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인생은 날이면 날마다 아름답다.
아 그래 이런 게 정말 사는 거였어 이러며 스스로 캡 감동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아니 오바하자면 그래 나 이런 인간이었어 그동안 너무 고상하고 우아하게 살았어 이러고 있다..-_-
화요일에 말했던 친구 연주회에 갔었다. 다짜고짜 자기 연주있으니 오라길래 간건 데 연주회도 참 좋았다. 거기다 원하는 대로 표를 준다길래 올케언니가 여섯장이나 챙겨 아줌마부대까지 끌고 나타났는데 연주회가 좋았기에 참 다행이었다.
내 쪽에서는 그녀랑 고기공놈이 같이 갔는데 도쿄에서 같이 자고 뒹굴었던 사람들인데도 이 친구가 표건네준다고 끝내주는(!) 모습으로 로비에 나타나니 연주 축하한다며 그 둘이 악수를 건네고 어쩌고 하는 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우리 사실 눈꼽낀 상태로 알던 사이거든? ㅎㅎ
독일에서 함께 살았으니까 그 친구 연주를 처음간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내가 돌아와서 처음이다보니 (지난 주 친구놈이 표를 줬다는 그 연주는 올림픽체조 경기장이라길래 다른 사람들 나눠주고 난 안갔다..-_-) 어찌나 자랑스럽던지.
다음 날 통화하며 야 내가 태어나서 아니 너를 알고 나서 네가 자랑스러워서 가슴이 벅차오른 건 처음이다 했더니, 그 친구 이런 날도 있구나 하며 자지러 지더라..ㅎㅎ
원래 미역과 멸치를 챙겨다준다고 했다가 올케언니랑 수다 떨다보니 급하게 나가느라 꽃만 가져갔는데 자기가 필요한 건 꽃보다 미역이라고 토요일에 결국 아들내미까지 끌고 미역 찾으러 오겠단다..^^
미역을 산 분이 인터넷지인이라 나눠먹으라고 고맙게도 어찌나 많이 보내셨던지 미역장사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왠걸 여기저기서 뜯어가서 조만간 미역을 또 사먹야할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흐흐
어제는 연락이 되었다는 그 친구가 다녀갔다. 내가 더블린 간 것도 모르고 있으니 도대체 얼마만에 만나는 건지. 그래도 보자마자 이구동성으로 상대를 향해 '왠수'로 시작한 만남은 십 몇 년의 세월을 단숨에 뛰어 넘어 꼭 어제도 이렇게 수다를 떨고 앉아있었던 것 같던 기분.
다 아는 친구니까 각 집의 형부며 올케언니까지 안부를 다 �으며 오래된 친구라는 건 이런 거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했던 시간.
그 친구가 연락처를 알고 있으리라 믿었던 다른 친구는 역시나(!) 또 모른다는데 도대체 한국에들 살면서 뭣들을 하고 있었던 건지
'이제 너 왔으니 다 만나겠구나' 하며 좋아하던데 잘났다..-_-
학원선생을 하기에 친구는 서둘러 떠나고 그 친구를 찾으러 인터넷 검색이며 통화를 해보고 어쩌고 했는데 막상 오늘 당사자와 통화를 했더니 직업과 이름이 같고 나이까지 비슷한 다른 사람이었다.
확실하게 믿고 한 전화인데 목소리가 달라 헛다리임을 당장 알았지만 서울하늘 아래 있을텐데 설마 못 찾겠냐며 걱정은 안한다..ㅎㅎ
화요일 음악회 끝나고 우리집에 와서 애프터를 할 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가 궁금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다며 지난 번 내 생일파티를 했던 곳에서 다시 reunion파티를 하자는 거다. 고기공놈은 나 한국살 때 알던 놈도 아니면서 말로만 듣던 사람들을 다 만나겠다며 그저 신났다..ㅎㅎ
어제 왔던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굳아이디어란다. 집에 다녀왔다는 친구도 안그래도 그 장소 꼭 다시 한 번 가고 싶었는데 잘되었다니(누가 진짜 한댔냐? ㅎㅎ ) 아무래도 이번엔 예전 친구들을 모아 같은 장소에서 조만간 파티를 또 해야겠다.
