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노트북이 생겼는데 쓰던 것과 많이 달라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거기다 전에 쓰던 노트북들엔 당연히 있던 사진편집기능도 없네.
남친이 자기차를 팔아 사준 물건인데 자꾸 후졌다고 승질만 내고 있다..-_-;;;
우야든둥 이런 저런 일로 밀린 사진들과 이야기들을 좀 풀어놓아보자.
지난 금요일 드디어 첫눈이 내렸다. 자고 있던 새깽이들 다 깨워선 마당에서 빙글빙글돌고 난리났었다..ㅎㅎ 눈이 신기했는 지 아님 목이 말라서인지 먹고 있는 놈들.
데크에 불을 켜놓고 눈오는 걸 감상하다보니 그 끔찍하게 추웠던 장성의 겨울이 그립다. 난 겨울엔 강원도 산골 어드메 눈속에 파묻혀 살아도 좋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첫눈치고는 제법 눈이 쌓였다. 무소카놈이 와서 산행을 하기로 한 날인데 가능할려나.
남친과 한여름 올라가다 돌아왔던 여주의 마감산. 저리 나무사이를 능선을 따라 등산이라기보다 트레킹하는 코스인데 의외로 괜찮다. 여주온천에서 출발하면 왕복 11킬로. 다녀와서 온천까지 하면 아주 좋다지.
지나는 길에 있던 행치고개. 저 길을 단종이 영월로 유배가는 길에 지나갔단다. 역사적 사실로 알고 있었으나 막상 그 어린 단종이 저 험한 길을 수행원들과 지나갔을 생각을 하니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정상인지 착각한 곳의 풍경.
능선을 따라가서 이리 멋진 풍경을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아서인지 더 감동스러웠다
쉬엄쉬엄가는 코스중 유일하게 나를 겁먹인 마귀할멈바위.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겐 완전 난코스다. 일어나지도 못하고 기는 나를 기어이 찍어놓은 놈은 누구냐? ㅎㅎ
지난 번에 등산화 망가진 것도 이 놈과 산행하려다 그런건데 또 이 놈 덕에 산행을 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 밤늦게 고기공놈까지 합류했다. 무소카놈은 독일에서 고기공놈은 아일랜드에서니까 둘다 떠돌다 만난 인연들인데 내게 참으로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오랫만에 두 놈들을 한꺼번에 봐서 더 행복했던 날.
가슴이 답답해서 갑자기 바다가 보고싶었다.
백만년만에 경포대에 갔더니 너무나 충격적이게도 여기서 두시간도 안걸리더라. 대관령을 구비구비돌던건 옛말이고 쭉쭉 뚫린 터널들이 강릉을 간다는 걸 못믿게 만들었다지.
운치있던 옛날도 그립고 금새 닿을 수 있는 지금도 넘 좋고 어쨌든 이제 바다가 보고싶으면 그냥 다녀오면 되겠다.
동해바다를 처음 봤다는 저 남자. 마흔이 넘도록 놀고 쉬고 여행하고하곤 거리가 멀게 살아온 남친을 보면 가끔 짠하다.
요즘 몸이 안좋아서일까 남친에게 내는 짜증수위가 도를 넘고있다.
프로필에도 있지만 전남편도 어쩌다 내가 저런 남자랑 살고있나 싶었는데 전남편과 전혀 다른종류의 인간인 남친을 보면서도 똑같은 생각을 하니 내가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둘다 상처가 많은 인간들이 서로 보듬으며 잘 살아야할텐데...
(오지랖이 바다인분들을 위해 미리 경고.. 사야 짜증낼때 빼곤 남친에게 정말 잘한다. 안믿기겠지만 작살애교가 세계챔피언급이라지..ㅎㅎㅎ)
그건그렇고 옆집 토야네가 이사를 가고 애기 둘딸린 사람들이 새로 이사를 왔는데 오늘 그 애아빠가 날 보더니
'아주머니(허걱) 인터넷에 시야네(사야도아니고) 집인지 블로그하시지요?' 그것도 부산사투리로 묻더라지
부산에서 이곳으로 이사올려고 검색하다 발견했다는데 이사갈려는 옆집아줌마 블로그 발견한 기분이 어떨까? 아니 그 발견당한 아줌마기분은? ㅎㅎ
2009.11.27. 여주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