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추억의 쓰나미

史野 2009. 1. 9. 00:06

새해 첫 인사를 드립니다. 넘 조용했죠? ㅎㅎ

 

저 아주 잘 지냅니다.

 

그냥 산속에서 신선놀음하고 있다보니 별 할 말도 없습니다.

 

이 개(!)한민국에 사는데 어찌 할 말이 없겠습니까

 

할 말이 아니 욕이 넘치고 넘쳐 폭포수가 되건만 안그래도 괴로운 소식이 가득인 이 마당에 저까지 여기다 걸러지지않는 하소연을 하는 게 죄송시러워서 그냥 가만히 있는 중입니다.

 

거기다 어떤 왠수같은 인간들이 제 글을 어따 링크를 걸어놨는지 이주내내 옛날 잘나가던 시절 베스트글 올라갈때보다도 더 들락거리는 지라 제 방에 들어오는 게 제가 찝찝해서리..흑흑

 

각설하고 제가 좀 전에 제 단골카페에 들어갔는데요. 말씀드렸듯이 몇 명 왔다갔다하지도 않는 카페에 갑자기 누가 가입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여태 경험상 별 관심도 없이 그냥 클릭을 해봤는데 세상에나 글을 읽어보니 제 친한 친구인거 같다는 겁니다.

 

중학교1학년때부터 무진장 친한 친구이고 그 친구남편이랑도 친하고(아 그러고보니 그 남편은 제 결혼에 지대한 공헌도 했는데...-_-) 제가 결혼해서 한국을 떠난 후 몇 년 뒤 그 친구네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지요.

 

지나 나나 외국생활하며 힘드니가 가끔씩 전화로 수다도 떨고 제가 들어가던 카페도 알려주어 그 남편까지 들어와 소식도 전하고살다가 몇 년 전 그 친구네가 미국으로 들어가버리고 어쩌고 연락이 끊겨버렸답니다.

 

메일연락도 안되고 미국에 가서 적응하느라 힘들어서 그런가하고 있었는데 이 왠수가 아이디도 잊었다고 어찌 카페는 기억하고 새로 아이디를 만들어 나타났네요.

 

잽싸게 그 아이디로 간단히 멜을 보내놨는데 왕 흥분입니다..

 

2년전 미국에 갔을 때 이 왠수가 이 근처 어디 살텐데 하는 생각에 안타까왔더랬죠.

 

승호엄마를 중2때만났으니 그보다 일년 더 되었네요..ㅎㅎ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결혼후까지도 가장 장시간 저랑 삶을 나눴던 두 친구들이 아닌가 합니다. 고등학교도 무지 떨어진 곳에 다녔는데 참 열심히도 연락하고 만났거든요.

 

그러고보니 승호엄마가 그 친구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렀었네요. 중학교동창이긴 하지만 둘은 안면만 있는 사이였는데 나중에 결혼식비디오를 보니 촬영기사가 승호엄마만 하도 집중 조명해서(승호엄마가 무지 미인입니다..ㅎㅎ) 집들이에 모였던 친구들이 우린 그냥 다 들러리였냐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혼식날 승호엄마랑 저는 경희대앞에 있는 비발디란 카페에 갔었구요. 원래 한양대앞에 있던 카페인데 주인아저씨가 넘기고 경희대로 갔거든요. 그래서 전 한대비발디 경희대비발디를 오락가락 했었구요..^^;;

 

이런 걸 추억의 쓰나미라고 해야하나요?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잊고 있던 많은 기억들이 두서없이 몰려옵니다.

 

깡마른 친구를 닮아 역시 깡말랐던 글씨체까지 생각이 납니다.

 

하얀칼라에 까만교복입고 언덕을 내려오며 이런 저런 토론을 즐기던 그 특이했던 열 네살짜리 두 꼬마숙녀들은 이제 마흔셋이 되었네요.

 

저랑은 참 많이 다른 친구였는데 생각하는 게 너무 틀려서 그걸 이해시키고 서로 납득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절친한 친구가 되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된 친구가 좋은 건 한 개인의 역사를 함께했기에 더 이상 설명할 것도 잘 보일려고 노력할 것도 없기때문일겁니다.

 

저도 그 친구 친정집 전화번호를 잊었고 그 친구도 잊었을텐데 이렇게 인터넷이 제 오래된 친구를 다시 찾아주는군요.

 

아 정말 이 인터넷 만만세입니다..ㅎㅎ

 

저보다 더 이성적이고 냉철하던 (그러니까 사람이 아니던..^^) 친구는 지금 제게 무슨 말을 할까 싶기도 합니다.

 

그 사이 그 친구랑 계속 통화하고 살았다면 제 삶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하는 친구.

 

제겐 이 새해 아주 멋진 선물이네요.

 

친구가 아주 많이 보고 싶은 밤입니다.

 

 

 

 

 

2009.01.08.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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