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목욕가는 길

史野 2009. 1. 17. 22:01

 

 

 

 

 

백양사에 아주 많은 눈이 내렸다. 눈이 녹아야 물이 되는데 요즘은 춥기도 하고 우리집은 산속이라 해가 너무 짧은 관계로 계속 설경이다.

 

내차가 나간다는 건 언감생심이라 언덕아래 내려다놓은 남친차를 타러 조심조심 걷는다.

 

 

목욕가지전 산책이나하자고 여기와 처음 죽녹원이라는 곳에 들려보았다. 담양읍. 저 아래가 오일장이서는 곳.

 

 

저 멀리 왼쪽으로 담양남산 팔각정이 보이고 중앙에 움푹파여 눈이 쌓인 곳이 큰 스님과 어머님이 계신 절이다.

 

 

별 기대를 안해서인 지 의외로 좋더라. 저런 대나무숲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다보면 대충 한시간이 걸린다. 입장료는 천원.

 

 

저 멀리 그 유명하단 추월산이 보인다. 스님인지 부처님인지 누워있는 모습이라는데 어찌보면 그런듯도하고 아닌 듯도 하고..ㅎㅎ 날씨가 풀리면 꼭 올라가봐야지.

 

 

추월산아래의 담양댐

 

 

그 아래위치한 담양온천. 대중탕가는 걸 싫어하는 편인 내가 요즘 맛(?)들인 곳이다. 지난 번 온천 좋아하는 무소카놈왔을 때 처음 가봤는데 시설도 괜찮고 무엇보다 꽤 큰 노천탕이 있어 아주 마음에 든다. 

 

집에서 차로 삼십분정도 걸리고 가격은 보통 대중탕보단 비싼 칠천원

 

요즘 나는 외출도 잘 안하고 잘 씻지도 않는데 일주일에 한번 목욕가는 날이 나들이가는 날이기도 하다..ㅎㅎ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시간은 주로 이렇게 해가넘어가는 시간. 촌에 사는 게 미치도록 좋은 이유중 하나.

 

 

식당하나 골라 맛있는 저녁이라도 한끼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음식맛있지 풍광좋지, 난 자꾸 이 남도땅이 좋아진다.

 

어젠 정말 오랫만에 담양절에 들렸다. 요사채에서 밥을 먹고 스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가 간다고 인사드리러 큰스님께 갔더니 차한잔 하고 가라 붙드신다.

 

일흔이 넘은 노승께서 솔직하게 풀어놓으시는 이야기들이 왜그리 가슴을 치던지.

 

이제서야 뭔가 알것같고 잡히는 것같은데 이미 칠순이 넘어버렸다시며 앞으로의 마음가짐등을 말씀하시는데 저 연세에도 저리 고뇌하신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동.

 

이젠 영성의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대라며 특정 종교를 넘어서야한다는 말씀까지 하시는 게 놀라웠다.

 

황당했던 건 ' 이제 네가 풀어가야할 문제들이니 더 고민하고 공부해보아라' 하시더라는 것. 하하하 남친이랑 대박이라고 웃었는데 왜 큰스님이 그 말씀을 하셨는 지 자꾸 생각해보게된다.

 

어느 정도 토양이 되어있어야지 공부를 아무나하냔 대꾸에도 스님은 그렇게 웃을 수 있으면 된거다란 아리송한 말씀도 하셨다.

 

남친이랑 잘지내길 누구보다 원하시는 분이니 머리깎으란 말씀은 아닌 것 같은디..^^;;;;;

 

요즘 내가 뭘 고민하고 있는 지 꿰뚫어보신걸까.

 

   

이게 우리집 12시반정도의 해다. 산속에서의 해는 너무나 짧다.

 

해가 져버린 후 산밖으로 나가보면 여전히 중천에 뜬 해가 얄밉게 내려다보고 있다.

 

어제 어떤 스님은 여긴 사람살 곳이 아니라며 우리 둘이 신기하단 말씀까지하시더라만 그럼 남친이나 나나 희귀종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아니 나를 이 곳으로 이끈 '힘' 이란게 있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큰스님은 내안에서 무엇을 보신걸까.

 

 

 

 

 

 

2009.01.17.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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