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다녀간 이후로 내 생활이 엉망이다.
아니 나란 인간은 어떻게하든 완벽하게 개판을 치진 못하는 관계로 아주 엉망은 아니다.
뭔가 많이 달라졌고 내 삶은 더욱더 현실에 다가섰다.
내가 경험에 보지 못한 그 현실. 그리고 내가 간절히 가고 싶었던 그 길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이렇게 헤매게 만드는 그것은 무엇일까.
내일은 신랑이 크리스마스때문에 독일로 가는 날.
내 글을 꾸준히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크리스마스가 시사하는 바는 내게 그리고 내 남자에게 더 나아가 시댁식구들에게 너무나 크다.
이주도 넘게 전에 내게 크리스마스 소포를 보내셨다는 시어머니는 그게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냐고 오늘 전화를 하셨다가 ' 네가 없는 크리스마스라니..' 하시며 또 눈물바람을 하셨다.
요즘 정말 아프기도 했고 정신이 없었기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다음 주 초가 크리스마스고 내일 신랑이 독일로 간다는 메일을 읽으니 많이 착잡하다.
네가 없는 크리스마스라도 어찌 지나가겠고 기분 좋은 일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네가 없다는 그 것 아니냐는, 그 말처럼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아버님이 계시지 않았더랬다.
그래 우리 모두 다 크리스마스니 어쩌고 선물도 교환하고 지나갔지만 아버님의 그 빈자리는 무진장 컸더랬다.
이제 겨우 한 해가 지나갔는데 그 빈자리에 또 하나의 빈자리가 생겼구나.
젠장 나리타에서 혼자 비행기를 타 그 오랜시간을 날라갈 신랑 마음이나 혼자 도착할 신랑을 기다릴 시어머님 마음이나 왜 내가 이번 크리스마스에 나타나지 않는 지 아들내미에게 열나게 설명할 시누이 마음이나.
아니 무엇보다 그걸 절절히 느끼고 있는 내 마음.
그렇다고 내가 지금 당장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고 싶은 생각은 전혀없고 그게 내가 한 선택이다만 그래도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프다.
모두에겐 아니더라도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마음은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선택한 삶은 결국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아니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며 살아갈 운명이다.
아 정말 미치겠다.
돌아갈 생각도 없고, 그랬다면 떠나오지도 않았겠지만
외국을 떠돌때도 설날이나 추석이 되어도 흔들림이 없던 사야는 이제 크리스마스가 한걸음씩 다가서니 미치고 팔짝 뛰겠다.
안봐도 비디오인 그 곳 풍경
그리고 늘 내가 특별 음식을 준비했었는데
내가 없을 때 일어날 상황들.
제발 부탁인데 그럼 왜 왔니 이런 질문은 하지 말길 바란다.
그래 나 이기적이고 독한 년이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독하고 이기적인 년이라도
걸림돌에 걸려 눈물을 흘리거나 마음아파할 수 있는 법이니까...
나를 낳아준 엄마도 버릴 수 있을 만큼 독한 년이 나다만
그런 나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준 사람들
무슨 일이 있어도 네가 하는 결정은 이유가 있을 거라 믿어준 사람들
나 정말 쉽게 결정하고 한국에 온 거 아닌데
이럴땐 미칠 것 같다.
아 미안해
내가 이럴 수 밖에 없어서
제발
아주 간절히
나 없이도 잘 보내길..
이제 제발 잊어
아 정말 미안하다
이렇게 떠날 줄 알았으면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어...
당신들을 그렇게
길들이는 게 이니었어
그래도 믿어줄거잖아
그때
그건 내 진심이었다는 걸...
2007.12.21.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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