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物語

동경에 비가 내렸습니다

史野 2007. 3. 5. 23:47

 

저 비만 내리면 미치는 거 다 이시죠? (니가 언제 안 미칠 때 있냐 이렇게 물으시면 좀 곤란합니다..^^;;)

 

안그래도 바람이 미친듯이 불던 날,

 

오랫만에 편안히 앉아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니까 정말 정신을 못차리겠더군요.

 

아 뭐 그 순간에 제가 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뺄 수는 없겠죠.

 

친구들이 오기전부터 시작해서 오고나서 까지 너무 마셔대서 좀 자제할려고 했는데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 바람부는 속을 뚫고 장을 보고오니까, 그것도 포도주 샾으로는 아주 유명한 곳에 다녀오니까 그냥 올 수가 없었다죠..^^

 

 

 카메라가 흔들리는 게 아닙니다. 제가 술이 취해 흔들거리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 오랫만에 모든 시야가 흔들릴만큼 비가 내렸어요..

 

 

쏟아지고 쏟아지다가  빗소리가 음악소리보다 커지는 데 어찌할 줄 모르겠더군요.

 

 

 

그래 카메라를 들고 비오는 도시를 자꾸 찍었지요.

 

그냥은 안나가겠지만 그래도 우산을 가져달라고 전화할 신랑을 기다리며 화장도 안지우고 멋지게 입은 채 이 빗속을 걸을 명분을 기다리고 있었더니만 그만 비가 그쳐버렸습니다..^^

 

 

 이건 이번에 신랑이 사가지고 온 발리산 가방인데요 딱 한눈에 제 카메라 가방이 되어버렸죠..아 그러고보니 다양한 선물 자랑도 해야하는데..ㅎㅎ

 

 

이 빗속을 뚫고 우산을 가지고 나가려는 마누라의 낭만을 이해못한 남자가 도착을 했습니다.

 

비가 그쳐서 얼마나 다행이냐는 말까지 붙이면서 말이죠.

 

왜 하필 비가 그치고 오는 거죠? ㅎㅎ

 

열받은 마누라는 여행에서 불어온 몸무게때문에 다시 다이어트에 들어가겠다는 남자에게 복수를 했죠.

 

신랑이 넘 좋아해서 해줄까 물어보면 절대 거절을 못하는 모짜렐라 샐러드죠.

 

준비하는 데야 오분밖에 안걸리니까 제겐 가장 간단한 복수죠.

 

이런 마누라가 절대 도움이 안된다고 투덜거리는 신랑에게 '그럼 관둬'라고 외칠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오분이상 걸리면 저도 복수같은 건 당연히 안하죠..ㅎㅎ

 

 

자세히 보면 이렇습니다.

 

요리하기 귀찮은 사람들은 늘 잔머리를 굴리게 마련인데요. 같은 재료로 같은 음식을 만들어도 어떤 모양으로 하느냐에 따라 맛도 기분도 달라지잖아요.

 

그래 제가 가끔 준비하는 모짜렐라토마토 꼬치입니다..^^

 

우습긴 해도 가끔 음식을 준비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 인생이란 이런건데 같은 재료로도 얼마든지 다른 모습을 연출할수 있는데 뭐 그런 생각이요.

 

문제는 뭐 깨달음은 늘 그 순간에 섬광같이 지나가버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만은..ㅎㅎ

 

 

궁금해하시고 맬까지 주신 분들 계시던데요

 

집안에 봄을 사들였더니 봄의 남자,春男 ,가 나타나더군요.

 

역시 준비된 자에게 행운이 온달까요? ㅎㅎ

 

저렇게 획기적인 바지를 입고는, 아니 사서는 나타났더군요..^^

 

너무 감동해서는 '자기야 이런 역사적인 순간은 사진으로 남겨야한다' 그랬죠.

 

정말 저 남자가 저런 바지를 스스로 사리라곤 누가 감히 상상을 했겠습니까? ㅎㅎ

 

 

아 저 남자에게 감동만 받은 건 아니구요

어제 시어머님께 전화를 안했길래 (아시죠? 제가 요즘은 그런 강요 안하기로 한거요) 오늘 퇴근해 오자마자 '어제 전화 안했지?' 했더니만

이 남자 당장 ' 왜 내가 여행을 다녀오자 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하는 건데? 니가 그 전 날 통화했다며.' 이러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런 공든 탑이 무너질 순간..-_-

 

뭐 결국 오늘 신랑이랑 시어머님이랑 다정하게 통화는 했습니다만은 제가 또 알았죠 아 나는 시어머님께 전화하면 안돼 내 남자에게 기회를 줘야해 하고요.ㅎㅎ

 

 

좋은 친구들이 다녀갔고 저야 각자 여행 프로젝트였는데 여행은 못갔어도 신랑은 잘 쉬고 왔고 다시 일상이 시작된 날

 

비도 왔고 제가 오늘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란 오바까지 하고 있었죠.

 

중간에 그런 기분을 깬 전화라면 치과에서인데요. 세상에나 오후 한시에 전화해서 오후 세시에 스케일링을 받으러 오겠냐고 묻는 겁니다.

 

치과에서까지 제가 백수인걸 이렇게 이용하다니 백수의 서러움입니다만..ㅎㅎ 자존심때문은 아니고 정말 할 일이 있어서 못가겠다고 했는데 어찌나 다행이던지요..^^;;

 

그래도 기죽을 내가 아니다. 난 당당한 백수로 살거야 뭐 이런 쓸데없는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넵, 술이 좀 취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의 글씨를 읽는데 어려움이 있으신 분이 계시다는 걸 아는데도 그냥 올립니다.

 

저만 술취하고 글씨는 멀쩡하면 좀 억울한듯 해서요..ㅎㅎ

 

 

 

 

 

 

2007.03.05. Tokyo에서 사야

 

 

22908

 

음악은 어제 하루키의 재즈의 초상을 읽고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이 음악의 재즈버전을  올리고 싶었는데 다음엔 역시 없네요(정말 돈 받고 음악 올리게 하면서 이렇게 다양한 음악이 없다니 유감입니다..ㅜㅜ)

 

어쨌든 마야버전도 괜찮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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