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갇힌 항아리

행복한 선물

史野 2007. 11. 22. 10:37

나는 늘 꿈보다 해몽이 좋은 인간.

 

아직 겨울다운 겨울이 오지 않았는데도 이처럼 풍성한 눈이 내렸다는 건 역시나 고향이 내게 준 선물이다..^^

 

 

밤에 늦게 잠들고 꽤 일찍 일어났는데도 이렇게 탐스렇게 내린 눈을 보지 못했지만 밝아지며 창밖을 내다보니 탄성이 절로 나오더라. (죠기 여성전용클럽은 뭐하는 곳인지 언제 탐사를 갈까 생각중..ㅎㅎ)

 

 

바로 아래는 이런 동네가 있는데 장독대에 내린 눈을 보니 정말 어린 시절 생각도 나고..

 

화요일에는 달리다가 미끄러질뻔 하기도 했기에 어제는 감히 달릴 생각은 못하고 오랫만에 카메라를 챙겨들고 길을 나섰다.

 

 

내가  달리기를 하러 늘 지나다니는 이 오차노미즈역을 닮은 이 곳은 내가 이 곳에서 남산밑에 있는 학교를 다니느라 이년동안 지하철을 타고 다녔던 길이자 고등학교때 왕십리역이 생기기전에는 버스를 타러 지금처럼 또 걸어다녔던 길. 한국에 올때야 이쪽까지 올 일이 없었는데 요즘 날이면 날마다 이 곳을 지나면 기분이 참 묘하다.

 

그때의 그 어리고 힘들던 사야는 어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다는 생각...

 

 

 

몇 일전만 해도 저 나무엔 은행잎이 가득 달려있었는데 계절의 변화란 늘 겪는데도 신기하다.

 

 

눈아래가 전부 떨어진 은행잎들인데 오늘 달리기를 하러갔더니 저위의 눈은 말끔히 사라지고 은행잎만 또 고스란히 남았더라.

 

 

 내가 달리기를 하는 청계천 하류다.

 

 

 달리기를 할때마다 언제 나와서 저 곳에 앉아 물살을 가만히 바라보겠다고 했더랬는데 벌써 이렇게 추워져버렸다.

 

 

햇살에 빛나는 억새도 아름답지만 눈이 소복히 쌓인 억새도 색다른 맛이 나는 게 참 좋다.

 

 

대나무에도

 

 

이 빨간 잎들에도(야생포도인가) 눈이 걸려있다.

 

 

쟤네들은 춥지도 않은걸까? ㅎㅎ

 

 

아직 가을이 다 가지도 않았는데 성급히 내린 눈때문인지 여기저기 보기 좋은 모습이다. 달리기를 할때는 이런 여유가 없는데 등산화까지 신어놓고도 혹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 걷다보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평소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이 날은 계속 저 아주머니랑 나만이..^^

 

 

저 수양버들 아래자리는 가끔 어떤 아저씨가 자전거를 세워놓으시고 신문을 읽으시곤 하는 자린데 역시 비었네.

 

 

청계천하류와 중랑천이 만나는 이 곳은 철새보호구역이다. 가끔 달리기를 하다보면 새들이 비상하는 멋진 모습에 감탄하곤 한다

 

 

망원렌즈를 가지고 나가지 않은 걸 후회했다만 어차피 자동촛점이 망가진 관계로 새의 비상하는 모습을 찍기엔 무리가 있다..흑흑

 

평소엔 여기서 반대쪽으로 달린다만 오늘은 가자 중랑천을 따라...ㅎㅎ

 

 

2007.11.21 청계천의 풍경..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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