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나라꼴 돌아가는 거나 경제문제나 속이 터지고 열불이 나는 일들이 산재해있지만 그래도 당장 인생이 끝장나는 건 아니니까 나름 즐겁게 살아야지 어쩌겠냐
그래서 무거운 이야기말고 오랫만에 재밌는 이야기나 올려보자.
우선 남친과 나는 정말 하루종일 날이면 날마다 매시간 붙어있는 관계로 너무나 재밌다..
어려서 엄마에게 못부린 어리광과 뗑깡을 지대로 부리고 갖은 애기짓은 다하고 있는데 역시나 비슷한 수준인 남친이 아주 잘 받아주기때문..ㅎㅎ
어쨌거나 남친은 청소가 취미다. 그게 아주 깔끔하게 모든 집을 청소하는 건전한 취미이면 괜찮은데 다른 건 절대 안 치우고 꼭 바닥만 청소기로 밀고 걸레로 닦고 유난도 그런 유난이 없다.
아예 싹쓸이를 손에 들고 산다.
아침에 잠도 덜깨서 커피마시는 시간에 음악이 아니라 청소기돌리는 소리를 들으면 사람 아주 미친다지.
어느 날 그만 좀 하라고 화를 버럭냈더니 의자에 앉아 너무나 불쌍한 표정과 목소리로..' 좋아하는 청소도 못하게 하고..' 이러며 말끝을 흐리는데 어찌나 황당하고 웃음이 나던지. 꼭 일곱살짜리 엄마가 게임못하게 했다고 기죽은 그 표정..흐흐흐
나는 잘할땐 무지 잘하지만(믿거나 말거나) 승질부릴때는 또 난리가 아닌데(한마디로 지랄맞은 성격이다..-_-) 그걸 내가 모르는 게 아니기때문에 위로할겸 오죽하면 전남편이 제일 잘하는 한국말이 ' 또 짜증' 이었겠냐고 했다
그랬더니 남친의 반응' 아 그 형님도 고생하셨구나' ^^;;;;
거기서 멈춘것도 아니고 지난 번 온 동생놈에게 그 이야길하며 그 형님은 십년도 넘게 참았는데 자기가 이걸 못참겠냐고 한마디하시더라지..ㅎㅎ
남친 어머니는 꼭 전화를 안하시고 갑자기 출현을 하시기때문에 내가 또 남친에게 짜증을 부리곤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오신다고 했다길래 대충 정리해놓고 방에 담배연기빼놓고 나름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마구 뛰어들어오며 남친이 한 말.. 공습경보해제!!!!! 어머니 안오신대~~ ㅎㅎ
어쨌든 담배피운다는 건 결국 운이 좋아 자연스럽게 말씀드렸고 지난 번에 썼듯이 우리집이 그렇게까지 개판인 적은 없기에 다행히 이젠 갑자기 오셔도 스트레스 받을 일은 거의 없다. 말하자면 바닥을 보셨으니 더이상 못 보일 게 없다는 것..^^;;;
그때 내가 어머님께 어머니 집에 가셔서 무지 심란하시겠어요, 했더니 어머님, 그런거 가지고 심란해할 사람 아니니 걱정말라셨다..ㅎㅎㅎ
사실 처음에 내가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난 어머님이 나를 너무 부지런한 여자로 오해하실까봐 걱정이었다. 내가 그때 너무나 열심히 일을 한 이유는 이 집이 너무 오랫동안 비어있었기에 기본 대청소를 한거지 맨날 그렇게 살게 아니었는데 오실때마다 넘 감격하시며 애쓴다고 칭찬을 자꾸 하시니 어찌나 고민이 되었던지..
아 우짜든둥 이거 쓰고 있는데 울 시어머님 또 전화하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한국에서 제 정신으로 살기힘들다어떻다 이야기하는데 어머님도 우리국회에서 난리치는 거 뉴스로 보셨다니 개망신..
