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2008년이 간다네

史野 2008. 12. 31. 22:00

그러거나 말거나 별 느낌도 없다네

 

아마 반성하거나 후회할 일도 없고 새롭게 계획하거나 기대하는 일도 없기때문이겠지.

 

2009년이 더 나아질거라 믿지도 않지만 그래도 신께서 2008년을 다시 살겠냐고 물으신다면 노땡큐라고 대답하겠소..ㅎㅎ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암울하기 그지없는  세밑 그리고 나아지리란 희망같은 건 별 보이지 않는 새해.

 

한동안 다람쥐가 도토리장만하는 심정으로 익숙하지 않은 경제방면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이해도 안가는 글들을 읽고 돌아댕겼더니 더 춥고 더 암담한 우리의 현실에 직면하고 말았다.

 

나야 일년간 먹을 쌀도 있고 김치도 있고 일년간 내내 붙들고 읽어도 못 읽을 책도 있고 땅녹으면 텃밭에 야채라도 심어먹을 수 있으니 뉴스만 안보면 만사태평이다만 다른 사람들은 내년을 어찌 버텨나갈지..

 

굶어죽는 사람들보다 뉴스보다 혈압올라죽는 사람들이 더 먼저 나오지 않을 지.

 

웃을 일은 아니다만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전생에 죄가 많았다는 거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ㅎㅎ

 

 

 

 

 

 

 

 

 

 

 

 

 

 

 

 

 

 

 

 

 

 

 

 

 

 

 

 

 

우짜든둥 재밌는 선물을 받았다. 빈티지 램프인데 양쪽은 거울이다. 어찌나 마음에 드는 지.. 

 

남친이 준비한 크리스마스선물인데 조금 늦게 도착했다. 

 카잘스씨디세트를 샀더니 공짜로 준 카잘스 포스터다

 

창고로 가는 문짝에 붙어놓았는데 볼 수록 마음에 든다지.

 

저 노인네가 첼로연습하는 그 마음만큼 나도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의 저 외로와보이는 등을 보며 자꾸 스스로를 다독인다.

 

사실 저 문쪽으로 그때 방을 만든다는 거였는데 이런 저런 일로 다음 봄으로 미뤘다.

 

 

 

 

 

오늘 난데없이 남친은 방이 아니라 기차를 한량사서 그걸 개조하는 거 어떠냐는 황당발언을..ㅎㅎ

 

죠 애들은 아래집 남친이 이모라고 부르는 분의 손녀딸들인데 남친의 열혈팬들이다. 방학이라 잠시왔는데 요즘 울 집 단골손님들. 이모님이 나 공부한다고 올라가지말라고 아무리 그래도 울거나 해서 온다나..ㅎㅎ

 

왕 황당한건 내가 아무리 아줌마라고 부르라고 해도 남친을 삼촌이라고 부르는 관계로 내가 '숙모'라고 우긴다..-_-

 

 

 

눈이 또 왔다.

 

미치고 팔짝뛰게 좋아서 진짜로 폴짝 폴짝 뛰고 있다.

 

어제 남친이랑 드라이브를 나갔는데 어딘 눈이 오고 어딘 햇살이 비추고 고개를 넘을때마다 달라지는 날씨가 신기하더라

 

여기서 갇혀도 좋으니 이 산골엔 겨울내내 눈만 내렸으면 하는 마음.

 

요즘 남친과 나를 보면 일곱살애들처럼 노는 꼴이 유치하기 짝이없다.

 

좋게말해 천진난만하고(이 나이에) 좀 과격하게 말하면 모잘라고 그렇다..ㅎㅎ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리

 

그저 하얀 눈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별 느낌은 없다만 그래도 내일이 새해인 건 맞고 그러니까 달력은 확실히 바뀐다는 걸 받아들여야하니까 

 

2008년 이 공간에서 나와 함께 울고 웃어준 그대들에게 감사하단 말은 꼭 하고 싶다.

 

워낙 이리튀고 저리 튀고 계산이 안되는 인간인지라 각오같은 것도 할 말은 없지만 사야는 내년에도 이 낯선 사랑방에서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거릴 거란 사실

 

가끔은 엎어져 잘 지도 모르겠고 벌떡 일어나 산속을 뛰어다닐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금도 이 깊은 산속엔 눈이 내린다.

 

이런 시간엔 이 세상에 남친과 나 딱 둘만 살아있는 것 같다.

 

사실 어제 글을 쓰다가 결국은 울고 괜히 남친을 앉혀놓고 새벽녁까지 신세한탄만했다.

 

아직 글로 정리하기엔 내 2008년이 너무 아픈가보다.

 

그래 이렇게 그냥 흘려 보낸다.

 

슬그머니 아픔도 실망감도 상처도 쓸려가버렸으면 좋겠단 소망을 담아본다.

 

 

 

2009년엔 우리 모두 조금만 더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2008.12.31.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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