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망 좋은 방

서울에서의 첫 성탄이브

史野 2007. 12. 25. 21:54

이야기 했다시피 성탄절이 너무나 중요한 명절인 관계로 우울하고 힘들었다.

 

시어머니가 보낸 소포는 사라져버렸고 여기서라도 그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 싶었지만 나무를 구해준다던 꽃집아저씨는 깜깜 무소식이고 일요일 저녁 이태원까지 진출을 했다가 기분 드럽게 돌아온 사야는 월요일 아침 아무 의욕도 없고 눈물은 주르르 흘러 내릴만큼 어찌나 힘이 들던지...

 

괜시리 나뭇가지나 자르고 있다가 올케언니랑 통화를 했는데 오빠가 자기 집에 와서 맥주나 마시라고 했다나? 아이고 그럴려면 이 전망좋은 우리집으로 와야지.

 

그 집 세식구에 오기로 했던 고기공놈까지 다섯명이 성탄이브를 보내기로 잠정 합의..ㅎㅎ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쨌든 사야에게 너무나 중요한 성탄이브인데 그냥 지나갈 수가 있냐. 마지막순간까지 양재동까지 나무를 사러갈까 말까를 고민하다 결국은 포기.

 

 

내가 누구냐. 그냥은 못 지나가지..ㅎㅎ 이렇게 다섯이 모여 전에 산 화로에 숯불구이 고기를 구어먹었다.

 

고모는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릴게 분명하다고 하는 조카놈 초상권침해라고 자기아들을 보호해야한다고 난리치는 우리 오빠..ㅎㅎ

 

아 정말 예전에 너무 웃긴 우리 오빠에도 올렸지만 저 남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웃긴다..^^

 

 

당당하게 저 화로에 숯불을 넣고 온 집안 창이란 창은 다 열고 고기를 구우며 열나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고 바다가 열렸다.

 

그거이 뭔소리냐고? 저 화로불의 열을 견디다 못해 저 식탁이 천둥소리를 내며 쫙 갈라졌다지..흐흐흐

 

다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린가 아래를 보고 둘러보고 난리가 아니었다..

 

 

나는 원래 이미 일어난 일에 열받지 말자란 신조로 사는 사람인데다 그럴때 호들갑떠는 인간들이 딱 질색인데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저 인간들은 어찌나 쿨하던지 저 화로가 아예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는둥 식탁 깨졌다고 좋아라(?) 깔깔대면서 아주 생쇼들을 했다..ㅎㅎ

 

59년생이 둘 67년 생, 78년 생, 그리고 90년 생이 하나씩. 울 오빠도 웃기지만 나나 고기공놈도 만만치 않기에 정말 너무도 유쾌한 저녁을 보냈다. 물론 압권은 저 왕 닭살 부부인데 진짜 바라보기만 해도 흐믓하다.

 

만으로 열 여덟살도 안된 저 놈은 또 술을 어찌나 잘 마시던지. 역시 웃겼던 건 저 놈이 대학에 가지만 아직 미성년인 관계로 술집출입이 부자유스러운 나이인데 울 오빠 언니 너무나 진지하게 형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다니라고 충고하더라지..하.하.하

 

 

어제의 압권이었던 고기공놈의 저 귀걸이. 넘 신기해서 울 오빠 입이 안다물어지더라..ㅎㅎ

 

눈사람모양인데 저렇게 불까지 들어온다. 더 웃긴거 고기공놈 ' 아 이거 내년까지 써야하는데 빨리 꺼야지' 하하하

 

 

 

성탄트리까지는 못해도 그냥 넘어갈 수가 있냐 그래 고민하다 생각한 게 저 문짝에 만드는 크리스마스장식. 아 정말 내 뇌구조는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이렇게 늘 나온단 말이냐..ㅎㅎ

 

 

한쪽에야 원래 있었다만 이 쪽에 달린 이건 내 양념통 받침대다. 그 양념통을 저 문짝에 건 고리들은 내 목거리들이고..^^

 

 

 

후레쉬를 터트려보면 상태가 이렇다.

 

 

이야기했다시피 우리집은 의자가 딱 네개인데 오늘은 다섯 명, 그래 내가 올케언니에게 그 집에 있는 저 의자를 가져오라고 했다. 조카놈은 자긴 아무곳이나 앉겠다고 안 들고 온다고 하고 역시나 울 오빠가 들고 왔는데 내가 문을 열자 저 뒷쪽에 서있다 하는 말 ' 저기 의자 주문하셨어요? ' 하하하

 

이건 의자를 까먹고 그냥 가서 도로온 가족에게 의자를 내주는 거다..^^

 

 

아 불꽃은 또 어찌나 아름답던지..

 

 

배불러 어쩌고 난리를 치다가 오빠네 식구들이 떠난 후 우리 둘은 다시 냉동고로 넣었던 남은 고기들을 처치하는 중..ㅎㅎ

 

 

이건 오늘 찍은 사진이니 저 놈은 정확히 25시간을 우리집에서 버티다가 어제 밤은 꼽사리로 울 신랑과 이야기하고 오늘은 어제 통화못한 시누이가 전화를 걸어왔길래 시누이랑도 이야기했다지.(하도 술이 취해서 어제 통화내용도 기억 안나는 나, 얌마 어제 내가 뭐라던? 언니 독일어인데 제가 어떻게 알아욧? 흐흐흐) 

 

저 놈과 나는 살사댄스를 위한 신발을 사야하는데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가 저 놈 신발을 저 놈이 내 신발을 사주기로 했다..^^;;;

 

달리기는 못하고 저 놈과 나가 청계천을 걷다 들어와보니 시누이가 보낸 카드가 와있다. 시어머님께 받은 주소로 보냈다니 주소가 틀린 것도 아닌데 도대체 시어머님의 소포는 어디로 사라진거냐..ㅜㅜ

 

우짜든둥 가슴이 쓰려야할 내 돌아온 후 첫 크리스마스 이브는 좋은 사람들과 아주 행복하게 잘 흘러갔다지.

 

 

 

 

2007.12.25.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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