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망 좋은 방

지독한 감기몸살

史野 2007. 12. 20. 14:13

빡센 주말을 보내고 나서 지독한 감기몸살을 앓았다.

 

어딘가에 썼지만 내가 감기에 걸린 건 십년도 넘게 만에 처음이다.

 

이틀을 내리 밤새 식은 땀을 흘려대고 샤워를 하고 차를 끓여 마시며 싸우다가 이렇게 오밤중에 난리를 쳐도 되고 혼자사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더라.

 

신랑과 함께 였다면 피곤한 내 남자가 밤잠을 설칠까봐 아픈 티도 내지 못했을거다. 어쩌면 아프지 않았던 것도 아프면 안된다고 내가 나를 다잡았기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내가 좋은 마누라이기 위해 참 긴장하고 살았었나보다 싶다.

 

그렇게 아팠는데도 화요일에 벨리댄스를 하러갔다.

 

달리기때문에 전화했던 무소카놈이 ' 아이고 아프다더니 춤추러 갈 생각을 하고 체력이 넘쳐나는구나' 구박하던데 한시간넘게 맨발로 비지땀을 흘려대며 동작을 따라하다가 결국 또 집에 와서 엄청 앓았다.

 

다음 날 이십킬로 달리기로 했는데 아프면 안된다고 아무리 타일러도 땀이 마구마구 쏟아지고..흑흑

 

간신히 새벽에 잠들어서 몇 시간 자고 일어났는데 차도가 하나도 없는거다.

 

그래도 어쩌겠냐 씻고가서 투표를 하고는 달리기준비.

 

그 놈도 바빠서 이게 어떻게 잡은 약속인데 미룰수도 없고 다행히 늦잠잤다고 이 놈이 한시간 늦게 나타나서는 내가 아프니 한 십킬로만 달리자니까 넘 좋아한다.

 

그래 둘이 천천히(천천히가 그렇게까지 천천히인지를 몰랐다는 놈..ㅎㅎ) 마구 수다를 떨며 성수대교까지 달려갔다가 그냥 턴해서 돌아왔으니 십일킬로정도 달렸을라나.

 

갈때는 36분 40초 걸렸다는데 올때는 32분 걸렸다니 어마어마한 단축이다.

 

그래도 그렇게 달리니 기분은 정말 좋고 몸도 가벼운 느낌. 그 놈은 아픈 상태로 달렸는데 몸이 좋아진 느낌이라니 운동중독이냐고 마구 구박이지만 느낌이 그런 걸 어쩌라고.

 

씻고 나가 늦은 점심을 먹는데 또 땀이 비오듯 해 몸이 그게 뭐냐고 또 구박을 받았다만 뭐 감기 좀 걸릴 수 있는 거 아니냐? ㅎㅎ  

 

이번 달리기는 무효고 내년에 다시 함께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이 놈말에 의하면 달리기를 안하던 사람이 오래 달리면 무릎이 아프단다.

 

어제 홍대입구에서 약속이 있었는데 그 분이 이십분이나 늦게 나타나시는 바람에 바깥에서 떨었지만 오늘 상태가 많이 호전된 걸 보면 달리기때문에 나은거다..^^

 

나랑 처음 뵙는 분인데 딱 보자마자 알아보시더라.

 

한 이십년만에 가보는 듯한 홍대입구는 어쩜 그렇게 발랄한 젊은이들이 가득하던지..

 

그 분은 미국에서 공부하셨다던데 영어를 안 까먹을려고 애쓰신다길래 그럼 우리 영어로 이야기하자며 내가 생쇼를 했다..ㅎㅎ

 

저녁에 약속까지 나갔다오면 아마 기절하듯 쓰러질거라고 무소카놈이 예언(?)했는데 진짜 기절하듯 쓰러져 잤다.

 

오늘 아침에 깨어보니 밖에 눈도 내렸고 차마 달릴 엄두는 못내고 커피를 끓였는데 딱 한모금 마시고는 그냥 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아 아까운 커피..ㅎㅎ

 

어쨌든 오늘은 아무리 뜨거운 음식을 먹어도 어제처럼 땀이 쏟아지지 않는 걸 보니 낫고 있는 게 맞는 거 같다. 약하나 먹지 않고 지나가니 다행이다.

 

마음은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빌려온 영화를 보며 뒹굴거리는데 오랫만에 광주에서 아는 놈에게 걸려온 전화. 먹고살 방도는 찾았냐길래 아직이라니까 이 놈 정말 심각하게 함께 상해로 들어가잖다.

 

역시 지난번에 썼듯이 거기 나랑 동갑인 놈도 있는데 (전화한 놈도 미혼이지만 그 놈도 미혼이다) 이 놈왈 우리 나이도 들었는데 상해가서 서로 의지하며 오손도손 살잖다..하.하.하

 

나는 당연히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놈 끝까지 누나 좀 심각하게 고민해보고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전화를 끊더라.

 

아니 내가 상해가서 살거면 그냥 도쿄에 있었지 한국에 왜 나왔겠냐..-_-

 

어쨌든 내일모레면 내가 한국에 나온지도 사개월. 한 해도 가고 있는데 나름 정말 심각하게 앞으로의 내 삶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할 듯하다.

 

연말이나 연초에 고기공놈이랑 명상원에 다녀올 생각이고 건강검진도 받아봐야할 것 같고..

 

감기몸살 한 번 톡톡히 앓고 났더니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물론 그 사이 세상에 바뀌어 버린 것도 이 복잡한 머리속에 한 몫을 했겠지만 말이다.

 

대한민국 정말 위대하다.

 

설마했는데 거기다 압도적 지지까지 받아 당선이 되다니 내가 내 나라 사람들을 너무 몰랐다는 생각.

 

오늘같은 날은 정말 아무리 괴로와도 입에 붙던 Life is f. beautiful 이란 말도 안 나온다..-_-;;;

 

아 우울만땅이다.

 

 

 

 

 

2007.12.20.서울에서...사야

 

 

33310

 

'1. 전망 좋은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 먹는 아침, 그리고 내 벗들  (0) 2007.12.23
아 미치겠다  (0) 2007.12.22
이십년만의 해후  (0) 2007.12.16
겹경사  (0) 2007.12.15
씩씩한 사야  (0) 2007.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