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은 혼자 해 먹기가 어려운 음식이다. 일단 밥과 국이 있어야하고 여러 반찬이 있어야하는데 혼자 사는 사람이 해서 먹기엔 여간 번거러운게 아니다.
무엇보다 같은 걸 연달아 먹는 걸 싫어하는 나는 국을 한끼 끓이기도 어렵고 아무리 적게 마련한다고 해도 밑반찬을 두고 두고 먹어야하는 건 어찌보면 고역이기도 하다.
한국음식을 해먹고 산 지 너무 오래되었고 딱히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만 시장만 나가면 좋은 재료들이 무궁무궁진 한 관계로 그렇게 못 살아본 나는 신이나 자꾸 구입을 하게된다.
오랫만에 들린 모퉁이 채소가게에서 냉이를 발견해서는 냉큼 사다가 반은 된장국을 끓이고 반을 고추장에 무쳤다. 벌써 냉이가 나오는 계절인가? 부드럽진 않아도 하도 오랫만에 먹어서인지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기운이 없거나 우울할 수록 나는 굳이 밥을 해 나를 위해 식탁을 차린다. 먹는 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때문이랄까.
동양에 와서야 한국음식을 거의 안 해먹고 살았다만 예전 유럽에서처럼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준비하지 않는 한국음식은 왠지 좀 쓸쓸한 느낌이다.
그래도 그렇게 밥을 먹고나면 왠지 기운이 나는 느낌.
국도 된장도 좋아하지 않지만 요즘은 의식적으로라도 많이 먹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내 음식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달리기를 하고 와서 먹는 아침밥은 늘 꿀맛이기 마련.
뒷 배경의 책은 어느 고마운 분께서 다이어리와 함께 보내셨다. 연하장을 보낸다고 주소를 가르쳐달라시길래 아무생각이 없이 알려드렸더니 저런 멋진 선물을 보내셨다.
뜻밖의 선물이라 기쁘고 책도 다이어리도 무척 마음에 들어 참 마음이 따뜻했다.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인터넷 인연인데 생각해주신 그 마음이 어찌나 고맙던지...
지난 번에 키우기 시작했다는 고구마형제가 이렇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자라버렸다.
분가를 시켜서 한 놈은 흙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었는데 저 위로만 위로만 자라는 저 놈을 어찌해야하나 조금 고민이다. 정성을 다해 키우다보면 언제 고구마수확도 하려나? ㅎㅎ
미인도 아래있던 놈이 어느 순간 모든 잎들이 완전히 말라버렸다. 물을 적게 준것도 아닌데 무슨 연유인지..
한시간 가량 죽은 가지들을 잘라내고 잎들을 털어낸 후 침대옆 창가에 올려놓고는 이제나 저제나 하는데 어제아침 갑자기 저렇게 새 잎을 내밀기 시작했다.
손은 많이 가지만 식물을 키우며 새삼 생명의 신비에 놀라는 중이다.
죠 놈은 홈플러스에 갔다 꽃집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업어온 놈인데 보일러실에 내어 놓았더니 잎이 반이상 얼어버렸다. 꽃집아가씨가 그리 경고를 했건만 내 불찰이다.
역시 얼은 가지를 다 잘라내고 저 의자위에 올려놓고 보살피는 중인데 다시 무럭무럭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
이제 보일러실엔 이 벽걸이 화분 하나가 남았다. 지난 번 승호엄마가 집에오며 가져다 준 놈인데 빛이 좀 적어도 추워도 물주는 걸 가끔 까먹어도 다행히 무럭무럭 자란다.
식물을 키우는 게 생각보다 번거롭고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드는 일이란 걸 절감하고 있다. 과장하자면 무슨 도를 닦는 심정이랄까.
왜 어른들께서 아이들을 人花草라고 하셨는 지 알 것 같은 기분.
내겐 문자그대로 다사다난 했던 丁亥년이 이제 끝자락에 서있다.
일년 전이 참 아득하리만치 멀게 느껴지는 날들이다....
2007.12.23.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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