내가 굉장히 시니컬하게 이야기하며 마구 웃었더니 그래도 니가 웃어서 다행이라시던데 내가 너한테 이야기하느라 웃는 거지 막상 뉴스보고 앉아있으면 열불이 난다고 했다..흑흑
(결혼하자마자도 울 시아버지가 한국국회에서 깽판치는 사진을 신문에 났다고 보이셨었는데 어찌 대한민국국회는 강산도 변하는 세월이 더 흘렀는데도 안 변하는 거냐고?????? )
독실한 기독교인인 울 시어머니 교회장로인 대통령이 서울시장일때 서울시를 봉헌했는데 이제 나라까지 봉헌할까 떨고 있다니 자지러지신다..ㅎㅎ
그건그렇고
지난 번에 둘만 가라고 안간다는 남친을 그 놈이 잘 꼬셔서 먹을 것까지 다 싸서 산에 갔는데 내 신발이 저렇게 되어버렸다. 물론 서울에서부터 좀 이상해서 버릴생각이었다 못버리고 가져온 거긴하지만 얼마나 비싼 신발인데 세상에나 어떻게 저렇게까지 될 수가 있냐고?
그것도 양쪽발이 다 그래서 도저히 산행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 그 놈말로는 남이보면 그러게 왜 싸구려를 샀냐고 그럴거라나..ㅎㅎ
하산을 결정한건 신발때문이긴하지만 또 중간에 앞장선 남친이 길을 잘못들어서, 그러니까 멀쩡한 길을 놔두고 옆길로 새는 바람에 엉뚱한 곳을 헤맸다. 그때 또 남친. 그러게 나 데리고 오지 말랬잖아..흑흑, 이러더라니까..ㅎㅎ
자 그럼 마무리로 자랑질
서울에 다녀오니 냉장고에 못보던 것이 들어있다. 어머님이 오셔서 넣어놓고 가신거라고 나오면 함께 먹으라고 하셨다나. 배 두 개가 잘 싸여들어있더라.
열어보니 이렇다. 밤 대추 인삼 잣 은행까지 빼곡히 들어있다. 내가 남에게 배에 꿀넣고 중탕해준 적은 있어도 그것도 나는 얻어먹어본 적이 없는데...
감기걸리지말라고 보내셨다고 꼭 다 먹으라고 하셨다는데 어찌나 마음푸근하던지...
서울에서 뭐 드시고 싶으신거 있으시면 사다드린다고 여쭤보랬더니 어머님 필요한거 아무것도 없다고 그저 술만 조금(!) 먹고 건강하라고, 그러셨다니..-_-;;;
남친을 보며 난 어디를 가도 걸레질할 팔자는 확실히 아닌가보다했는데 또 어디를 가도 사랑받는 팔자인가보다.(돌 던져라 바위라도 맞겠다..ㅎㅎ)
언제 쓰게되겠지만 무진장 까다로우신 큰스님도 나를 신기하리만치 이뻐라하신다. 남친과는 상극(?)이셨다는데 나를 무진장 이뻐라하시다보니 남친에게도 무조건 허허하신다지.
어쨌든 큰스님과의 일화. 어느 날 갔더니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신다. 거기엔 살이 찐것도 이유가 많지만 우짜든둥 '지금 화장을 해서 그렇고 스님이 오실땐 제가 세수도 안하고 있을때가 많다, 말씀드렸더니
스님 '그게 자연스럽고 좋은거다' 하.하.하
이러니 어찌 내가 즐겁지 않겠냐고..^^
2008.12. 19. 장성에서...사야
한국에 돌아와 정확히 십킬로가 는 오랫만의 사야모습이다..이 글 쓰다가 또 전화가 와 친구랑 한참 통화를 했는데 그 친구왈 내가 살찔 때는 맘이 편해서가 아니라 늘 상태가 안 좋을때라던데 아무래도 이를 악물고라도 다시 빼야하나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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