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몇장의 사진속의 이야기

史野 2008. 12. 9. 12:51

 

 

또 눈이 엄청 내렸다.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남친과 백양사로 산책을 나갔다.

 

 

 

이런 아름다운 풍경속에 살 수 있다니 이것도 복이구나 싶다.

 

 

 

문제는 내가 요즘 몸이 불어서 농담이 아니라 걷기도 힘들더라는 것. 그래 눈물을 머금고 후퇴.

 

 

 

다음 날 아침 일어났더니 눈은 그치고 또 이리 아름답게 변했더라. 어느 스님마저 이 곳이 너무 적막하다고하고 또 누군가는 너무 조용하고 도저히 답답해서 못 살것 같다고 하던데 나는 이 고요가 이 단절이 미치고 팔짝 뛸만큼 좋다.

 

댓글에 잠시 썼었지만 이 터는 개를 키우면 사나와진다고 개도 못키우게하는 곳이다. 여긴 살림집터가 아닌데? 의아해하셨다는 분도 계신다는데 내가 이리 편하게 잘 지내는 것보면 내 기도 보통 센게 아닌가보다.

 

 

 

눈치우러 나갔다온 남친 고드름하나 가지고 와 신났다.

 

 

 

차가 올라오지도 못하는 길을 우체부아저씨가 저 짐을 낑낑대고 가지고 오셨다. 하나는 이야기했던 시어머니소포. 또 하나는 모님이 보내신 것.( 모님 잘 받았습니다.  만화책은 제 것이 아닌데 왜보내셨는 지 의아하지만 이쁜 인형도 맛좋은 녹차도 정말 감사드립니다.죄송하게도 잘 받았단 말씀을 이렇게 드립니다.)

 

 

 

시어머니의 선물들. 맨 아래도 무슨 책인듯 하고 왼쪽은 몽님추천을 받고 내가 부탁한 라이히라니츠키의 책이다. 오른쪽 슈톨렌만 살짝 꺼내 도로 넣어놓았다.

 

 

 

쨘! 시어머니가 구우신 슈톨렌이다. 원래는 저거 두배 크키인데 반잘라 보내신 것. 제과제빵자격증이 있는 남친표현에 의하면 정말 잘 만드셨다나. 추석에 외국나가사는 딸내미에게 송편을 만들어보내는 것같은 친정엄마의 마음. 작년에도 그랬는데 내겐 정말 눈물의 빵이다.

 

 

 

드디어 고기공놈이 다녀갔다. 지난 번 서울가서 보고 처음이니 두달만의 만남이다. 내가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자주 만났던 놈이니까 정말 오랫만에 만나는 것. 마침 도착한 새차를 뜯어 함께마시는데 남친이 음악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 약속했던대로 남친은 드디어 중고턴테이블을 구입해서 내게 가끔 LP로 음악을 들려준다. 황당한 건 고기공놈은 LP로 음악을 처음 듣는다니 아 우리 세대차이가 이 정도였던가..

 

 

 

렌더맨님이 보내셨다는 포도주 두 병에 총 다섯병의 포도주를 자랑스럽게 들고 나타나더니 저 밤에 둘이서만 네 병을 비우고..-_- 예불하는 남친옆에서 자기도 한다고 생쇼를 했다..ㅎㅎ 

 

 

 

내가 찍은 사진이 맘에 안든다고 직접 찍은 셀카다. 여전한 모습이다. 아니 아주 늘씬해지고 이뻐져서 전성기인듯. 사진엔 없지만 그 친구놈차로 내려왔는데 다음 날 서둘러 떠나야해서 어찌나 섭섭하던지.

 

늘 사람이 그리운 곳에 살았었는데 어찌보면 여기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순간에 볼 수 없다는 면에선 똑같다. 남친은 서울에도 좀 올라가고 그러라는데 편히 묵을만한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처가 없어지니 그것도 쉽지가 않다.

 

주말엔 무소카놈이 오기로 했다. 누나보러 안오냐고 징징대도 주말에 갈 곳이 못된다고 버티더니 드디어 월요일에 휴가를 냈다나. 고기공놈이나 그 놈이나 다 떠돌다 만난 인연들인데 십년 넘게 내 의지가 되어주는 참 고마운 인연들이다.

 

 

 

우리집 식객들이다. 한 놈씩만 보이더니 이젠 대놓고 세 놈들이 와서 밥내놓으라고(?) 버틴다. 무슨 연유인지 어머님은 도둑고양이들 밥주는 것 아니라시는 데 난 그냥 안쓰러워 자꾸 주게된다. 바보같은 놈들 세 마리나 되면서도 앞집 방울이에게 꼼짝을 못하는 꼴이라 방울이 못올라가는 곳에 밥통을 놔두었다. 지는 자기집에서 사료를 얻어먹으니 좀 먹게 놔두면 좋으련만 먹지도 못할 거면서 왜그리 고양이들을 못살게 구는 건지.. 그런 방울이가 안쓰러워 또 식빵조각이라도 던지게 되니 참 어렵다..^^;;;

 

저 놈들이 새끼들이었을 때 창고쪽에 음식을 내어놓으면 제일 먼저 방울이가 와서 먹곤했었다. 그때마다 남친이 방울이에게 화를 버럭버럭 내며 하던 말. ' 얌마 너도 좀 양심이 있어봐라. 넌 사료도 먹으면서 좀 나눠먹으면 안되냐?' ㅎㅎ

 

그러게나 말이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양심이 좀 있으면 되는데 맛있는 걸 앞에두고  그러긴 쉽지 않은 거겠지.

 

이렇게 또 한 해가 가고 있다.

 

2006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2007년을 살았고 또 2007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2008년의 생활도 마무리되어간다.

 

정치경제가 다 개판오분전인 이때 2009년은 어떤 모습일 지 자못 두려운 날들이다.

 

 

 

 

2008.12.09.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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