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기다렸던 눈이 지대로 내렸다.
어제밤부터 눈이 왔던지라 아침에 어떤 모습일 지 상상은 했었지만 느낌은 그 이상이었다.
하루종일 꿈속을 헤매는 듯 했다.
그냥 새삼스럽게도 이런 곳에 내가 들어와 하루를 보내고 이틀을 보내고 한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고 또 낯설기도 했다.
이건 내가 어쩌다 찾아가 만나는 풍경이 아니니까..
역시 낯설 수 밖에 없는 소설 '모던보이'를 읽으며 하루를 보내는데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고 가지러갔던 남친이 가져온 소포는 하나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눈꽃만큼 아니 그보다 더 이쁜 꽃초들과 그만큼 향이 좋을듯한 커피콩들이 잔뜩 들어있는 소포.
이 소포가 더 감격적이었던 건 하얀 눈때문이었을거다. 하얀눈위에 마구 늘어놓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이쁜 초 하나 꺼내놓고 차를 마셨다.
그때 마침 울리던 시어머님의 전화.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 시어머니 그러신다.
'그래 너도 언젠가 세상을 향해 나가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네가 지금 거기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그 것 아니겠니?'
그렇다
나는 지금 세상의 끝에 들어와있는 기분이지만 잘 자고 잘 먹고 많이 웃는다.
지불한 댓가가 어마어마하다만 나는 이 포근한 산속에서 어쩌면 내가 잃어버렸던 그 뭔가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단 꿈을 꾼다..
2008.11.19 장성에서...사야
이건 남친이 찍은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