오늘은 그 바쁘신(!) 사막님이 오시기로 했다. 사막님이 오시면 또 연락처를 받아야 할 친구가 있다. 사막님은 내 친구가 아니라 사실 그 친구의 지인이었는데 둘이 십몇 년전에 프랑크프르트 도서박람회를 왔다 우리집에 들렸을 때 처음 만났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지금은 그 친구랑은 연락을 하지 않고 사막님만 만나는 데 이젠 돌아왔으니 연락을 해봐야지.
이야기했듯이 유럽에서 사주씩 한국나올 때는 그녀와 친구놈 사막님 그 친구가 내 송별회를 하는 멤버였기에 그녀도 친구놈도 무지 궁금해하고 말이다. 당시 사람들은 그럼 우리 또 일년 후에 만나요 그러며 헤어졌다..ㅎㅎ
지난 번에 중국여행갔을 때 사진 올렸던 놈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추석이니 혹 서울에 나올까 해서 누나 한국에 있다고 메일을 보냈더니 울 신랑이 한국으로 발령났나 싶어 전화를 했다는 놈.
누나랑 형처럼 사이좋은 부부가 헤어진다는 게 말이 되냐며 놀래긴 해도 둘 다 신중한 사람이란 걸 안다고 일단 한국처럼 왠수가 되어 헤어지는 건 아니라니 다행이라며 둘 다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이해를 해줘서 고마왔다.
조만간 한국에 나올것 같은데 누나만날려면 번호표 받아야하는 거 아니냐고 웃길래 상해에서 오는 사람은 특별표가 부여된다고 했다..ㅎㅎ
추석이라고는 하지만 워낙 오래 한국땅을 떠나있던 내겐 한국명절이 별 의미가 없다. 그래도 배도 한 상자 생기고 한과셋트도 선물받고 송편만들던 놈이 군대갔으니 네가 와서 송편을 만들어야한다고 우기는 엄마전화를 받으니 내가 한국에 왔고 명절이라는 게 절절히 실감이 난다.
나 송편 만들 줄 아냐고? 어린시절 부터 끝내주는 모양의 송편을 외할머니에게 직접 전수받았다..^^ 늘 집에서도 고운 한복차림이시던 외할머니는 내가 더블린 살 때 돌아가셨는데 이젠 정말 돌아왔으니 할머니 산소에도 언제 시간내어 가봐야겠단 생각.
어제 고기공놈은 집에 들어가는 길이라며 이런 순간에 언니가 한국에 있다는 걸 실감하고 싶어 전화했다던데 어찌나 귀엽던지.
날이면 날마다 6킬로를 뛰니 일주일에 마라톤 거리를 뛰는 건데 그저 막연하게 언젠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자꾸 구체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지금이야 상황이 상황인 만큼 날이면 날마다 사람만나 술마시랴 정신없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조금씩 늘려가며 차근차근 준비를 해봐야겠다.
어제는 청계천 물이 불어서 중간에 건너는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발목까지 물이차더라. 오늘 아침엔 빨아널은 운동화가 덜 말라서 젖은 운동화를 신고 뛰었는데도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10월 중순엔 고기공놈 동생 결혼식이니 거기도 가봐야겠고 송현님은 조만간 서예 전시회를 하신다니 거기도 가봐야겠고 남향이라 햇살이 잘 들어 아이비잎은 쑥쑥 새잎을 내밀어대니 살맛나는 인생이다.
2007.09.21.서울에서..사야
곧 추석입니다.
고향가시는 분들 많죠? 이번엔 연휴가 길어서 내려가는 길은 그리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래도 짜증스런 길들 신나게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가족을 만나는 일이 늘 즐겁기만 할 리는 없고 또 여자분들은 일에 치여 힘도 드시겠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일만 많기를 바라구요
일일히 문자라도 보내며 (친구아들내미가 자주 문자를 보내며 퀴즈까지 하자고 난리인 관계로 저 문자실력 많이 늘었습니다..ㅎㅎ) 추석인사를 전하고 싶지만 여기 간단히 대신 합니다.
모두 행복한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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