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부활절 전야제. 아니 전오제..ㅎㅎ
칠레산 아스파라거스를 사다가 홋가이도산 감자, 스페인과 이탈리아산 훈제햄에 호주산 백포주를 마셨다. 요즘 세상은 슈퍼가 지구 축소판이다..-_-
어쨌든 중요한 건 저 촛대의 용도변경. 부활절도 다가오는데 티초를 구할 수가 없어 저 큰 촛대를 어쩌나 고민하다 꽃병으로 만들었다..^^
오홋 예상외로 그럴싸한 걸. 역시 나는 아이디어걸 아니 아줌마야..^^;;
대신 초는 개구리와 오리 샴페인초 구입.
우선 달걀을 물들여야지. 잘 담가놓고 음악회로..
베토벤은 엉망이었고 슈베르트가 전공(?)인지 잘 치더라. 처음엔 괜히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다 슈베르트는 열나게 박수쳐주고 인사도 없이 슬그머니 음악회장을 빠져나왔다.
아 정말 온 사람들도 그렇고 그런 음악회는 앞으로 안가..ㅎㅎ
잘 차리고 나왔는데 두 시간만에 집에 들어가기도 민망해서 술마시러 가잤더니 이 남자, 비행기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네.
어쩌겠냐 비행기가 떨어지면 안되니까 포도주 사들고 들어와서는 야구보다가(오일째!) 술을 날이면 날마다 마시는데도 내가 왜 끔찍한 알콜중독자가 아닌 나름 우아한(?) 알콜중독자인지 말도 안되는 이론을 신랑에게 주입시키는 데 성공..앗싸..ㅎㅎ
드디어 부활절 아침.
전에 썼듯이 서양인들에게 부활절은 종교적 의미가 아닌 그냥 우리의 추석같은 명절.(아 의미를 되새기는 기독교인들이 없다는 이야긴 아니다)
원래는 아침으로 먹지만 일요일은 신랑이 운동을 해야하는 관계로 우리는 그냥 점심으로..
이 왠수땡이 신랑은 그렇게 말했는데도 이년 전과 똑같이 늦게 내려와 나를 열받게 하네..ㅜㅜ
우짜든둥 사야의 심혈을 기울인 부활절식탁 (클릭하시면 지대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ㅎㅎ)
나같이 날라리로도 모잘라 한심한 주부는 이런 명절이 명예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 안 짤리려면 뭔가 감동적인 이벤트를 만들어야한다.
배경음악으론 어제 들었던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번이 흐르는데 새삼스럽게 알프레드 브렌델 피아노 잘 친다고 신랑이랑 감동..^^
달걀싸움에서 내가 이기고..^^
이 남자 감동에 감동을 하며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이번에 엄마가 왔었더라면 이런 멋진 부활절 식탁에도 앉고 벚꽃도 보고 진짜 좋았을텐데..' 한다
오홋 이건 또 뭐야
자기 엄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감동이지만 시어머니도 부활절 식탁을 차리시니 내게도 최고의 찬사다..ㅎㅎ
잠옷이 얼마나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야의 부활절 차림..
사진에선 다행히 안 보인다만 다 비치는데다 안에는 빨강색이다..우.하.하.하
식사후 저 뒷 편의 큰 부활절 달걀 드디어 개봉. 주로 메뉴판을 보거나 먹을 것을 바라볼 때나 맛볼때 진지한 사야네 부부. 신랑은 지금 초코렛맛을 음미하는 중..^^;;
상을 정리하고 찍은 사진에서 창문 쪽을 잘랐더니 또 분위기 괜찮네.
이건 미니 라이카로 찍은 사진중 역시 일부. 사진에 아무 짓도 안했건만 저 뒷 배경의 화분들은 꼭 수채화를 그려놓은 것 같다. 빛이 사진을 뭉개네..^^;;
여우같은 내가 오늘 같은 날을 놓치면 안되지.
자기야 오늘 나 몇 점?
아주 아주 많은 점.
그럼 일년내내 효력있는 점수?
물론!
함께 살면 인생이 아름다운 여자?
물론!
앗싸, 일년동안 또 개판쳐도 살아남겠슴..
나도 부활절 마다 가능성있는 마누라로 부활한다...ㅎㅎㅎ
2007.04.08 Tokyo에서..사야
음악은 어제 그 남자가 앵콜곡으로 친 리스트의 슈베르트의 송어편곡을 찾아보다가 이 음악 발견, 처음 듣는데 괜찮아 올려본다..^^
그리고 부활절 분위기를 내 줄 노란 수선화(부활절 종이라는 꽃)를 구하지 못해 대용으로 구입한 꽃(이름 모름) 살 때는 딱 두 개 피었더랬는데 하늘이 도우사 저렇게 이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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