 희망을 보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견뎌내시기를 그리고 2010년을 사는 우리가 한일합방을 했던 백년전 보단 조금 나아지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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