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특이하는 우리 부부는 요즘 주말에 널부러져있다가 월요일에 뭔가를 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향수, 영화도 주말에 보러가자니 울 신랑 월요일에 가자더니 어제도 전시회를 다녀왔기에 오늘 둘다 왕 피곤해서 신랑은 벌건 눈으로 출근하고 나는 간신히 운동하고 왔다.
물론 신랑회사도 우리 단골집도 극장도 미술관도 다 롯본기힐즈에 있으니 신랑 일끝나고 만나기 편하기때문이긴 하지만 우리집에서 롯본기힐즈까지 딱 한정거장인걸 생각하면 그게 이유가 안된다..ㅎㅎ
어쨌든 지난 주처럼 7시반에 그 초밥집에서 만났는데 이 집이 요즘 자꾸 변해간다. 이 집의 장점은 질좋은 생선을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건데 그래서 사람들도 미어터지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자꾸 싸구려가 되어간다.
어제는 우리가 간 삼년동안 절정이어서 맛있는 생선 접시들은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사태 발생. 예전이라면 저녁에는 상상도 못할 유부초밥같은 것들이 돌아다니고 말이다.
우리만 보면 너무 좋아하시는 점장님께 미안하지만 아지트를 바꿔야하나 심각하게 고민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먹고 마시고 떠들다보니 어느 새 시간은 아홉시. 예전에는 미술관이 12시까지 해서 그것도 너무 좋았는데 열시로 땡겨져버렸다. 그래도 평일저녁에 전시회를 볼 수 있는 게 어디냐만.
롯본기나 우리 아파트나 다 같은 회사인관계로 전시회가 있을 때마다 아파트거주인들에게 전부 초대권을 보내준다. 요즘 세탁기문제로 관리팀이 나를 열받게 하고 있긴 해도 이런 시스템 너무 마음에 든다..ㅎㅎ
전시회는 '일본미술이 웃는다' 였는데 선이 기가막힌 그림들이 많았다. 방귀를 주제로 그린 아주 긴 두루마리 그림이 있었는데 데생도 기가막히지만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재밌는 건 갑자기 비디오미술과 설치미술등 현대미술 전시회가 숨어(?)있더라는 것.
비디오미술은 관람에 시간이 걸리는 관계로(난 늘 비디오미술을 볼 때마다 강요된 불편함을 느끼는데 이건 언제 기회가 되면 쓰기로 하고) 모두 보지는 못했는데 요즘 현대미술계 동향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이 꽤 많았다.
특히 John Wood & Paul Harrison 영국 듀오 비디오아티스트의 작품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순식간에 한 시간이 흘러간 관계로 아쉬움을 뒤로 하고는 한층 아래인 53층 도쿄시티뷰로 내려왔다. 시티뷰는 다행히도 12시까지 한다.
날씨가 안 좋았던 관계로 도시가 보석같이 빛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바퀴 돌아줘야지.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저 많은 건물들 그리고 그 속에 사는 그 수많은 사람들. 이 거대한 도시가 이렇게 체계적으로 잘 돌아간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벅참으로 다가온다.
저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생각으로 살고 있으니 세상에 분쟁이 끊이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하단 생각도 들고 말이다.
최고의 데이트장소중 하나인 관계로 다정한 연인들도 꽤 많이 눈에 띄고 우리도 연인처럼 의자에 걸터앉아 또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우리는 이 섬세한 도시가 너무 좋다.
롯본기힐즈는 건물도 아름답지만 안에도 너무 잘 만들어놓았다 사진기를 안 가져가서 안타까왔는데 생각해보니 가방에 똑딱이 카메라가 들어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지만 하도 가서 그런지 이젠 창문앞에 서는 과감함도 보인다..ㅎㅎ
가끔 테마로 이렇게 구석을 꾸며놓는데 요즘에는 벚꽃이 필 때라서 그런지 이번엔 벚꽃으로 꾸며놓았다.
자주 가더라도 매번 한바퀴 도는게 아주 기분이 좋다.
그렇게 늦은 시간 월요데이트를 마무리.
저 건물안에서 일하는데다 자주 올라가는데도 늘 열심히 진지하게 보는 신랑
전시회건 음악회건 영화를 보건 이렇게 도시를 내려다보건 참 말이 잘 통하고 생각이 비슷한 이 남자.
그와의 데이트가 늘 즐거운 이유, 내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다..ㅎㅎㅎ
2007.04.03 Tokyo에서..사야
지금 티비에서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여줬다. 전에 봤는데도 또 가슴이 저린다. 이병헌의 연기도 일품이고.. 그런데 정말 그런 사랑이 있을까. 왜 난 믿을 수가 없을까..^^;;
어쨌든 신승훈은 신랑이가 아주 좋아했던 한국가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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