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物語

집안에 봄을 사들였다

史野 2007. 3. 3. 14:54

 

 

내 남자도 나랑 비교 둘째가라면 서럽게 '한' 까다로움에 한 성질 하는데 부창부수란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ㅎㅎ

 

우리부부는 그래서 결혼초에 엄청 싸웠다. 너 얼마나 까다로운지 아냐? 그러는 너는 나보다 덜 까다롭냐? 이러며 누가 더 까다로운지 따지는게 주로 싸움의 주제..-_-

 

거기다 이 남자 '실수'에 관대하지 못한데 남의 실수에만 관대하지 못한게 아니라 자기 실수에도 엄청 화를 낸다. 나는 내가 실수를 하면 무지 속상하기때문에 남의 실수에 관대한 정도를 넘어 함께 마음아파하는 스타일이니 억울할 밖에.

 

남편이 실수를 하면 자기가 더 펄펄 뛰기때문에 그걸 위로해줘야하고 내가 실수를 하면 역시 펄펄 뛰기 때문에 내가 속상한거에 합해 이중고를 당해야한다.  

 

그래 그 순간이 지난 후 나는 너무 억울하다고 신랑에게 하소연을 하면 자기도 미안하지만 자긴 어떻게 화가 안 나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거다..-_-

 

어쩌겠냐 사람은 생긴대로 살아야하는 거니까 그 이후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누가 실수를 하건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몫을 내가 감당하고 있다..^^;;

 

 

 

지난 번 이 프로젝트도 신랑도 독일친구들도 심지어 이번에 왔던 친구들까지 다 보고 감동을 했는데 너무나 힘들고 복잡한 프로젝트라서 시일도 많이 걸리고 신경도 많이 쓰였다. 그래 당시 여행에 필요한 미국비자를 뒤로 미뤘는데(나야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아시다시피 결론은 시간이 모잘라 못받았지 않았냐.

 

그랬더니 이 남자 또 너는 중요한게 뭔지를 모르냐고 화를 마구 내더라는 것. 나 참, 내 실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 선물 준비하느라 그런건데 옛날 같으면 마구 싸웠겠지만 내가 짠밥이 얼마냐. 그래 당당하게(!) '당연히 내겐 미국비자보다 당신선물이 중요하지' 했다. 그리고 미국을 꼭 가야하는 거냐고 큰 소리 치고...ㅎㅎ

 

아 이 얘기를 왜하냐면 일년 반 남짓 거실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저 메시지도 오늘 드디어 정리. 하도 힘들게 만들어서 넣어놓기 안타깝기에 액자라도 다시 할까 생각했지만 과감히 결정했다.

 

 

 

친구들이 몰려와 노는 사이에 사건(?)이 하나 생겼다. 그래 신랑이 오기전에 해결을 하려고 모두 떠난 그제부터 이리 뛰고 저리 뛰고(는 아니고 그만큼 난리를 쳤다는 이야기) 했는데 절망적인 상황 . 돈이 많이 들면 여행을 포기할 생각까지 하며 가격 상관없이 어떻게든지 빠르게 해결을 해달라고 했는데 결론은 많이 들 건 적게 들 건을 떠나 신랑이 오기 전에는 해결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사태가 다 마무리된 후 웃으며 사후보고를 할 생각이었는데 저 적나라한 현장을 보여야 하다니 대략 난감한 상황. 

 

 

 

어쩌겠는가 이런 위기상황을 잘 극복하고 사랑받고 살려면 발버둥을 쳐야지. 내 여행이야 물건너갔다 생각하고 집안 청소에 들어갔다. 여행에서 돌아온 신랑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집을 선물(?)해야겠다는 일념으로..ㅎㅎ

(그렇다기 보단 사실 프론트에 근무하는 아가씨며 기술자들이며 들락날락거려야하니 이미지관리 차원에서 시작..-_-;;)

 

다행히도 이야기했듯이 우리집의 최대 골치거리였던 책을 정리했으니 다른 정리야 뭐 그리 힘들건 없었지만 말이다.

