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란 게 과연 있을까
아님 누군가 내 진심을 믿어줄까.
진심이란 말이 귀해져 참기름이 진짜 순 참기름이란 말로 팔려지고 있는 시대처럼 강조해야할 그런 때라도 참기름이 없을 수 없는 것처럼 진심이란 것도 있는 것 아닐까.
근데 진심이란 게 무슨 옛날 버스차장들이 숨겨놓은 돈이 있을까 까보이듯 주머니를 다 헤집어 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진심이란 건 도대체 어떻게 남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아무리 까보여도 진심이 납득될 수 없는 건 진심이란 납득시키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기때문일 거다.
진심이란 그냥 아는 거다. 내 진심이 상대에게 통하는 거라 믿는 믿음인거다. 어차피 종교처럼 뭔가 믿는 건 그저 동어반복이긴 하다만 그저 보이지 않는 걸 믿는 거니까
상대가 믿지 않는 데 그 진심을 보이겠다고 주머니를 까뒤집고 아무리 옷을 다 벗어헤진다고 해도 그 진심이란 게 눈에 보이는 실체가 아닌 이상 까뒤집어 보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무리 발가벗고 서있어도 상대가 그 진심를 찾을 수 없다면 어쩌면 진심이란 건 상대가 찾아가는 그 무엇이 아니라 내 안의 여유,내가 상대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 공간의 여유인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맨날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매번 그게 진심이었다고 믿는 걸거고 역설적이게도 그가 그 순간 믿었던 그 진심은 어쩌면 진짜 순 참기름처럼 진짜 진심이었는 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또 배운다.
진심이란 건 내가 내 보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건 상대가 받아들때만 진심이 된다는 걸.
가짜 참기름은 팔 때나 살 때나 가짜 침기름이지만 진심이란 건 내게서 떠나서 받아들여질 때 가짜로 되어질 수도 있다는 걸.
인간의 마음이라건 결국 참기름을 평가하듯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서 어떤 사람의 진심이 진심(?)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걸.
아프게도 절절히 느끼고 있다.
세상이, 아니 심지어 부모자식간에도 필요한 건 진심같은 게 아니라 '예의'고 '척'인데 이 나이가 되도록 그런 처세술을 배우지 못한 나는 산다는 게 자주 고역스럽다.
그러니까 이게 모두 내 탓은 맞는 것 같은데 그게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부터 잘못된 건지 나는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생겨먹은 건지 가끔은 하늘이 노랗고 사는 게 진짜 자신없다.
그렇다고 죽으라고?
아니 나는 죽었다 깨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자살같은 건 안해.
그러기엔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온 게 너무 억울하니까.
내가 좀 변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2008.12.01.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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