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연양리풍경

오랫만의 사야일상

史野 2009. 11. 18. 00:29

 

 

우선 농사(?)가 망했다. 배추밭이 햇볕이 잘 들지않는 관계로 대충 자라난 것들을 지난 번 한파전에 대충 뽑았다.

 

우쨌든 내 평생 첫 무수확인 관계로  너무 감동해서 저 무청들을 잘라서 시래기를 말려놓았는데 좀 이상하다..ㅎㅎ

 

주먹만한 무로는 깍두기 좀 만들고 생기다 만 배추로는 겉절이도 조금했다. 남은 무로는 무말랭이를 해보고싶은데 시래기말리는게 하도 힘들어서였는 지 엄두가 안난다.

 

 

 

육개월전 장성에서 담아놓았던 칡잎차를 개봉했다. 사실 맛은 잘 모르겠고 그저 그 행위에 감동..ㅎㅎ 

 

 

 

해가나는 날은 괜찮은데 아닌 날은 정말 이 집이 너무너무 춥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날 남친을 졸라 화로불을 피웠다. 무쇠주전자올려 차한잔까지 끓여마시니 살것 같더라. 언젠가는 꼭 벽난로있는 집에 살리라 또 결심

 

 

 

한국에 돌아온 지 이년이 넘어가니 이젠 서양음식이 그립다. 그것도 이 곳에서 구하기 힘든 것들이.. 나야 어차피 워낙 떠돌았기에 단련이 되긴했지만 그래도 매년 먹던 독일음식들이 그리운 건 당연하겠지.

 

얼마전부터 독일잉어(여기선 향어라는 것 같던데)요리가 넘 먹고싶어서 크리스마스선물로 뭘 갖고싶냐는 시어머니전화에 저 생선이 먹고싶다고 떼를 썼다지..-_-

 

우짜든둥 그래서인지 평소 생각도 안나던 저 하와이안 토스트를 십년도 넘게만에 만들어봤다. 남친이 맛있게 먹어서 다행이다.

 

 

 

내가 넘 이뻐한다는 울 아끼를 자주 집안에 들이는 편인데 배설문제로 신경이 곤두선 남친이 저 기저귀를 사왔더라. 넘 귀엽고 신기했는데 결정적으로 큰거엔 소용이 없어서 마침 저날 집안에 실례를 하셔서 남친이 캡 열받았다..ㅎㅎ

 

꼭 그것때문은 아니지만 다른 애들 눈치가 보여 자제하는데 죠 놈이 문만열면 뛰어들어오며 지 귀여움을 벌고 있다.

 

 

 

우리 새깽이들이 얼마나 컸는 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가스통을 갈러왔던 총각왈 아니 저게 이번에 낳았다는 새끼예요? 어찌 에미보다 더 큰거 같네.

 

울 씽씽이는 먹는 거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긴하다만..ㅎㅎ

 

 

비오는 날 개집에서 못나오는 게 안타까와 파라솔과 함께 있을 곳을 마련해줬다. 한놈은 어디갔냐고?

 

 

 

바로 요기. 할아버지가 혼내도 내 앞에서 알짱대는 그래 바로 그 놈이다. 사진이 그렇게 나왔지만 절대 저리 얌전하게 내 눈치를 보고 있는 일은 없다..ㅜㅜ

 

 

 

외출에서 돌아와보니 반가와 난리부르스를 추던 놈들. 내가 안내리니 사태파악중. 이젠 앞마당에 옆집까지 진출안하는데가 없는 사고뭉치들이다.

 

 

 

아직 두달도 안되었건만 벌써 저렇게 앉아서 지들도 개라고 낯선사람들이 오면 짖고 난리다. 문제는 내가 자주 안나가는 관계로 나만 나가면 생난리를 쳐서 발자국을 뗄수도 없는 정도다. 어젠 내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져 다리를 흔들어대도 안놓더니 아예 빵구들을 내놨더라.

 

아 정말 저 놈들을 어떻게해야하는 지 고민이 많다.

 

 

 

상해에서 사업한다는 그 동생놈이다. 여주는 가까우니 서울로 출장오면 왔다가는데 황당한건 올때마다 내 사진기에 이렇게 셀카를 남겨놓아 꼭 사진옮기다 발견한다는 것..-_-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이 놈이 강력하게 아무나 괜찮다며 울 새끼를 입양하겠단 의사를 표시한것. 다음에 와서 상해로 데려가겠다던데 가능할까.

 

다 키울순 없기에 누군가 간절히 원하는 사람에게 입양보내고 싶은 게 에미마음인데 진짜 인연이 닿으면 좋겠다.

 

  

 

오늘 이 곳에 글을 올리고 싶었던 이유는 결국 이거였다.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그 유명한 여주쌀을 먹고자란 내가 그것도 이제 여주에 살면서 저 머나먼 경남봉하에서 쌀을 주문했다면 우스운 일이다만 꼭 해야만했다.

 

믿겨지지않던 받아들일 수 없던 노통의 죽음이 쌀을 주문하고나서야 실감이 났고 오늘  저 박스의 캐리캐쳐를 보고서야 처음 눈물이 났다.

 

 

'아 나는 정말 당신을 사랑했다. 당신의 고집을 당신의 이상을 그리고 당신이 꿈꾸던 사람사는 세상, 당신이 밀집모자를 쓰고 당신의 그 열정으로 헤집고 다녔을 그 땅에서 나온 이 쌀을 받고서야 나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었는 지를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당신의 꿈이 깨졌듯 내 꿈도 깨져버렸다는 걸.

 

당신이 그 꿈마저도 포기하고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질수 밖에 없도록 만든 그들을 내가 얼마나 증오하는 지도..'

 

 

사.람.사.는.세.상.

 

저 간단한 말이 이리 울림을 주는 말이 될 줄은 몰랐다.

 

자꾸 분노가 치미니 그만두자. 말을 참는다는 것 해야할 말을 못한다는 것이 사람을 이리도 황폐하게 만드는구나.

 

 

 

분위기 바꿔..^^

 

우연히 고개를 돌려본 저 장면이 꼭 잡지의 한 장면같았는데 사진으론 표현이 잘 안되었다. 좋은 사진사는 현실을 영화같이 만들두만 난 왜 영화같은 장면이 현실이 되는 지..ㅎㅎ

 

남친에게 잘해야하는데 내가 요즘 분노에 차있는 관계로 이래저래 쉽지가 않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안그래도 움츠려지는데 숨이턱턱 막히게 만드는 2009년의 이 대한민국현실

 

이젠 아홉시뉴스를 전혀 보지 않지만 어쩌다 운없게 걸리는 뉴스예고에도 길길이 뛰는,

 

사야 요즘 제대로 미.친.년.이 되어가고 있다.

 

 

 

 

 

 

2009.11.17. 여주에서...사야

 

 

41820

 

 

'3. 연양리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하고 낯선 날들  (0) 2009.12.13
첫눈, 산, 사람 그리고 바다  (0) 2009.11.28
비오던 날의 산책  (0) 2009.11.17
우리 새깽이들 2  (0) 2009.11.09
마흔세살의 가을이 가고있다  (0) 200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