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일일학부형에 글을 올렸던 서울대 수시에 지원했다는 조카놈들이 다 합격했다!!!!!!!
무엇보다 오빠 아들내미는 삼년내내 일편단심 민들레로 자긴 경제학을 전공하겠다는 신념하나로 버틴 놈이라 너무 다행이다.
조카들을 워낙 이뻐라하고 그 놈들도 나를 좋아라하기에 다 사연이 많지만 이번에 붙은 그 놈들과는 또 나름 특별한(!) 관계다.
왜냐, 두 놈 다 내 자식도 아닌데 나를 너무나 닮았기때문이다...^^
좋은 걸 닮으면 오죽좋겠냐만 예민하고 까다로운거 쓸데없이 똑똑한 거 (이건 내 말이 아니라 우리오빠말이다..ㅎㅎ) 승질드러운 거 질긴 거 기타등등이다.
언니딸내미는 유치원때 그 어린게 죽어도 자기가 원하는 옷에 스타킹까지 지정해 입고 가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울 작은 언니 ' 쟤는 왜 나를 안 닮고 너를 닮은 거냐'고 복장을 터트리곤 했다지...ㅎㅎ
말들도 어찌나 이쁘게 잘했는 지 주변사람들이 다 뒤로 넘어갔다.
지금이야 커서 두 놈 다 사람되었지만 어렸을 때 이 놈들의 까다롭고 다루기 힘든 건 말도 못했다.
거기다 어찌나 질긴 지 두 놈다 내가 술을 마시고 새벽 두시가 넘어 들어와도 나를 기다리던 놈들이다.
결혼 전 시부모님이 오셨을 때 나도 작은언니네 집에 묵었는데 그때 겨우 다섯살이었던 작은 언니 딸. 아무리 늦게와도 이모얼굴 보고 잔다고 눈을 말똥말똥 뜨고 기다리는 데 기절.
결혼하고 한국 나왔더니 오빠 아들. 걔도 다섯살인가 그랬는데 역시나 눈을 말똥말똥 뜨고 기다리다 못해 고모랑 얼마나 이야기가 하고 싶었는 지 아냐며 그 술도 취하고 피곤해 죽을 것 같은 나를 붙잡고 한시간을 떠들다가 '아 고모랑 이야기하니까 너무 좋다' 이러며 스스로 감동..-_-
아 정말 무슨 이런 놈들이 다 있나 싶었다...ㅎㅎ
초딩때 이 두 놈이 한편먹고 나랑 영어로 낱말잇기를 했는데 내가 졌다. 책읽기들도 너무나 좋아하는데다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못하다 생각하면 절대 설득당하는 일도 없고 지들이 좋아하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는 놈들.
고딩이면서 한 놈은 힙합을 들으러 혼자 홍대를 가질 않나 한 놈은 철학책을 붙들고 씨름을 하질 않나.
내 조카들이지만 참 대단한 놈들이다 싶었는데 그 두 놈들이 이제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다닌다니 웃음이 나온다.
지난 번에 어떤 분이 사야님이 공부만 잘하면 조카들을 그렇게 이뻐할리가 없다고 쓰셨더랬는데 그렇다 까다롭긴해도 인간성들도 좋고 생각하는 것들도 참 바르다.
오빠아들놈은 면접때 15분중 8분을 영어로 말했다는데 돌아와서 그 면접내용을 자기보관용이라며 다 적어놓더라는거다. 그리곤 하는 말이 자긴 최선을 다했다고 이제 나를 뽑아주거나 말거나 지들맘이라고 했다니
그 놈은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90년생이다. 이제 만으로 18살도 안된 놈이 벌써 뭔가 후회를 남기지 않고 할 수 있다니 대단하다 못해 부럽단 생각이 들더라.
해외로 어학연수 한 번을 안갔어도 울 신랑이 감동할 정도로 영어를 잘하는 언니딸내미 어제 축하한다고 전화해서 이제 합격도 했으니 그동안 못한 거 대학가기 전에 맘껏 해야하지 않냐니까 안그래도 영어공부 열심히 할 생각이란다..-_-;;;
그 놈은 피아노선생을 했던 승호엄마가 듣고는 자기보다 잘친다고 할 정도로 감성이 풍부한 피아노연주실력을 갖고 있는데 역시나 본인이 날이면 날마다 열심히 연습을 한 덕이라지.
어제 고기공놈이랑 살사를 추고는 비어플러스가서 맥주를 마시는데 올케언니 전화해서는 비어플러스로 오라고 할려고 했다나..ㅎㅎ
막상 주인공놈은 지금 해독단식중이라 그 재밌으신 올케언니친구까지 넷이서 맥주 열나 마시며 축하를 하는데 사장님이 축하주도 내셨다..ㅎㅎ
이 대견한 고기공놈은 조카들 시험보기전에 두 놈에게 다 문화상품권에 태국관광책자까지 잔뜩 챙겨들고 나타났다.
아니 시험보기전에 관광책자는 왜 주냐니까 ' 언니는. 대학가면 배낭여행가야죠' 하하하 미리 대학붙을거라고 단정한 고기공놈 덕도 크다.
울 언니는 ' 아니 걔가 방송에 출현하더니 돈 좀 벌었나보지' 했는데 ^^ 오빠 아들내미는 고기공놈이 왜 자기에게 이런 걸 주냐고 했단다..ㅎㅎㅎ
타고난 잠보인 오빠 아들내미 삼년내내 그 먼 학교(동네가 하도 후져서 스쿨버스도 안 다녔다) 지각 안시키고 깨워보내고 그 까다로운 놈 맘편하게 해준 울 올케언니도 너무 애썼고 타고나길 한 극성하는 울 작은 언니( 애들 어렸을 때 온 집안에 덕지덕지 붙은 단어를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예민하기 이를데 없는 딸내미 한의원에 끌고 다니랴 야자빼준다고 학교 쫓아다니랴 맘고생 몸고생 많이 했다.
무엇보다 대학에 가서 더 열심히 할 놈들이라 이제 그 발판이 준비되었다는 생각에 기쁘다. 성격상 두 놈다 재수하면 진이 빠져 쓰러질 놈들이라 그것도 넘 다행이고 말이다.
아 정말 기분 너무 좋다.
쬐그만 놈들 끌고 놀이공원에 다니고 어쩌고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여섯 놈들중 이제 네 놈이나 대학생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2007.12.15.서울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