 

사실 신랑이 원하는 건 좀 빈듯한 집인데 우리 집은 짐도 많고 아파트 구조도 그렇고 빈듯한 분위기 연출은 거의 불가능.

 

오죽하면 신랑이 너랑 나랑 각자 한달에 무조건 삼킬로씩 버리자는 말을 했겠는가..^^;;

 

 

 

신랑이 오면 감격하게 집안을 정리해놓고 (그래서 또 이것 저것 엄청 버렸다..ㅎㅎ) 서둘러 꽃가게로 가 봄도 사들여놓고 우리부부를 한동안 스트레스주던 흔들리는 식탁까지 사람들 불러다 확실하게 조여놓았다.

 

신랑이 열받을 사건에 대해선 프론트를 열나게 괴롭힌 덕에 제시된 방법중 최고 간단하고 최악의 경우보다 사분의 일 가격의 해결책도 마련해 놓았다...^^

 

처음 시작은 실수를 만회할 목적이었는데 막상 청소를 하다보니 우리 집도 이렇게 깔끔해질 수 있는 걸 오랫만에 알았다.

 

한 번도 안 쓴 부엌같아야 들어가 요리를 하던 왕 깔끔의 이 남자 그동안 잘 참았다 싶은게 신랑에게 미안하다.( 아 그렇다고 뭐 깔끔만 떠는 건 아니고 자기가 집안 일을 놓고부터는 잔소리도 안하는 미덕은 있다..^^)  

 

 

 

이사는 거의 포기했지만 이렇게 정리를 해보니 이 집도 조금 비어보이게 할 수 있겠다 싶다. 

책장 하나 사다 이중으로 꽂힌 책이랑 창턱에 꽂힌 책들도 싹 정리해넣고 여러 이유로 삼년 넘게 바닥에 버티고 있는 그림들도 좀 걸고 집단장 좀 하고 살아야겠다.

 

조만간 집을 사게될 때까지(누구맘대로? ㅎㅎ)  참아볼까 싶었던 소파도 그냥 바꿔볼까 다시 갈등이 되니 돌아다니며 알아라도 봐야겠다.  

 

어쨌든 안그래도 봄맞이 대청소 한 번 해야지 벼르고만 있었는데 인간지사새옹지마..^^

 

 

 

 

거실에 꽂은 가지에서 몇 개 잘라다 신랑컴 옆에도 놓아주고..^^

 

이번엔 내가 여행을 안가서 그런가 신랑이랑 굉장히 오래 떨어져있는 느낌.

 

아직 할 일이 좀 남긴했어도 이 남자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자랑스럽게(!) 내일 나타날 남자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제 2회 사야부부의 각자여행 프로젝트는 많은 에피소드를 남기고 마무리되어 간다.

 

이따가 이런 며느리의 좌충우돌 경험기(?)에 열광하시는 시어머님께 즐거우시라고 보고전화나 드려야겠다..^^

 

 

 

 

 

2007.03.03. Tokyo에서..사야 

 

 

 

 

 

 

22822

 

 

이런 제가 글을 올리고 나서 두 시간이나..ㅎㅎ 지났건만 방문객 수는 엄청 올라갔는데 아무도 이 재밌는 이야기에 답글을 안다셨군요..^^;;

 

우짜든둥 방금 아직도 침대에 누워계시는 시어머님이랑 자세히 통화를 했는데 역시나 이 사태(?)에 대해 너무 웃으시고 좋아하시고(!) 내일 신랑이 와서 어떤 반응을 보일까까지 흥분을 하시는 상황입니다...^^

 

며느리의 삽질을 늘 좋아하시기때문에 만들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생긴김에 알려드리자란 생각에 전화드린건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너무나 유쾌하게 웃으시며 행복해 하시는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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