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길었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아마 내 생애 가장 길었던 한 해가 아닐까. 생각하지 못했던 너무나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아직도 정신이 멍멍하다.
이 많은 일들을 한꺼번에 정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차츰 의미를 되새기게 되지 않을까한다.
내가 선택한 일들이 앞으로의 내 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일테니...
단지 나는 날마다 똑같은 고민을 하는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았고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내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기를 바라지도 않았기에 그저 내가 가야겠다고 생각한 길로 발걸음을 옮겨놓았을 뿐.
어찌보면 인생은 참 재밌다. 작년 새해축하를 하곤 아타고신사를 올랐을때는 지금 내 삶이 이런 모습일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는가 말이다.
그때까지 나는 내 남자와 내가 꽉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그렇게 이 남은 삶을 그게 어떤 길이던 굴러갈 줄 알았더랬다.
과거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만약 그 '브라질'건이 성사되었다면 나는 지금쯤 꼬빠까바나 해변을 뒹굴면서 새해맞이 정원파티따위를 계획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
어쨌든 나는 이 해에 마흔이 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왔으며 엄마와의 관계를 정리했고 짧았지만 누군가를 사랑했다.
오래된 관계속에서 실망하기도 했고 새로운 관계에서 희망을 보기도 했다.
가장 절절한 깨달음이라면 겨우 마흔산 걸로 삶을 이해하기엔 택도 없다는 것.
더 마음을 열고 귀기울이지 않으면 어느 순간 그냥 고집쟁이 늙은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새해엔 진짜로 사십대다. 작년엔 그래도 만으로나마 삼십대로 시작했었는데 이젠 만으로도 마흔으로 그리고 우리나이 마흔둘로..
'불혹' 이란 황당한 말따윈 믿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시대에 이 나이가 그렇게 불리워지기도 했다는 그 사실만은 기억하며 살고 싶다.
내 삼십대는 찬란했지만 사십대도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찬란할거란 희망도 버리지 않으련다.
이 해에 또 가슴깊이 와 닿은 것이 있다면 인간관계다. 사람을 소중히하는 성정을 타고났다는 것에 무엇보다 감사하고 그런 나를 알아봐주고 믿음을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때론 수십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사람과의 만남이 내게 더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곤 한다.
인간이야말로 하나의 우주,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신비자체니까.
많은 것에 감사하지만 특히나 이 블로그의 불특정다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는 공간을 유지시켜주시는 그 수 많은 발자국들, 그리고 따뜻한 말들..
내가 돌아온 한국에서 잘 견뎌낼 수 있게 해준 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이 사랑방의 무언의 지지 그리고 믿음이 큰 몫을 했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그리고 당신들의 그 지지에 보답할 수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년이 걱정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미리 너무 두려워하진 않으련다
보너스
어느 님이 요즘은 왜 내 사진을 안 올리냐고 하던데 사진을 찍어주는 신랑이 없기때문이다..아니 셀프샷도 잘 올렸었는데 요즘은 흥이 안난다고 할까.
지난 16일 블루님네 부부랑 고기공놈이랑 우리집에서 퐁듀를 해먹었는데 어찌 블루님 카메라에 만땅 취한 (그러니까 가장 사야다운 모습의 사야가) 잔뜩 들어있더라.
그제 받고는 헉, 했다만 그래도 올린다.
저 입술은 벌겋고 눈은 풀린 모습이 익숙하신 분들 많으실거다..ㅎㅎ
도대체 뭐가 그리 즐겁단 말인가..^^
그리고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2007.12.28 서울에서...사야
미리 새해 인사 드립니다.
마침 고기공놈이 연말휴가라서 내일 삼박사일 남쪽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우연히도 그 놈이나 저나 각자 광주에 만날 사람이 있어서 겸사겸사요
일정이 짧아 지난 번 계획처럼 경상도까지는 못 돌고 그냥 광주 강진 해남들려 1월 1일에 올라옵니다.
해남바닷가에서 첫 해돋이를 보고 싶은 데 가능할 지요
1월 2일부터는 사박오일 일정으로 명상원에 들어갑니다.
다녀와서 여행기를 올릴 시간이 있을 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남은 몇 일 편안하게 잘 보내시고 복된 새해 맞으시길
사야 합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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