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도 지천이 단풍이지만 더 시간이 가기전에 약사암에 올라가보고 싶었다.
멀지도 않건만 지난 여름 고기공놈하고 올라가보곤 가본 적이 없으므로...
혼자가긴 싫고 삼보탑승이(삼보이상이면 무조건 오토바이건 차를 이용한다..-_-) 인생철학인 남친을 간신히 꼬셨는데 타협조건은 약사암 아래까진 오토바이로 간다..
내가 아쉬운 사람이었으므로 그러자곤 했지만 막상 사람들 사이를 오토바이로 뚫고가는 그 창피함이란..ㅎㅎ
워낙 울긋불긋이서일까 이런 푸르름이 사랑스럽기까지하다.
물론 가을이니까 이 붉은 낙엽에 심장이 더 뛰는 건 정상이지만 말이다.
오토바이에서 내려 겨우 사백미터인 약사암은 겨우긴 하지만 무진장 가파르다지.
독실한 불자인 남친은 어디를 가나 삼배를 한다.
약사암에서 내려다본 백양사. 이 곳 사진을 찍고 싶어 올라간거나 마찬가지인데 마침 역광이었던 지라 내 똑딱이가 받쳐주질 않는다.
바로 아랜 이렇게 장독대가..절이라도 사람사는 곳이련만 산속에서 만난 장독대와 빨래는 너무나 정답다.
약사암이 아래서 물건을 조달받는 도르레.
영천굴가는 곳에서 올려다본 모습. 저 곳엔 자판기도 근사한 탁자도 있다..ㅎㅎ
영천굴에 가려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데 낙엽에 걸린 햇살. 아 정말 이럴땐 사야 미치고 팔짝뛰게 좋다..(물론 내 사진기가 그리워 역시 미치고 팔짝 뛰게 괴롭기도 하다만..ㅎㅎㅎ)
역시나 영천굴 부처님께 예를 올리는 남친. 부처님 오랫만이예요. 여긴 제 여자친구구요. 이름은 000이예요. 웃음이 나와 죽는 줄 알았다..하하하
삼보탑승께서 왠일로 필을 받으셨는 지 백학봉까지 올라가자시는데 사람도 많고 옷은 축축하고 내가 싫다.
쉬엄쉬엄 내려오는 길. 장담하지만 어떤 화가도 이 빚깔을 그대로 표현해낼 수는 없다.
가물었다곤해도 여전히 아름답다. 특히 비자나무까지 섞여 보색의 아름다움까지...
계곡에 물은 거의 없다만 낙엽이 가득. 너무 감동한 사야가 빛과 낙엽속에 빠졌슴..ㅎㅎ
그냥 갈 수 있나 이번엔 천진암을 향해 오른다. 아 물론 오토바이타고..^^;;;
저런 색감들을 캔버스에 풀어낼 수 있다면 색의 달인이다.
드디어 천진암이 보인다.
비구니스님들이 계신 절이라 깔끔하기 이를데없다. 옆의 탱자나무는 수령이 오백년이라던가.
잎은 다 떨어진 감나무에 걸린 까치밥이 귀엽다.
저걸 화폭에 옮겨놓으면 촌스럼 그 자체일텐데.. 아 사야 오늘 왜이러냐. 그림이 그리고 싶은걸까..^^
다시 오토바이타고 부르릉 집에 왔다만 왠지 섭섭해 오른 뒷산. 그래 이 곳만의 우리둘만의 공간이다..^^
좋다 정말 좋다란 소리를 연발하며 돌아다니다며 생각해보니 서울만 빼곤 내가 살았던 도시들이 다 좋았다. 유럽도시야 원래 그렇다치더라도 상해 홍콩 도쿄. 모두 나무가 우거진 곳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이 곳에 온건 나와 동떨어진 어떤 곳이 아니라 내가 익숙했던 바로 그 곳을 찾아온 건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도 문명(?)이 그립지 않은 건 아니므로 내일 대구 사진비엔날레에 가 볼 생각이다..
남친에게 화장실물내리는 것도 허락받고사는 인생이다만 가끔 문명의 맛도 봐야할 거 같아서..ㅎㅎㅎ
2008.11.11. 장성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